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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그 자식이 또 갑질하면 어쩌려고요? 상류층 사람들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막무가내인지 알아요? 모두가 무서워하는 사람이잖아요. 걱정 마세요. 아빠한테 부탁까지 받았으니까 연아 씨 안전은 내가 책임질게요.”

하태윤이 장난기가 싹 가신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요. 하지만 저 괜찮아요.”

그녀는 하태윤의 앞길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한창 잘나가는 사람인데 민지훈과 안 좋게 엮여서 좋을 게 없었다.

하태윤은 종종걸음으로 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실소를 터뜨렸다.

“저 여자도 한 고집하네.”

말은 그렇게 해도 걱정되었기에 그는 몰래 쫓아가기로 했다.

조연아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입원 병동 5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휠체어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민지훈이 보였다.

창백한 얼굴에 식은땀을 뚝뚝 흘리는 모습,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옆구리가 피로 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민지훈, 당신은 정말 미친 사람이야!”

조연아는 냉철하고 자기애가 강한 민지훈이 자기 목숨을 두고 이런 미친 짓을 벌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녀의 욕설에도 그는 희미한 미소로 화답했다.

그는 진작에 미쳐 있었다.

그녀를 잃은 순간부터 그의 세상은 온통 흑백으로 뒤덮였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무사히 살아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비로소 멈춰 있던 심장이 다시 뛰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전처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를 증오했으며 다가갈수록 그를 밀어내기만 했다.

그래서 그는 미친놈이 되기로 했다.

수천 번 거절을 당한다고 해도 그녀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었다.

민지훈은 상처의 아픔을 꾹 참고 휠체어를 끌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래도 와줬네.”

준수한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조연아는 초췌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순간 말문이 막혔다. 과거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약한 모습이었다.

조연아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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