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가 말 못 한 사실이 있다. 바로 밤마다 대선배가 그녀의 방에 드나든다는 것을.자신의 명예가 손상되는 건 상관없지만 대선배님에게까지 누를 끼칠 순 없는 노릇이었다.“말 못 하겠지? 하긴 증거가 확실한데 변명할 것도 없겠네. 네 이년, 외간 남자와 간통하는 것도 모라자 악마와 결탁하여 약신곡을 해하려 들다니. 약신곡이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넌 조상님들과 사부님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도 있어야 해.”“할아버지, 더 이상 지체하시면 안 됩니다. 얼른 영원포로 저들을 죽이세요!”약신곡의 대장로이자 손기람의 할아버지인 손대동도 현장에 나와 있었다.그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얼른 영원포를 가져오너라!”임건우는 영원포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 탓에 손대동을 막지 않고 이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때, 큰 키에 아우라가 넘치는 사람이 약신곡에서 뛰쳐나왔다.“전 소희가 외부 세력과 결탁하고 동문을 죽이지 않았다고 믿어요. 필시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그는 바로 약신곡의 대제자이자 공손소희의 대선배이다. 소희는 멀리서 자신을 위해 나서는 대선배를 보자 눈시울을 붉히더니 이내 눈물을 흘렸다.“선배님, 전 억울해요. 기람선배가 절 오해하시는데, 전...”이월은 참지 못해 그들의 대화를 가로챘다.“뭐가 억울하고 무서운데! 고작 네 대선배를 꾀는 일이잖아? 꼬셨다고 쳐, 그것도 능력껏 아냐?”그리고 임건우를 힐끗 보며 다시 이어 말했다.“보아하니 이미 임자 있으신 것 같은데 넌 그만 마음 접어야겠어.”순간 어이가 없어진 임건우다.“난 공손 아가씨와는 동료 사이일 뿐이거든? 그리고 난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야, 알겠어?”“와이프도 있는 놈이 바람을 펴?”“...”“말 안 한다는 건 인정한다는 뜻이겠지. 남자들은 다 똑같이 위선적이야!”“너 남자한테 버림받은 적 있어? 왜 극단적으로 생각해?”퍽-이월은 임건우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말 함부로 하지 마! 다시 한번만 더 그래면 죽여버릴 거니까.
대선배의 강렬한 눈빛에 손기람은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 손대동은 모든 상황을 지켜본 후 드디어 입을 열었다.“여호신 너 무슨 뜻이냐? 내 손녀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더냐. 왜 믿질 못하는 거지? 저 시체를 봐. 악마의 소행인걸 진정 모르는 것이냐?”아마도 대선배의 이름이 여호신인 듯하다. 그는 대장로를 향해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옳고 그름은 제가 분별할 겁니다. 장로님께선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손대동이 대차게 거절당하였다. 대장로로서 어린 세대인 여호신이 자신에게 이렇게 대드는 것을 제지시켜야 하는데 그는 단지 말로만 호통을 쳤다. 그 이유는 여호신의 수위가 그보다 더 높은 진정한 약신곡의 일인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실력 차이다. 손기람은 여호신의 물음에 모두 공손소희가 꾸며낸 일이라고, 외부 세력과 결탁했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언가 그녀를 막고 있는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 그녀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모두 말하였다.“신이진이 말하기를 대선배님이 어젯밤 공손소희의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전 공손소희가 대선배님을 꼬시는 줄 알고 불러내 채찍으로 때렸습니다.”“그리고 부여준더러 강간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런데 물에 뛰어들 줄은 몰랐습니다.”스스로 모든 것을 밝힌 손가람에 약신곡 동문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호신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소리쳤다.“형당 관계자는 지금 있습니까?”“네!”한 장로가 입을 열었다.“동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모두를 속인 것도 모자라 약신곡을 꼬드겨 외부인과 물의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처벌하는 것이 좋은지요?”“법률에 따라 교수형에 집행해야 합니다!”“당장 집행하세요!”“네!”형당 관계자가 바로 나타나 손가람을 체포하려는 순간 손대동이 큰 소리로 외쳤다.“감히 내 손녀를 건드리다니! 난 약신곡의 대장로이자 우두머리지. 여
손기람이 죽었다. 그녀의 죽음은 손대동마저 목숨을 잃게 했다. 여호신의 과감한 행동에 기타 동문 제자들을 놀라게 했다. 손대동까지 가차 없이 죽이다니 그는 여간 대단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인파가 점점 흩어지자 여호신은 임건우에게 예의상 몇 마디 건넨 후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저희 약신곡은 세간과 그 무엇도 다투지 않습니다. 저흰 엄격한 규제를 따라 동문 제자가 아닌 이상 안으로 들이지 못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가보죠.”“잠시만요!”임건우가 다급히 그를 불렀다.“또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옆에 있던 공손소희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선배, 사실 임건우 일행은 약재를 구하려고 우릴 찾아온 거예요.”“약재를 구하려고!”여호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소희의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약재 정도는 구해드릴 수 있지요. 어떤 약재를 원하시나요?”“용혈등이요!”여호신은 잠시 멈칫거리다가 의심의 눈초리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용혈등으로 뭘 하려는 건지?”“칠독환의 독을 해독하려고 합니다. 제 동생의 목숨이 위급한 상황이고요.”“죄송합니다만 약신곡에는 용혈등이 없습니다.”미심쩍은 임건우는 불안을 켜고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거짓말이었다.이월은 가차 없이 그의 거짓말을 들춰냈다.“거짓말하고 계시네요. 제 눈으로 직접 용혈등을 봤는데요? 바로 이곳에서.”여호신은 이월을 힐끔 보았다. 그의 시선으로 봐도 이월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이 알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월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의 기운은 수위가 높은 자만이 알아볼 수 있었다. 마의 수위라니, 대부분의 수위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기운이었다.“얼른 가십시오!”“비록 소희를 구해주었다고 하나 약신곡의 몇몇 제자들도 죽이셨으니 이에 대해서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겁니다.”“만에 하나 다시 저희를 찾아오신다면 그땐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여호신은 무표정으로 말을 마친 후 이월을 째려보았다. 참지 않는 성격인 이월을 곧장 불같이 화를 냈다.“우리도 용혈등을 구할
이월의 호통에 임건우는 그만 손을 놓고 말았다. 이월은 다시 강에 빠졌다. 그녀는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야, 이 멍청아, 빨리 날 좀 올려줘. 나 지금 힘이 없다고! 내가 죽는 꼴 보고 싶은 거야?”기분이 오락가락하는 마녀를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임건우는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나도 구해주고 싶지만 또 네 몸을 봐야 하잖아. 네가 화날까 봐 무서운걸. 그러니 강에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뭐라고? 난 다쳐서 헤엄칠 수 없다고! 빨리, 빨리 좀 구해줘. 웁...”이월은 또 강물을 들이켰다. 여호신의 공격이 딱 마침 그녀의 마력을 공제하는 탓에 오장육부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몇 번 물에서 허우적거리더니 이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눈앞은 캄캄했고 숨쉬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임건우를 욕하고 있었다.‘임건우 이 새끼, 귀신이 돼서도 널 괴롭힐 거야!’그리고 그녀는 그만 기절하였다....얼마나 지났을까.이월은 천천히 눈을 떴다. 주위는 빛 한 점 없이 어두컴컴했고 그녀는 방바닥에 누워있었다.“나 죽은 건가?”“여긴 저승?”“나 진짜로 죽었어? 안돼! 임건우 이 죽일 놈, 날 이렇게 강에 내던지다니. 평생 저주할 거야! 평생 고자 돼서 와이프와 자식이 도망가게 될 거야!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하게 될 거야!”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바탕 욕하고 울었다. 이미 죽었는데 오기 같은건 이미 내던진 지 오래다.“넌 정말 악독하구나.”“그러니 남자 친구가 없지.”귓가에 갑자기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건우, 그 자식이다!“나 안 죽었어?”이월은 자기 몸을 더듬더듬 만졌다. 그리고 덥석 가슴을 움켜잡았다.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복부에는 아직도 통증이 남아있었다. 인제야 자신이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여호신의 공격은 그녀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정도로 강했다.그렇다는 건 임건우가 자신을 구했다는 소리, 하지만 이월은 아직도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때마침 화 풀 대상이 찾고 있었던 그녀는 혼자서 즐기는 임건우를 보자마자 눈이 돌아버렸다. 그녀는 나무 막대기를 잡고 곧장 임건우를 향해 돌진했다.쿵-퍽-나무 막대기가 가차 없이 임건우의 등을 후려쳤다. 하지만 임건우의 무명 공법이 자동으로 작동해 나무 막대기가 부서지면서 반쪽은 이월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으악-영식이 있는 임건우는 진작에 이월의 존재를 눈치챘었다. 그는 박장대소하였다.“이걸 보고 자업자득이라고 하던가? 그냥 가만히 있는 건 어때?”이월은 분을 못 이겨 나무 막대기를 던진 후 임건우의 등에 매달려 그의 목을 물었다.“X발.”“너 뭐야? 개라도 돼?”임건우는 속수무책으로 그녀에게 물려버리고 말았다. 피가 목선을 타고 철철 흐르기 시작했다.이미 여러 번 이월의 무례한 행동을 봐줬던 임건우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그는 이월의 팔을 잡고 돌아선 후 그녀를 바닥에 제압시켰다.“헉!”“뭐 하는 거야? 이거 안 놔?”임건우도 의도가 있던 건 아니다. 다만 갑자기 물려 무의식적으로 취한 행동이다. 이참에 제대로 혼쭐을 내주려는 임건우는 그녀를 풀어주지 않고 점점 자기 몸을 붙여갔다. 그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성인 남성이 이렇게 예쁜 여자를 깔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뭘 하고 싶은 걸까. 네가 보기엔 어때?”생각대로 당황한 이월이다. 하지만 그녀도 곧바로 표정을 감추었다. 그리고 몸을 감싸던 손을 들어 임건우의 목덜미를 끌어당겼다.“이거? 날 물속에서 구해주었는데 이 정도쯤은 일도 아니지.”임건우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단지 그녀를 놀라게 하려고 한 것뿐인데 말이다.“알았으면 됐어. 내가 없었더라면 넌 진작에 죽은 목숨이야.”이때, 이월은 갑자기 그의 입술을 덮쳤다. 달콤한 키스에 넘어가지 않을 정상적인 남자는 없다. 더군다나 임건우는 매우 혈기 왕성한 남자인 데다가 한동안 유가연과 신체접촉이 없다 보니 그만 본능에 충실하고 말았다. 몇 초의 정적이 흐른 후 그들은 뜨거운 키스
이월의 간드러진 웃음소리와 말에 임건우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녀의 한마디 때문에 마음속으로 푸념만 늘어놓았다.‘자식이 생기기도 전에 고자가 되다니!’게다가 한평생 여자와 살 수 없는 그렇고 그런 인생이라니! 이보다 더 처참한 인생이 있을까!아악-그는 짐승 울부짖음 같은 포효소리를 내면서 고통을 참은 채 다시 한번 그녀를 바닥에 밀어붙였다.하지만 눈 깜짝하지 않는 이월이다.“뭐 하는 거야? 이 정도로 되겠어? 기다릴 테니까 어디 한번 천천히 공격해 봐.”임건우는 세게 주먹을 날렸다. 이월이 누운 바닥 바로 옆에 굉음과 함께 큰 구덩이가 생겨났다. 만약 그 주먹이 이월에게 향했다면 그녀는 즉사했을 것이다.이월도 긴장했으나 위축되지 않고 도리어 더욱 강하게 임건우를 밀어붙였다. 천마금의 주인으로서 성격도 악마의 기운을 가진 그녀다.“왜? 내가 너무 허를 찔렀나? 그니까 왜 익사하기 직전까지 가서야 날 구했어? 게다가 황량한 벌판에서 날 강간이나 하고 말이야. 넌 고자가 돼도 싸!”“이거 놔!”“고자 주제에 여자를 눕혀서 뭐 하려고? 능력이 되면 나랑 자보던가. 하지만 넌 그럴 수 없잖아? 뭐, 잘 능력이 된다면 인정해 주지.”임건우는 철저히 분노에 휩싸였다. 쫙-임건우는 큰 힘으로 이월의 옷을 찢어버렸다.‘아니 이럴 수가!’임건우는 오늘 이 악마를 길들여야 한다. 그는 두 눈이 시뻘건 채 본능만 남은 한 마리 짐승이 되었다.두 시간 후, 시끄럽던 벌판도 고요를 되찾았다.이월은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트러져 있었다. 그녀는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짐승 같은 놈한테 당하다니!’다른 한편, 임건우는 이월과 전혀 다른 심정이었다.한 시간 전, 이성을 되찾은 임건우는 자신이 벌인 짐승 같은 짓에 당황하였다. 남자로서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다. 이성을 잃은 채 오직 이 여자만을 벌하겠노라는 본능만 남아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가 후회하기를 바랐다. 자신의 아래에서 울면서 잘못을 빌기를.하지
머리 위의 검은 구름이 여러 마리의 뱀이 뒤틀리듯 뒤섞여 있다.찌지직!공기 속에는 번개가 여전히 남아 있는지 찌릿찌릿한 소리를 냈다.구름 사이에 숨겨져 있는 번개가 번쩍이며 존재감을 나타냈다.“비가 오려나?”임건우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옆에 죽은 듯 누워있는 이월의 코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그녀가 살아있는지 확인했다.임건우의 손이 가까이 다가갔을 때, 이월의 기력이 다한 듯한 목소리가 전해왔다.“아직 안 죽었어!”진심으로 이월을 원망했던 임건우는 정말 그녀를 죽일 뻔했다.하지만 두 시간 가까이 마음속에 묵혔던 화를 풀어내니 더 이상 그녀를 원망하지 않게 되었다.가장 중요한 건, 소중한 걸 잃지도 않았고 이월과 잤으니, 기분은 완전히 달라진 상태였다.임건우는 한참이나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내 탓은 아니지. 당신이 원해서 한 거잖아.”이월은 충혈된 눈으로 임건우를 노려보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한숨을 푹 쉬던 임건우는 하늘을 바라보며 화제를 바꾸었다.“비가 오려나 봐. 산 굴속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거 같아. 걸을 수 있겠어?”그의 말에 이월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난 상관하지 마!”임건우는 입을 삐죽이다 강제로 이월을 안아들고 산 굴속으로 들어가려 했다.그 순간, 하늘에서 갑자기 번개가 내리쳤다.쿠릉!귀가 터질듯한 우렛소리에 임건우와 이월은 깜짝 놀랐다.더욱 소름이 돋는 건, 옆의 나무에 떨어지지 않고 번개가 임건우의 머리에 떨어졌다는 것이다.그 모습을 목격한 이월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두 눈으로 직접 임건우가 벼락에 맞는 모습을 보았다.그렇게 큰 번개는 천벌과 다름이 없었다. 그걸 맞고도 살아남을 사람은 거의 없다.‘설마 죽었나?’이월은 지금 느끼는 기분을 뭐로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조금 전까지 임건우와 그런 일을 하고 겨우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임건우가 벼락에 맞는 모습을 목격했다.그녀는 임건우가 너무 빨리 천벌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벌을 받은 것에 대해 기분이 좋아야 하지
천의도법을 전승받았을 때, 임건우는 뇌겁이 있을 거란 걸 진작 알고 있었다.이건 수신자가 꼭 겪어야만 하는 길이다.신동급을 넘어 금단의 경지에 이르려는 사람은 꼭 한번 뇌겁을 겪게 된다. 이건 하늘이 정한 이치이자 수신자에 대한 시험이기도 하다.뇌겁을 견뎌내지 못하면 그동안의 수련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뇌겁을 받고도 살아남게 된다면 뇌겁금광이 내려오게 된다. 그것은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해 줄 뿐만 아니라 수위에도 크나큰 도움을 준다.사실, 임건우는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도겁을 준비하려 했다. 도겁을 도울 방어형 법보를 찾아볼 생각이었다.하지만, 계획은 언제나 변화보다 빠를 수 없다. 아무것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월과 한번 잤다는 이유로 수위가 단계를 뛰어넘을 거란 건 그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높아진 수위를 누르지 못하고 결국 뇌겁을 불러왔다.‘근데, 뭔가 이상한데?’“금단의 뇌겁은 아홉 번의 뇌겁이 있어야 하는데 왜 한 번뿐이지?”“커닝도 이런 커닝이 없잖아!”“설마... 혼돈 구슬의 힘인가?”임건우는 부영록이 전에 혼돈 구슬의 기능에 대해 말해 줬던 게 떠올랐다.혼돈 구슬은 천기를 막는 효과가 있다. 뇌겁도 천기의 일종이니 나머지 여덟 번의 뇌겁은 혼돈 구슬로 인해 모두 피해 간 것일지도 모른다.이월은 뇌겁에 대해 낯설지 않은 모양이다.그녀는 임건우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임건우는 혼돈 구슬에 대해 이월에게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다.두 사람이 부부의 실이 있었다 해도 마녀 이월의 본성을 잘 알았다. 이월은 뇌겁이 줄어든 것에 대한 궁금함보다 임건우를 죽이겠다는 생각이 더 할 것이다.“어쩌면, 네가 마도자여서 내 뇌겁에 영향을 줬는지도 몰라.”그의 말을 듣고 이월은 미간을 찌푸렸다.마도자인 이월도 뇌겁이 있다. 마도자의 뇌겁은 보통 수신자보다 더 무섭다.임건우가 말한 대로라면 임건우의 뇌겁은 자기의 영향을 받았으니 더욱 거세야 하는 게 도리에 맞다.하지만, 달랑 한 번뿐인 뇌겁은 이월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