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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민지훈이 조연아에게 선물했던 유일한 물건, 그런데 그것마저 다시 그에게 돌아왔다니 이런 아이러니한 일이 있나 싶었다.

“고마워요.”

민지훈은 조연아의 영정사진 앞에 조심스레 오르골을 내려놓았다.

오르골이 열리는 순간,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오로라가 찍한 사진 몇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언젠가 조연아가 그에게 했던 말이 민지훈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로라를 보면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던데. 그거 다 거짓말이더라. 백년해로 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우리 결국 이혼했잖아.”

씁쓸한 미소와 함께 사진을 다시 오르골에 넣으려던 그때, 사진 뒷면에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정갈한 글씨체로 적힌 문구.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과 최고의 행운을 너에게 줄게. 민지훈, 사랑해.

혼자 보내는 신혼여행, 그 먼 핀란드 땅에서 덩그러니 남겨져 그가 원망스러울 법도 했을 텐데 오로라를 보며 떠올린 게 그의 얼굴이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어떻게든 그녀의 온기가 느껴질까 오로그로을 꼭 끌어안은 민지훈의 시선이 환하게 웃고 있는 조연아의 사진으로 향했다.

“사랑해, 그런데 그만큼 네가 너무 미워.”

“평생 후회속에서 살아가야겠지?”

민지훈이 나지막히 속삭였다.

“처남 말이 맞아. 설령 네가 다시 살아돌아온다 해도 난 날 용서할 수 없을 거야.”

창밖에서 불어오르는 바람이 민지훈의 눈가에 묻은 물기를 날려버렸지만 고통으로 잠긴 마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했다.

“평생... 네게 사죄하면서 살게.”

...

1년 뒤, 임천시.

최근, 조인주업의 내부 권력 암투에 대한 뉴스가 매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기자회견장,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백장미는 눈물을 흘리고 있고 조학찬은 그런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

“백장미 이사님, 이사님 말대로라면 조연우 대표가 조인주업을 물려받은 뒤로 독단적인 행보를 이어왔고 모든 주주회의에서도 두 분을 완전히 배제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온갖 술수로 두 분의 지분을 노리고 있다는 거죠?”

얼굴을 가득 묻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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