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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정민기는 얇은 잠옷을 입고 온몸이 흠뻑 젖은 채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박민정을 발견했다. 그녀의 손과 다리는 이미 새빨갛게 할퀸 상처들로 가득했다.

그는 재빨리 물을 잠그고 가운을 집어 박민정의 보일 듯 말 듯 한 몸을 가렸다.

“괜찮으세요?”

그의 목소리는 그리 낮은 편은 아니었으나 박민정의 귀에는 그저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박민정은 창백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제가 병원까지 모셔다드릴게요.”

정민기가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으려 하자 그녀는 옆으로 피하며 말했다.

“안 돼요. 진주에 있는 모든 병원은 전부 김씨 가문의 손아귀에 있어요. 그리고 김인우도 내가 돌아온 것을 이미 알고 있고요. 혹시라도 내가 약을 먹은 것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김인우는 분명 유남준에게 말할 거예요. 유남준이 술에 약을 탔다는 걸 알면 앞으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할 거예요.”

그녀는 겨우겨우 긴 말을 끝냈다.

4년 전, 그녀는 자기를 죽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연지석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김인우를 속일 수 없었을 것이다.

연지석이 곁에 없는 지금, 그녀가 병원에 간다면 그쪽 사람들은 분명 김인우에게 가장 먼저 알릴 것이다.

박민정이 병원을 가지 않고 혼자 이겨내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정민기는 욕실에 들어오기 전, 거실 바닥에 쏟아진 술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하게 되었다.

그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 민정 씨 몸 상태가...”

“얼음 좀 가져다주세요.”

“네. 알겠어요.”

정민기는 주방에 들어가 냉장고에서 얼음을 가져왔다.

얼음 한 봉지를 통째로 욕조 안에 넣자 살을 에는 듯한 차가움이 박민정의 달아오른 몸을 그나마 편하게 했다.

정민기는 또 의약 상자를 가져와 그녀 옆에 놓았다.

“고마워요.”

박민정은 진심 어린 말투로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민기는 아무 말도 없이 욕실을 나가 그녀가 정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면서 연지석에게 그녀의 안부도 전해줬다.

몇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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