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충분히 도와줬어.”말을 마친 조연아가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역시나 오늘 기자회견장에서의 소란은 기사로 업로드 되어 인터넷을 후끈 달구고 있었다.“저런 사람이 아버지라고. 진짜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네.”“백장미 같은 저딴 사람 때문에 착한 새엄마들도 오해받고 그러는 거야. 저런 사람은 폭행죄로 감옥에서 콩밥 좀 먹어봐야 해.”“그런데 조연우가 청각장애인이었어?”댓글을 읽던 조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조연우는 자존심이 워낙 강한 아이었다. 청각장애인이라는 현실 때문에 동정받는 것도 원치 않았고 자신의 결함을 사람들 앞에서 공개하는 것도 꺼리는 사람이라는 걸 누나인 그녀가 모를 리 없었지만.‘오늘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그런데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이야.’“왜 그래? 무슨 일 생겼어?”고주혁이 살짝 굳은 그녀의 표정을 눈치채고 걱정스레 물어왔다.“아, 아니야.”짧게 대답한 조연아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팀장님, 저 조연아입니다.”“네, 대표님.”“우리 연우에 대한 댓글, 기사 전부 지워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대신 저에 대한 기사 올려주세요.”“정말요? 지금 대표님께서 스타엔터 대표님이라는 사실을 밝히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홍보팀 한시연 팀장이 재차 확인했다.“네. 지금 당장요.”“알겠습니다.”그리고 1분 후, 스타엔터 공식 SNS에 조연아가 새로운 대표로 취임했다는 메시지가 업로드되었다.1년 동안 실종되었던 조연아가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온 것도 모자라 스타엔터 대표로 취임했다는 소식에 대중들의 시선은 다시 조연아에게로 쏠리게 되었다.한편, 밤거리를 달리는 고급스러운 외제차 안.조수석에 앉은 오민이 태블릿을 건넸다.“대표님, 조연아 씨가 스타엔터 대표이사 직에 취임했다는 기사입니다.”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내려놓은 민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기사에 업로드 된 사진 속 심플한 정장에 깔끔하게 머리를 틀어묶은 조연아는 꽤 그럴 듯한 CEO의 모습이었다.“왜 이렇게 큰
“무작정 댓글만 지우면 사람들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대중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다른 기사거리가 필요했던 거죠.”‘조연아, 못 본 사이에 정말 많이 컸네...’그제야 조연아의 뜻을 이해한 오민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조연아 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는 사실이 조연우 씨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보다 더 매리트 있으니까요.”“보다시피.”민지훈이 싱긋 웃었다.이때 오민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고 수락 버튼을 누른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뭐라고요? 장씨 아주머니가 돌아가셨다고요?”그 목소리에 민지훈의 표정 역시 차갑게 굳었다.잠시 후, 통화를 마친 오민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1년 전, 조연아 씨의 식사를 담당했던 장씨 아주머니를 찾았는데... 아쉽게도 한발 늦은 상태로 월세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경찰 검사 결과 자살로 판명되었다고 합니다.”“자살? 꼬리 자르기를 당한 거겠죠.”탁.거칠게 파일을 덮은 민지훈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반 년을 찾아헤맨 사람이 이렇게 허망하게 죽다니.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자 오민은 숨 소리도 크게 내지 못한 채 민지훈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저... 대표님. 조연아 씨의 새로운 거처 주소를 알아냈습니다.”그제야 표정이 조금 풀린 민지훈이 물었다.“거기가 어딥니까?”“저희 그룹에서 새로 분양을 시작한 우여청 빌라입니다.”“차 세워요.”잠시 후, 차가 멈춰 서고 민지훈이 다시 말했다.“김 기사님, 내리세요.”“네, 대표님.”“오 비서님도 내리세요.”민지훈의 시선이 조수석에 앉은 오민에게로 향했다.“알겠습니다.”잠시 후, 운전석에 탄 민지훈이 도로 사이로 유유히 사라지고 덩그러니 남은 오민과 김 기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잠시 후, 우여청 빌라 앞.고주혁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데려다줘서 고마워.”“오늘 많이 피곤했지. 내일 취임식인데 오늘 밤은 푹 쉬어.”조연아를 위해 벨트까지 풀어준 고주혁이 부드러운
“오빠, 오빠도 이제 나이 꽉 찬 거 알고 있지? 주변에 좋은 여자 있으면 내가 소개해 줄게.”은인과도 같은 고주혁에게 조연아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젠틀한 거절이었다.“그럼 나 먼저 올라가 볼게. 조심해서 가.”차에서 내린 조연아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빌라를 향해 달려갔다.도망치 듯 다급하게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고주혁의 미소가 점차 옅어졌다.“알아. 네가 사랑 때문에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새로운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엔... 아직 망설여지는 점이 많겠지. 그러니까 내가 더 노력할게. 연아 넌 그냥 가만히 있어.”애써 감정을 추스른 고주혁은 조연아의 집이 불을 밝힌 뒤에야 아파트 단지를 나섰다....한편,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조연아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려던 순간, 누군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무지막지한 힘에 집안으로 끌려들어간 조연아는 바로 벽에 밀쳐진 채 움직임을 제압당하고 만다.“살려주세요!”본능적인 외침과 함께 조연아의 손은 현관 서랍장 위에 놓인 꽃병으로 향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집안의 불이 켜지고...어둠속에 가려진 잘생긴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자 잠깐 멈칫하던 조연아의 표정이 공포에서 경멸로 바뀌었다.“하, 뭐 범죄자 코스프레라도 하는 건가?”비아냥거림이 섞인 목소리였지만 민지훈은 개의치 않았다.“그 남자랑 무슨 사이야?”“그 남자? 누구?”“몰라서 물어?”민지훈이 목소리를 높였다.“고주혁이랑 무슨 사이냐고!”“내가 주혁 오빠랑 무슨 사이인지 당신한테 일일이 보고해야 해? 무슨 자격으로 지금 내게 이렇게 따져묻는 거지? 또 무슨 자격으로 내 집에 이렇게 함부로 들어온 거고? 민하그룹 민지훈 대표가 이딴 식으로 전 와이프 집에 들락거린다는 게 기자들한테 알려지면 당신한테도 좋을 거 없잖아?”“마음껏 찍으라고 해. 난 상관없으니까.”‘미친 자식.’지금 당장이라도 유리병으로 민지훈의 머리를 내리치고 싶었지만 커다란 손에 꽉 잡힌 상황이 한스러울 뿐이었다.“나랑 주혁 오빠가 무슨 사이
“그래. 남았어, 미련.”이 질문만을 기다렸던 민지훈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조연아, 넌 영원히 내 거야. 내게서 도망칠 생각 따위 하지 마.’묵직한 소유욕이 조연아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차라리 예전처럼 차갑게, 매정하게 굴 것이지. 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왜 다시 날 불안하게 만드는 거야.’그래도 10년간 그의 곁을 지키며 대충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민지훈의 모습은 너무나 낯선 것이라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러는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내가 다시 임천시로 돌아온 게 정말... 제대로 된 선택이 맞긴 한 걸까?’디옹.바로 그대, 초인종 소리와 함께 이모 추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아야, 집에 있어? 이모야. 네가 저번에 부탁했던 거 알아냈어. 연아야? 연아야?”초인종 소리가 다시 울리자 오히려 집 주인인 조연아가 당황하기 시작했다.‘진정해... 침착해.’민지훈을 힘껏 밀어낸 조연아가 창문쪽을 가리켰다.“나가.”“여기 12층이야. 날 죽이기라도 할 셈이야? 내일 아침 기사로 조연아 대표 전 남편 살해하다 이런 타이틀도 나쁘지 않겠네.”이 급박한 와중에 농담이라니.가능하다면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다급하게 그를 끌고 안방으로 들어간 조연아가 옷장 문을 열었다.“들어가.”딩동.“연아야? 안에 있는 거 맞아?”초인종 소리가 다시 울리고...“민지훈, 지금 당신이랑 농담 따먹기 할 기분 아니야. 들어갈 거야, 말 거야.”“들어갈게.”조연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순간, 민지훈의 큰 손이 그녀의 가녀린 목을 확 잡아당겼다.“대신 대가는 받아야겠지?”‘대가?’무슨 대가를 원하는 것인지 결론에 이르기도 전에 두 입술이 서로 맞닿았다.“미쳤어?”겨우 1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이렇게 뻔뻔하게 변해 버린 걸까?하지만 그녀가 화를 내든 말든 어깨를 으쓱하던 민지훈은 얌전하게 옷장 속에 몸을 숨겼다.턱없이
추연과 조연준이 동시에 그녀를 향해 엄지를 내밀었다.“이모, 그나저나 장부 조사는 끝내셨어요?”삼촌 추건이 스타엔터를 이어받은 뒤로 회사는 말 그대로 일낙천장, 3대 엔터회사 자리를 내준 것은 물론 해마다 적자를 이어오고 있었다.그리고 새로운 대표로 취임하게 된 조연아가 장부를 확인하던 중, 미심쩍은 점을 발견해 추연에게 조사를 부탁했던 것이었다.이에 추연이 두터운 파일 꾸러미를 건넸다.“그럼. 언니가 세상을 뜨고 나서 재무팀 하 팀장은 쫓겨나다시피 회사를 떠나고 자기 사람인 유상진을 새로운 팀장으로 내세웠어. 살펴봤는데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더라. 1년 사이에 출처 불명의 자금 이동만 수백억이 넘어.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몇 년 사이에 파산이야.”“장부를 확인했던 회계사는 믿을만한 사람인 거 맞죠?”어디까지나 가족 기업, 사람들이 알아봤자 의미없는 가족들 사이의 세력 싸움으로 비춰질 게 뻔했으니 더 조심스러웠다.“으이그, 너 이모 못 믿어? 특별히 신경 써서 임천시가 아닌 다른 지역 회계법인 회계사로 선임했으니까.”고개를 끄덕이곤 테이블 위에 가득 쌓인 장부를 바라보는 조연아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감히 회사 돈 횡령을 해? 전부 다시 뱉어내게 만들 거야.’쿵!이때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당황한 조연아가 최대한 티나지 않게 안방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이게 무슨 소리야?”추연의 시선 역시 굳게 닫힌 안방 쪽으로 향했다.“뭐 떨어졌나 보죠.”애써 침착한 척하며 대답하는 조연아의 손바닥이 식은 땀으로 축축해졌다.다행히 추연도 조연준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그래? 그럼 나랑 연준이는 이만 가볼게. 너, 여자 혼자 사는 거 쉽지 않다? 항상 문 조심하고, 알겠지?”“내가 애인가. 알겠어요, 이모.”“누나,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조연준이 그녀를 향해 수화를 해보였다.안도의 한숨을 내쉰 조연아가 두 사람을 배웅해 주려던 그때.쿵!안방쪽에서 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소리가 들려오
말릴 틈도 없이 벌컥 문을 연 추연이 안방 이곳저곳을 훑어보았다.작은 스피커와 충전기가 바닥에 떨어져있는 것을 제외하곤 멀쩡한 방안.민지훈이 아니라는 걸 발견한 조연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하, 다행이다...’“별거 아니라고 말했잖아요. 뭐 떨어진 거라니까.”“그래. 뭐, 별일 없으니 다행이고. 난 또 도둑이라도 몰래 숨어들었나 했지.”어딘가 찜찜하긴 했지만 딱히 물증이 없으니 추연과 조연준은 다시 돌아섰다.“그래, 연준이 말이 맞아. 너... 그냥 이모랑 같이 사는 건 안 되겠니?”“이모, 저 괜찮아요. 여기 나름 고급빌라예요. 외부인들은 함부로 들어오지도 못한다고요. 괜찮을 거예요.”‘차라리 도둑이었으면 좋겠네. 옷장속에 이혼한 전남편이 있다는 걸 들켜봐. 어휴, 골치 아퍼.’그 뒤로도 두 사람의 잔소리 세례를 한참 동안 들은 뒤에야 조연아는 겨우 둘을 배웅하는 데 성공했다.“조심히 가세요, 이모.”이 인삿말을 마지막으로 드디어 현관문이 닫히고...이제 드디어 끝이라는 생각에 조연아는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었다.겨우 마음을 추스른 그녀가 돌아서려던 그때, 커다란 그림자가 불쑥 나타나더니 바로 조연아를 벽으로 제압했다.“들키는 게 그렇게 무서워?”언제 들어도 매력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럼.”조연아가 민지훈의 가슴팍을 퍽 밀쳐냈다.“우리 두 사람 이혼한 사이잖아. 전 남편이 내 집 안방에 있다는 걸 들켜봐. 내 해명 따윈 먹히지도 않겠지.”“왜? 왜 그렇게 나랑 선 긋고 싶어서 안달인 건데.”불쾌함이 깃든 표정의 민지훈이 그녀의 턱을 부여잡았다.“당신이 원하는 거 아니었어? 이제야 원하는대로 해주겠다는데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하, 마음이 바뀌었어. 이제 나한테서 벗어날 생각하지도 마.”‘도대체 무슨 수작인 거야...’그리고 다음 순간, 묘한 표정을 짓던 그의 입술이 내려앉고...뜨거운 키스에 잠잠한 호수면 같던 그녀의 마음에 다시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잠시 후, 어디선가 불어온 차가
한편, 바로 송진희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조연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리고 방금 전까지 그를 밀어내던 모습이 무색하게 민지훈의 목을 끌어안고 달콤하게 속삭였다.“선택해. 내 옆에 있을 건지... 자살시동을 벌이는 약혼녀 곁으로 갈 건지.”‘또... 연기를 시작하는 건가?’역시나, 송진희는 조연아가 던진 미끼를 바로 덥석 물었다.“민지훈! 너 지금 어디야? 왜 여자 목소리가 들려!”그 질문에 대답없이 통화를 마친 민지훈은 침대에 누운 조연아를 빤히 바라보았다.“잘자.”이 말을 마지막으로 일어선 민지훈은 부리나케 빌라를 나섰다.쾅.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왠지 메아리가 되어 조연아의 가슴을 울리고 또 울렸다.“하.”침대에 누운 조연아가 피식 웃었다.“1년이나 지났는데... 민지아 넌 여전히 그대로네. 성장이 없어, 성장이.”예전에도 이런 식이었다. 조금이라도 민지훈과 함께 할라치면 아프다, 힘들다 온갖 핑계로 그를 불러가곤 했었다.그리고 그때마다 조연아는 실망하고 슬퍼하며 밤새 돌아오지 않을 그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뭐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내가 민지아한테 고마워하게 될 줄은 몰랐네... 민지훈한테서 어떻게 벗어나면 좋을지 정말 난감했었는데.’킁킁.공기속에 여전히 민지훈의 향기가 남아있는 것 같아 불쾌해진 조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깊은 밤, 새카만 차량이 도시를 빠르게 내달렸다.“선택해. 내 옆에 있을 건지... 자살시동을 벌이는 약혼녀 곁으로 갈 건지.”연기라는 걸 알면서도 달콤한 목소리로 묻던 그녀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조연아 곁에 있고 싶다였다.밤마다 그리워했던 여자가 다시 살아서 돌아온 것보다 더 애틋한 일이 있을까?1분 1초도 그녀의 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민지훈과 조연아는 함께 자리를 뜬 오늘, 민지아가 정말 죽기라도 한다면 조연아는 다른 여자 남자를 빼앗은 천하의 나쁜 사람이 되어버릴 것이다.이제 겨우 회
그 한마디로 순식간에 사람들은 들끓었다.민지아의 생사가 걸린 순간이라 아무리 차갑고 독하기로 소문난 민지훈이더라도 이런 말을 내뱉지는 않을거로 생각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민지훈이 이렇게 말하는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민지아는 민지훈을 본 순간 구세주를 본것처럼 눈빛에 다시 희망이 가득 찼다.“오빠, 역시 나 홀로 내버려두지 않을줄 알았어! 꼭 올 거라고 알고 있었어…나 진짜 너무 아파… 여기가.. 너무 아파…”민지아는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예상이 맞다면 그다음의 시나리오는 민지아가 옥상에서 내려와 민지훈 앞으로 달려가 안기고 그의 품에서 힘없이 쓰러지는 것이다.곧이어 조연아의 예상대로 민지아는 민지훈 품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익숙한 시나리오, 익숙한 레퍼토리, 뭐 뒤의 전개에 관해서는 눈에도 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조연아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시간을 보니 아침 9시에 펼쳐질 투자자회의까지 열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야 한다.곧이어 연아는 책상 위에 놓인 명세장을 들고 차를 몰고 우여청을 떠났다.밤은 깊어 갔지만 아직도 불빛으로 가득 찬 도시의 야밤.연아는 전화 한 통을 걸었다.전화를 받는 소리와 함께 수화기 한편으로부터 중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봐요 연아 아가씨, 이미 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세요? 이렇게 잘생긴 사람을 야밤에 혼자 역에 두면 엄청 위험한 거 모르세요?”“그래 만두야. 2미터에 80킬로 넘는 널 역에 혼자 두고 있으면 다른 분들한테 위협적으로 보일수도 있겠어.”연아는 말을 다 하고 나서 차를 버스 역 옆에 세웠다.“진짜 빨리도 왔네요. 연아 아가씨!”덩치가 엄청난 남자가 차 뒷좌석에 들어와 앉고서는 차 문이 닫히기 바쁘게 연아한테 물어왔다.“그래서 지금 어디 가는거야?”“유 매니저 집.”“유 매니저? 너희 스타엔터에 그 재무팀 매니저?”만두는 며칠 전 이미 연아한테서 스타엔터의 직원 정보를 가졌기에 대충 상황을 알고 있었다.“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