민지훈은 위협적인 눈동자를 반쯤 뜬 채로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요.” 그런 뒤 그는 얇은 입술을 살짝 뗀 채로 말했다.“물건들을 옮기세요.” 오민은 어리둥절해하며 잠시 반응하지 못했지만, 바닥에 있는 몇 개의 상자를 보고 순간 깨달았다. 민지훈 도련님은 부하를 시켜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물건을 옮겨 주려는 거였군!왜 항상 상처받는 사람은 도련님일까? 오민은 마음이 씁쓸했지만 즉시 "예"라고 대답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상자를 옮기기 시작했고, 동시에 만두도 상자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오고 있었으며 조하율도 가벼운 물건을 들며 도와주었다. 두 사람은 오민이 헐떡이며 물건을 옮기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시각, 조연아는 이미 차 안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여전히 햇빛 아래에 서 있었고, 그의 모습은 올곧고 위엄이 있었으며 눈빛은 깊지만 어두웠다. 차 안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었다. 분명히 여름이었지만 조연아는 약간 춥게 느껴졌고, 에어컨 온도를 조금 높인 뒤 고개를 숙이고 꽉 잡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동쪽 교외 산수마을……”조연아는 휴대폰을 꺼내 동쪽 교외 산수마을 주소를 검색하며 산수 별장 주소를 검색하려 했지만, 그녀가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 메시지가 왔다. 위치는 동쪽 교외의 산수마을이었고,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바로 그 사람이었다.“내가 갈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 조연아는 약간 짜증이 나서 화면을 잠근 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오민의 도움으로 만두는 빠르게 상자 여러 개를 트렁크에 넣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만두가 감사 인사를 건넸다.“아닙니다, 당연히 도와야 하는걸요! 저희는 앞으로 꼭 자주 만나게 될 겁니다.” 곧이어 조하율도 오민에게 감사를 표한 뒤 만두와 함께 차에 탔다. 차 문을 닫은 후 만두는 엔진에 시동을 걸고 차량을 마을 입구를 향해 몰았다..."언니..." “이것 좀 봐, 민지훈 도련님이 아직도 저기에 있어……” 조하율의 말투에는 약간의 동정심이 담
"차에 타요!” 창문이 내려오며, 짜증스러운 말투가 들려왔다. "네, 타겠습니다!” 오민은 다급히 대답을 한 뒤 문을 열고 재빨리 차에 탔다.차 안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었기에 들어가자마자 여름 더위가 순식간에 가셨고, 오민은 재빨리 차를 몰아 낡은 단지를 떠났다. 고급차는 시내 도로를 순조롭게 달렸다."엄마는 퇴원하셨나요?” "예, 노부인께서는 그저께 퇴원하셨습니다.”오민이 곧장 대답했다. "주하민은 살아 있습니까?” 민지훈이 물었다. "살아 있습니다. 축산 농가에 물어보니 썩은 달걀을 많이 수확했다고 했답니다. 그 여자는 똥통보다도 더 심한 악취가 날 정도로 달걀을 맞았다고 합니다.” 민지훈은 긴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가볍게 두드렸다.“그 여자를 고택으로 데려가죠.” 이제는 결판을 낼 때였다! "예." 빨간 신호등이 켜진 틈을 타 오민은 재빨리 전화를 걸어 경호원에게 주하민을 민 씨 집안 고택으로 데려가도록 했다. 그 후, 오민은 방향을 바꿔 민 씨 집안 고택을 향해 질주했다……약 30분 후, 애스톤 마틴 차량은 고택에 다다랐고, 민지훈은 보름이 넘도록 오지 않았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송진희는 그를 매우 기쁘게 반겼다. "지훈아, 왔니…… 엄마를 보러 온 거야? 난 네가 독한 놈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 송진희는 민지훈을 보자마자 인자한 엄마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그는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고택으로 걸어갔다.집에 들어선 그는 뒤를 따라오는 오민을 보며 물었다.“도착했나요?”“네, 도착했습니다.”“데려와요.” "예." 오민이 대답한 후, 그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송진희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1~2분이 지나자 온몸이 악취가 진동하는 주하민이 고택으로 끌려오고 있었다. 보름 동안 그녀는 썩은 달걀을 수백 번씩 맞아야 했고, 매일 마실 물은 한 모금, 밥은 한 입 밖에 못 먹었기에 이미 살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경호원은 꽁꽁 묶인 주하민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더니 재빨리 옆으로 물러섰다.
송진희는 여전히 위선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 중에서 그녀만큼 주하민의 죽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노부인, 노부인께서는 잘 모르시는군요! 죽은 돼지는 뜨거운 물을 겁내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주하민 같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지훈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로는…… 뜨거운 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민은 웃는 얼굴로 대꾸했고,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설명을 할 때 한 손으로 뜨거운 물통을 들고 있었으며, 마치 송진희에게 한 번 부어보겠느냐고 물어보는 듯했다. 송진희의 표정은 다시 확 바뀌었고, 손을 살짝 떨며 오 씨의 팔을 꽉 잡은 채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소파에 앉아 있는 민지훈의 모습은 온몸이 어둠에 휩싸인 것처럼 무섭고 흉포했으며,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 남자는 마치 생사를 관장하는 악마와 다름없었다. "당신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드리지.” 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하민은 안간힘을 다해 민지훈을 올려다보았고, 그녀의 눈빛에는 생명에 대한 갈망이 가득했다."범인을 밝힌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어때?” 주하민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고, 범인을 밝히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주하민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송진희는 오 씨의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오 씨는 송진희의 손등을 천천히 두드린 뒤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지훈 도련님, 저 여자의 몇 마디 말만으로 어떻게 범인인지 믿을 수 있곘어요? 저 여자의 말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주하민은 오 씨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고,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다. "주하민 씨가 이렇게 된 것을 보고 노부인께서는 상심이 크시겠죠, 지금도 저를 붙잡고 계신 손이 떨리고 있습니다. 주하민 씨는 노부인의 먼 친척입니다. 그녀의 집안사람들은 모두 노부인을 좋아하고, 어제도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지훈 도련님, 무슨 일이든 너무 과분해서는 안 됩니다……하민 씨는 노부인의 먼 친척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하민아, 누가 너에게 지시한 건지 잘 생각하고 말해…… 혹시 조연아가 널 돈으로 매수해서 자작극을 벌이도록 한 거니? 너처럼 착한 아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곘어?”송진희는 그렇게 말한 뒤,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괴로운 척을 했고, 이 일을 조연아에게 뒤집어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하민은 주먹을 쥐며 눈을 감았다.조연아가 민지훈에게 어떤 사람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고, 더 이상 속셈에 속지 않고 말했다.“제가 했어요…… 저 혼자…… 민지아를 대신해서 복수를 하려고요……”물론 누구도 주하민의 말을 믿지 않았고, 오민은 불신하는 표정을 지었으며 민지훈 또한 차가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오 씨가 다시 말을 꺼냈다.“주하민 씨, 정말…… 노부인을 실망시키는군요! 이렇게 선량하신 노부인께서 가장 보기 싫어하시는 게 당신 같은 사람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죠? 노부인의 체면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요? 노부인께서는 진심을 다해 당신을 불쌍히 여겨서 임천시로 당신을 데려갔는데, 이렇게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요! 이건 다 당신이 자처한 일이에요!” 송진희와 오 씨 두 사람의 연기는 매우 뛰어났다. 이때, 민지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더욱 기가 찼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피우더니 잘생긴 얼굴을 들어 올리며 사악한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정말 역겹네.” 그의 말투는 매우 차분하고 무심했기에,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러자, 그는 담배를 비벼 끈 뒤 오 씨의 발 앞에 꽁초를 던졌다.“오민.”그의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오민은 민지훈을 수년 동안 따랐기에 눈빛 하나만으로도 대략적으로 이해했다. 그러자, 오민은 단검을 꺼내 앞으로 나아가 오 씨를 붙잡았다.오 씨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주하민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오민에게 붙잡혀 꼼
두 가드는 오민이 행동을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계속 서있었다.오씨는 이미 두려운 얼굴로 살점 하나 없이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차마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송진희는 이런 오씨를 보고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민 씨, 오씨 일으켜요.”민지훈의 간사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네.” 오민은 피가 흥건한 단검을 들고 송진희를 향해 걸어갔다.송진희는 이 모습을 보고 놀라 감히 오민에게 그녀를 부축해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그녀는 허겁지겁 땅에서 기어 일어나 말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다가오지 마!”오민은 발걸음을 멈추고 히죽거리며 말했다. “부인,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 없잖아!”이 말을 하기 전엔 그나마 나았는데, 이 말을 들으니 송진희는 더욱 무서워졌다.그녀는 바로 손을 뻗어 오민의 앞을 막고 말했다. “오지 마, 오지 마!”“알겠어 알겠어, 내가 안 가면 되잖아.”오민은 여전히 히죽거리고 있었지만, 말투가 너무 이상해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스러웠다.송진희는 빠르게 사람을 보내 구급상자를 가져와 거즈를 꺼내 오씨에게 지혈을 했다.하지만…… 피가 멈추질 않았다.“빨리, 빨리 구급차 불러!”집사는 급히 구급차를 부를 준비를 했다.“누가 감히?”민지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집사는 순간 행동을 멈추고 휴대폰도 빠르게 땅으로 떨어져 모서리에 부딪혀 “쿵” 소리가 났다.집사는 빠르게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이고 다음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오씨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그들은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었는데 지금 어떻게 감히 전화를 할 수 있겠는가?송진희도 그대로 멍해져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곧이어 민지훈이 소파에서 일어나는 게 보였다. 거대하고 웅장한 그의 몸은 사람들을 압도했다.그는 정말 너무 무서웠다.마치 그의 친어머니처럼 무서웠다.사람들은 모두 아들은 엄마를 닮는다고 했다.송진희도 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그의 신발 끝이 움직이자, “콰직” 소리가 나면서 오씨의 손가락뼈가 부러졌다.“아—— 아——” 오씨는 또 한 번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 애초에 허약했던 그녀는 점점 더 죽어가는 듯했다.“그녀에게 욕을 퍼붓다니, 넌 더더욱 죽어야지!”민지훈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발에 더욱 힘을 주었다.오씨는 이미 소리도 못 지를 정도였고, 피범벅인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내가 잊고 있었을 것 같아?”오씨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 마치 산송장 같았다.송진희은 이런 모습을 보고 오씨 대신 빌었다.“지훈아, 여긴 오래된 저택이야! 오래된 저택에서 이런 짓을 하는 것부터 이미 큰 죄를 짓고 있는 거야.너 설마 사람을 죽여야 그만 둘 생각이야? 엄마를 봐서라도 오씨를 놔줘.이 사람도 이미 자기가 잘못한 거 알아! 관용을 베풀 수 있다면 베풀어야지!”민지훈은 송진희의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 올렸다.“관용을 베풀 수 있다면 베풀어?” 그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송진희는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 맞아!”그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도리는 다 알고 계시면서, 제 여자한테 관용을 베풀긴 하셨어요?”“지훈아, 나, 나는 막대한 적도 없어. 그, 그래서 관용을 베풀고 말고의 문제도 없어!”송진희는 당연히 예전에 연아에게 했던 모든 짓을 인정할 리 없었다.“그래요?” 민지훈은 여전히 오씨를 밟은 발을 떼지 않고 오히려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송진희에게 다가가 앉아서 말했다.“그럼 당신은 편히 쉬셔야겠네요.”이 말에는 경고의 뜻이 가득했다.단지 송진희에게 그녀가 연아에게 막 대했거나 상처 입혔던 증거를 발견한다면,그녀 역시 오늘 같은 일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너, 너 이 불효자 같으니라고…… 난 네 엄마야!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말을 해?이렇게 오랫동안 내가 널 허투루 키웠구나! 그 여자 때문에 네 엄마까지 버려?”송진희는 온몸을 덜덜 떨며 민지훈을 향해 큰 소리로 말하고는 눈
오래된 저택을 나서는 순간 오민이 재빨리 따라가 말했다.“지훈 도련님, 제가 이미 도청기를 달아 두었습니다. 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오늘부터 저희 손바닥 안에 있습니다.”“네.”민지훈은 짧게 대답하고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고개를 들어 예전에 연아가 떨어진 3층 베란다를 보았다.위협적인 두 눈이 순간적으로 가늘어졌다. 그렇게 끔찍할 정도로 높았다.언젠가 그녀의 유산은 증거가 드러날 것이다.그리고 그는 직접 그의 어머니를 감옥에 보내게 될 것이다.갑자기 민지훈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보니 할아버지의 전화였다.“할아버지?” 그는 전화를 받았다.민씨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훈아, 어디냐? 연아 왔어! 네가 연아 오면 제일 먼저 너한테 알려달라고 그랬잖아. 빨리 와!”“산수마을에 갔다고요?”이렇게 빠르다고?그의 꼬마 아가씨는 정말이지 너무 착하고 은혜를 갚을 줄 안다.“아이고, 빨리 와. 나 화장실에 숨어서 전화한 거야. 너무 똑똑해서 내가 너한테 말한 거 걸리면 또 도망갈 거야!”민씨 어르신의 말투에는 걱정과 조급함이 담겨 있었다. 평소보다 말하는 속도도 훨씬 빨랐다.“네.” 민지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전화를 끊었다.그는 고급 승용차를 향해 걸어갔다.오민이 재빨리 따라가 말했다. “지훈 도련님, 저희 어디로 가나요?”“산수마을이요.”오민은 멍해졌다. “네? 연아 아가씨가 벌써 할아버님을 뵈러 가셨다고요? 지훈 도련님, 계획대로 되고 있습니다!”오민은 “난 다 안다”라는 표정이었다.민지훈은 그대로 운전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유유히 사라졌다……오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매연을 마시고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왜 항상 나만 상처받아야 하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산수마을 안.민씨 어르신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화장실에서 걸어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연아야, 할아비한테 맛있는 거 해주려고?”연아는 지팡이를 짚고 있는 민씨 어르신이 원기가 왕성한 모습을 보고 웃으며 고개
페이버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르신은 항상 이러세요.분명 디저트는 일주일에 한 번만 먹기로 약속했는데, 주방에서 몰래 디저트 드시는 걸 저한테 몇 번이나 걸리셨어요.말을 해도 안 들으시고, 제가 지훈 도련님께 전화해서 보고드리려고 하면,제가 괴롭혔다고 하시면서 며칠 내내 저랑 말도 안 섞으세요. 아무리 좋게 얘기해도 다 소용없어요……”페이버는 여기까지 얘기하고는 정말 쓰린 눈물을 흘렸다.“할아버님께서 말을 안 들으시는 건 할아버님이 잘못하신 거예요.페이버는 아무 잘못 없어요. 할아버님께서 괴롭혔다고 하시면서 아무 말도 안 하시면, 페이버도 할아버님이랑 말하지 마세요.”연아는 일부러 목소리를 키워 밖에 있는 민씨 어르신이 듣게 했다.민씨 어르신은 이 말을 듣자, 빠르고 조용하게 주방 입구로 가 귀를 쫑긋 세우고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연아는 민씨 어르신의 성격을 잘 알고 다시 한번 말했다.“이제 할아버님께서 화가 나셔서 저랑 말도 안 섞으시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죠.베이비 슈는 못 드시겠어요. 제가 집에서 가져온 푸딩도 못 드시고요!페이버, 이따가 제가 만든 푸딩 맛있는지 드셔보실래요?”“좋아요. 작은 아가씨 솜씨니까 당연히 맛있을 거예요!”“페이버, 저 아가씨라고 부르지 마시고 연아라고 부르셔도 돼요.”어차피 그녀는 민씨 집안 며느리도 아니니, 그녀는 감당할 수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민씨 어르신은 연아가 그에게 디저트를 주지 않겠다는 말을 듣자, 뜨거운 솥 위에 있는 개미처럼 마음이 급해졌다.“이 녀석…… 언제부터 이렇게 나쁜 아이가 됐어? 예전에는 아주 착하게 대하더니, 반드시 지훈이 그 녀석이 물들인 거야!”민씨 어르신은 어린아이처럼 성질을 부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따가 지훈이 오면 내가 꼭 똑똑히 말해둬야겠어. 우리 말 잘 듣고 착한 연아가 이렇게 됐다고!”“이따가 또 누가 와요?”연아는 주방에서 나와 옆에 서있던 민씨 어르신을 보며 물었다.민씨 어르신은 딱 걸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