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율은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믿어.”“그러면 일단 언니 말 듣고 이 일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해. 여전히 넌 엄마가 돌아가신 슬픔에 잠겨져 있고 휴식기를 가지다가 복귀해서 드라마 찍고 활동에 참석해. 이상함을 눈치채게 하면 안 돼.”연아는 범인이 하율을 지켜보고 있을까 봐 신신당부하고 있었다.“언니, 근심하지 마. 내가 연기에는 자신 있어.”“언니가 꼭 알아낼게.”“범인 너무 무서운 사람인 것 같은데, 꼭 조심해야 해.”하율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응답하듯 조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이준국이랑 조연아는 같이 하율이 물건을 다시 정리해 주었다.이준국이 물건을 옮기고 있을 때, 옆집 아줌마들이 유명한 연예인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하율의 집 앞에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이준국은 예의 바르게 물었다.“안녕하세요. 누굴 찾으세요?”“그, 하율이 있는가? 맨날 테레비에 나오던 걔 있잖어. 우린 어릴 때부터 걜 봤다니께.”“우리 손주 얼마나 똘망똘망하게 생겼어. 그 하율이 보고 좀 티비에 같이 데리고 나가라고 부탁해 달랑게.”“그리고 우리 아들 올해 서른인데 아직 결혼을 못했거든. 그래서 하율이한테 소개 좀 해주려고 왔지.”아줌마들의 목청은 점점 더 높아갔다. 물건을 정리하고 있던 하율이 밖의 소리를 듣고 방 안에서 나왔지만, 아줌마들을 본 순간 한숨을 들이쉬더니 뒤로 몇 발짝 물러났다.“야! 하율이! 나 기억나? 옆집에 손씨잖어.”“하율아, 유씨 아줌마. 기억나지?”“하율아, 하율아. 나는? 네가 자라는 걸 내가 옆에서 지켜봤지.”하율은 겁에 질렸다. 이 아줌마들, 하율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귓속에 다시 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 했다.--혼외 딸이라니까. 우리 애같은 바른 애가 어떻게 저런 더러운 애랑 놀아?--우리 애 보고 놀지 말라고 해야겠다. 지 아빠도 싫다는 애를 우리 애랑 놀게 만들면 안 되지!--엄마도 몸 파는 사람인데 그 엄마가 낳은 애가 어디 가겠어. 지 엄마처럼 여우같이 생겨서.
아줌마들은 키가 1.9미터가 넘는 만두를 바라보며 무례하게 소리쳤다. "어떻게 우리를 모를 수가 있다는 거야?! 난 그 아이가 자라는 걸 다 지켜봤다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우리를 잊어버릴 정도로 성공했다 이 말이지! 우리를 도울 줄도 모르고 말이야, 우리에게 집 한 채씩은 주어야 하지 않겠어?!”"맞아, 방금 나와서 한 마디도 안 하는데 우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이 아줌마들은 정말 성가시기 그지없었다. 다행히 만두는 키가 커서 문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위압감 때문에 아줌마들이 들이닥치지 못했고,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들어와서 조하율을 쫓아갔을 것이다.조연아는 수납함을 정리하고 침실 문을 닫은 뒤, 문에 기대어 있는 조하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고, 에어컨이 켜져 있었지만 여전히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무슨 일이야?” 조연아도 밖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즉시 그녀에게 물었다.“밖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누가 왔어?” 말을 마친 조연아는 문 손잡이를 돌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조하율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언니 나가지 마... 만두 오빠는 덩치가 크고 힘도 세서 저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지만, 언니가 나간다면 해코지를 당할까 봐 겁나.”그 사람들에 대한 인상은 매우 깊었고, 그들의 침방울에 익사 당할 것만 같았다……"저 사람들이 누군데? 옛날 이웃집 사람들이야?” 조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나랑 엄마가 여기에 살 때 우리 뒤에서 얘기를 엄청 많이 했던……” 여기까지 말한 조하율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저 사람들이 내가 사생아라고, 엄마가 날 특별히 키워서 나중에 나이트에 보내 돈을 벌게 할 거라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뭐?” 조하율은 아랫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다 지난 일이고. 언니, 나가지 말고 있어. 저 사람들이 날 보지 못하면 분명히 떠날 거야…… 어쨌든 여기에 계속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잖
조연아는 이리도 파렴치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라며 기가 차기까지 했다. "안타깝네요, 거울이 아무리 커도 당신들의 그 크고 두꺼운 낯짝은 비출 수 없을 것 같아요.” 아줌마들은 조연아의 말을 듣자마자 즉시 호통을 쳤다. "왜 이렇게 버릇없이 말을 하는 거야?! 우린 당신보다 수십 년은 더 살았고, 어쨌든 당신보다 어른이라고!” 조연아는 이 막돼먹은 아줌마 무리들을 바라보며 두 손을 가슴에 포갠 채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남의 집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 예의 바른 행동인가요? 저보다 수십 년을 더 살았다고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러면 내 조상들은 당신들보다 수백 년은 더 살았는데, 내 조상들에게 정성을 들여 절하고 또 나한테도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줌마들은 조연아의 질책에 말을 잇지 못했고, 잠시 뒤 연달아 욕설이 튀어나왔다. “조하율 그 계집년을 당장 불러내! 돈이 많다고 거드름을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신은 뭔데? 왜 조하율을 대신해서 말하는 거야?!”아줌마들이 번갈아 가며 큰소리를 쳤다. "난 조하율의 언니예요! 언니가 자기 동생을 대신해서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럼 당신들은 누굴 대신해서 내 동생에게 집을 요구하러 온 거죠?”조연아의 말에는 형언할 수 없는 힘이 뿜어져 나왔고, 그녀의 아우라가 매우 강력해서 아줌마들은 이전만큼 패기가 넘치지 않았다.지금은 오히려……좀 소심할 정도였다! "전 이미 경찰에 신고를 했고, 방금 전 당신들의 언행들을 모두 기록해 뒀으니 그리 아세요.” 조연아의 말에 아줌마들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고, 조연아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여기엔 당신들이 어떻게 내 여동생을 괴롭혔는지, 어떻게 모욕을 했는지 다 들어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에 모두 넘겨줄 겁니다. 내 생각에는 스타 엔터의 회장인 나라면 충분히 당신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조연아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짓을 한 적이 없었
조연아는 입을 가리고 웃었고, 몇 초 뒤 조하율이 문을 열었다.그녀는 조용한 방과 닫힌 아파트 문을 바라보며 놀란 얼굴을 하고 물었다."그, 그 사람들이 어떻게 간 거야?” 만두는 조연아를 가리키며 대답했다.“고모할머니한테 겁을 먹고 다 나갔어. 하율아, 그 아줌마들은 완전히 안색이 변해서 줄행랑을 쳤다니까!” "언니, 어떻게 쫓아낸 거야?”조하율은 조연아를 감탄한 얼굴로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껴안았다. "우리 언니는 역시 너무너무 대단해! 내가 녹화를 했던 프로그램에서 어렸을 때 수공예품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그걸 들고 오려다가 그 아줌마들이랑 딱 마주친 거야. 그래서 한 사람당 5만 원씩 주니까 날 보내줬었는데…… 언니, 정말 대단해!”"인당 5만 원씩 줬다고?” 조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조연아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조하율의 이마를 살짝 찔렀다. "이 바보야!""아..." 조하율은 억울해하며 말했다."어쩔 수 없었어... 내 차 앞을 가로막고, 바닥에 누워서 온갖 억지를 부리는데…… 경찰이 와서 뉴스에 날까 봐 어쩔 수 없이 그랬어……” “그 사람들이 너한테서 한 번 돈맛을 보니까 이번에 네가 다시 돌아왔을 때 또 이런 억지를 부리는 거네.”만두는 조연아의 말에 동감하며 얘기했다."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야. 어떤 사람들은 욕심이 많아서 한 번 단맛을 보면 또 어떻게든 다시 맛보려고 노력할 거라고. 하율아, 넌 너무 착해.”"내가 착하다고 할 수는 없지, 난 단지 싸움을 일으키고 싶지 않을 뿐이야.” "예전에는 나도 항상 그랬어. 많은 일들을 묵묵히 삼켰지만 이게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만 증명해 줬지. 강자는 강하게 대해야 상대방이 무시하지 않는다고.” 조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강해질 거야, 언니한테 배울 거야!” 조연아는 동생의 진지한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하율아, 더 강해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내가 널 지켜줄 거야!” "만두도 너를 지켜줄 거고 말이야.” 조연아의
조하율은 눈을 크게 떴고, 민지훈이 여기에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언니..." 조하율은 옆에 서 있는 조연아를 불렀다. "형부… 아, 아니, 전 형부가 어떻게 여기에 온 거죠?"조연아의 전 남편이라면 저 사람은 자신의 전 형부가 아닌가?조하율은 혼란스러웠고, 마땅한 호칭을 찾을 수 없었다. 조연아는 눈살을 찌푸리고 대답하지 않았고, 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조하율은 민지훈이 한걸음 한걸음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곧바로 복도로 달려갔다. "언니, 난 만두 오빠를 도와주러 갈게!” 조하율은 온화한 성격이었지만, 연예계에서 일을 하다 보니 머리는 잘 굴러갔기에 이럴 때는 당연히 도망쳐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여름 바람이 불어왔고, 피부도 덩달아 뜨거워졌다.조연아는 민지훈이 앞으로 다가오면 뒤로 갔고, 그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민지훈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더 이상 뒤로 가면 도랑에 빠져.” 조연아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정말로 아파트 옆에는 도랑이 있었다. "놔!" 조연아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아주 차가운 태도와 말투로 그에게 소리쳤다. 그는 손을 놓았고 조연아의 손은 자연스럽게 떨어졌다.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고, 어쩐지 좀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 보름 동안 잘 지냈어?” "응.”조연아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지훈 도련님께서 나타나질 않으니 너무 즐겁고 걱정 없이 지냈지.” "그럼 됐어.”그는 안도감을 느끼며 대답했다. "별일 없으면 이만 가, 여긴 당신의 신분이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니까.”조연아는 그를 쫓아내려 했고, 그러자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었다.“그럼 여기는 네 신분이랑은 잘 어울려?” “그건 내 일이야.” 조연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럼 내가 가든 말든 그것도 내 일이지.” “너……”조연아는 아랫입술을 오므리고 돌
민지훈은 위협적인 눈동자를 반쯤 뜬 채로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요.” 그런 뒤 그는 얇은 입술을 살짝 뗀 채로 말했다.“물건들을 옮기세요.” 오민은 어리둥절해하며 잠시 반응하지 못했지만, 바닥에 있는 몇 개의 상자를 보고 순간 깨달았다. 민지훈 도련님은 부하를 시켜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물건을 옮겨 주려는 거였군!왜 항상 상처받는 사람은 도련님일까? 오민은 마음이 씁쓸했지만 즉시 "예"라고 대답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상자를 옮기기 시작했고, 동시에 만두도 상자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오고 있었으며 조하율도 가벼운 물건을 들며 도와주었다. 두 사람은 오민이 헐떡이며 물건을 옮기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시각, 조연아는 이미 차 안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여전히 햇빛 아래에 서 있었고, 그의 모습은 올곧고 위엄이 있었으며 눈빛은 깊지만 어두웠다. 차 안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었다. 분명히 여름이었지만 조연아는 약간 춥게 느껴졌고, 에어컨 온도를 조금 높인 뒤 고개를 숙이고 꽉 잡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동쪽 교외 산수마을……”조연아는 휴대폰을 꺼내 동쪽 교외 산수마을 주소를 검색하며 산수 별장 주소를 검색하려 했지만, 그녀가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 메시지가 왔다. 위치는 동쪽 교외의 산수마을이었고,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바로 그 사람이었다.“내가 갈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 조연아는 약간 짜증이 나서 화면을 잠근 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오민의 도움으로 만두는 빠르게 상자 여러 개를 트렁크에 넣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만두가 감사 인사를 건넸다.“아닙니다, 당연히 도와야 하는걸요! 저희는 앞으로 꼭 자주 만나게 될 겁니다.” 곧이어 조하율도 오민에게 감사를 표한 뒤 만두와 함께 차에 탔다. 차 문을 닫은 후 만두는 엔진에 시동을 걸고 차량을 마을 입구를 향해 몰았다..."언니..." “이것 좀 봐, 민지훈 도련님이 아직도 저기에 있어……” 조하율의 말투에는 약간의 동정심이 담
"차에 타요!” 창문이 내려오며, 짜증스러운 말투가 들려왔다. "네, 타겠습니다!” 오민은 다급히 대답을 한 뒤 문을 열고 재빨리 차에 탔다.차 안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었기에 들어가자마자 여름 더위가 순식간에 가셨고, 오민은 재빨리 차를 몰아 낡은 단지를 떠났다. 고급차는 시내 도로를 순조롭게 달렸다."엄마는 퇴원하셨나요?” "예, 노부인께서는 그저께 퇴원하셨습니다.”오민이 곧장 대답했다. "주하민은 살아 있습니까?” 민지훈이 물었다. "살아 있습니다. 축산 농가에 물어보니 썩은 달걀을 많이 수확했다고 했답니다. 그 여자는 똥통보다도 더 심한 악취가 날 정도로 달걀을 맞았다고 합니다.” 민지훈은 긴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가볍게 두드렸다.“그 여자를 고택으로 데려가죠.” 이제는 결판을 낼 때였다! "예." 빨간 신호등이 켜진 틈을 타 오민은 재빨리 전화를 걸어 경호원에게 주하민을 민 씨 집안 고택으로 데려가도록 했다. 그 후, 오민은 방향을 바꿔 민 씨 집안 고택을 향해 질주했다……약 30분 후, 애스톤 마틴 차량은 고택에 다다랐고, 민지훈은 보름이 넘도록 오지 않았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송진희는 그를 매우 기쁘게 반겼다. "지훈아, 왔니…… 엄마를 보러 온 거야? 난 네가 독한 놈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 송진희는 민지훈을 보자마자 인자한 엄마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그는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고택으로 걸어갔다.집에 들어선 그는 뒤를 따라오는 오민을 보며 물었다.“도착했나요?”“네, 도착했습니다.”“데려와요.” "예." 오민이 대답한 후, 그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송진희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1~2분이 지나자 온몸이 악취가 진동하는 주하민이 고택으로 끌려오고 있었다. 보름 동안 그녀는 썩은 달걀을 수백 번씩 맞아야 했고, 매일 마실 물은 한 모금, 밥은 한 입 밖에 못 먹었기에 이미 살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경호원은 꽁꽁 묶인 주하민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더니 재빨리 옆으로 물러섰다.
송진희는 여전히 위선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 중에서 그녀만큼 주하민의 죽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노부인, 노부인께서는 잘 모르시는군요! 죽은 돼지는 뜨거운 물을 겁내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주하민 같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지훈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로는…… 뜨거운 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민은 웃는 얼굴로 대꾸했고,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설명을 할 때 한 손으로 뜨거운 물통을 들고 있었으며, 마치 송진희에게 한 번 부어보겠느냐고 물어보는 듯했다. 송진희의 표정은 다시 확 바뀌었고, 손을 살짝 떨며 오 씨의 팔을 꽉 잡은 채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소파에 앉아 있는 민지훈의 모습은 온몸이 어둠에 휩싸인 것처럼 무섭고 흉포했으며,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 남자는 마치 생사를 관장하는 악마와 다름없었다. "당신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드리지.” 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하민은 안간힘을 다해 민지훈을 올려다보았고, 그녀의 눈빛에는 생명에 대한 갈망이 가득했다."범인을 밝힌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어때?” 주하민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고, 범인을 밝히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주하민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송진희는 오 씨의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오 씨는 송진희의 손등을 천천히 두드린 뒤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지훈 도련님, 저 여자의 몇 마디 말만으로 어떻게 범인인지 믿을 수 있곘어요? 저 여자의 말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주하민은 오 씨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고,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다. "주하민 씨가 이렇게 된 것을 보고 노부인께서는 상심이 크시겠죠, 지금도 저를 붙잡고 계신 손이 떨리고 있습니다. 주하민 씨는 노부인의 먼 친척입니다. 그녀의 집안사람들은 모두 노부인을 좋아하고, 어제도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지훈 도련님, 무슨 일이든 너무 과분해서는 안 됩니다……하민 씨는 노부인의 먼 친척이지 않습니까! 게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