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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경비원들은 송시후를 보고 눈만 멀뚱멀뚱 뜬 채 감히 한 명도 움직이지 못했다.

송씨 가문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일개 경비원이 굳이 명문가 도련님의 미움을 살 필요는 더욱 없었다.

“왜? 나와 진짜 해보자는 거야? 그래! 그게 소원이라면 어쩔 수 없지!”

송시후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안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탕’하고 놓았다.

그 종이를 본 유효진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것은 다름 아닌... 레시피다!

그것도 유효진의 회사에서 이제 막 개발한 내일 신제품 발표회에 사용할 바로 그 레시피였다.

이 레시피가 유출되는 순간, 회사는 바로 끝장이다!

“네가 어떻게 뷰티밤 레시피를 갖고 있어?”

유효진은 한 손으로 레시피가 적혀져 있는 종이를 낚아채며 물었다.

“찢어버려도 소용없어. 그거 복사본이니까.”

송시후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이 세상에 돈으로 해결 안 되는 게 어디 있겠어? 돈만 있으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게 다 네 거야.”

“뷰티밤 효과는 꽤 괜찮은 것 같아. 일단 출시만 하면 분명 전국에서 핫해 질 거야. 하지만 이 레시피를 내가 유출이라도 하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순간 유효진은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만약 레시피가 유출되면 그동안 그녀가 했던 모든 투자와 노력은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제품 발표회에 초대한 많은 미용 업계의 거물들의 미움까지 살 수 있으며 그 후에는 일어서려고 해도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뭘 원하는 건데...!”

유효진은 맥이 빠진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뭘 원하는지 진짜 몰라?”

송시후는 의기양양한 승자의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딱 두 가지! 사업을 망치든지 아니면 내 여자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든지!”

“파렴치한 인간!”

유효진은 혐오스러운 얼굴로 송시후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비열한 수단을 써가며 나에게 강요를 하려고? 절대 그렇게 못 해!”

“그래? 그럼 나도 오늘 강제로 할 수밖에 없겠네!”

송시후는 욕망이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손을 뻗어 유효진을 잡으려고 했다.

“나쁜 자식, 우리 언니 건드리지 마!”

유설진은 그녀 앞을 가로막더니 경비원을 향해 소리쳤다.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았으면 일은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이 인간 당장 끌어내요!”

그 말에 경비원들은 그제야 동요되는 듯했다. 어쨌든 유씨 가문에서 일을 하면서 그들도 꽤 괜찮은 대접을 받았기에 송시후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건드리기만 해봐? 죽여버릴 거야!”

하지만 송시후의 또 한 번의 기선 제압이 그들을 멈칫하게 했다.

“너희들이 옆에서 가만히 있으면 일 인당 2천만 원씩 줄게.”

송시후의 협박과 회유에 경비원들은 결국 고개를 숙인 채 못 본 척하기로 했다.

유설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봤어? 너희 집 개들도 너를 돕지 못하는데 네가 무슨 수로 나와 싸울 건데? 얌전히 위층 호텔 방에 가서 나를 만족시키는 게 먼저지 않을까?”

송시후는 기세등등한 얼굴로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이 순간 유효진은 완전히 절망 속에 빠진 듯했다. 송시후가 이렇게까지 그녀를 벼랑 끝으로 내몰 줄 몰랐기 때문이다.

“나쁜 놈, 우리 엄마 건드리지 마!”

그때 연우가 갑자기 달려가더니 송시후의 손을 물었다.

“악!”

송시후는 순간 아픔을 호소하면 언성을 높였다.

“이 꼬맹이가? 감히! 한 번만 더 나서면 죽여버릴 거야!”

그러고는 발을 들어 연우를 걷어차려 했다.

하지만 송시후의 발이 연우에게 닿기도 전에 다른 한 발이 그의 가슴을 거세게 밀쳐냈다.

“악!”

송시후는 비명을 지르며 축구공처럼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자기를 때린 사람이 유효진이 만나는 애송이인 것을 확인한 송시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 자식이 감히! 나에게 손을 대? 그 결과가 어떨지 생각은 해 봤어?”

송시후는 초라한 모습으로 바닥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임찬혁은 하찮은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

“결과는 네가 더 얻어터지는 것뿐이겠지.”

“그래? 그럼 나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지 똑똑히 알려줄게.”

그러더니 송시후는 경비원을 보며 외쳤다.

“이 자식 때려죽인 사람에게 20억 줄게!”

그 말에 경비원들은 귀가 솔깃했다.

20억!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들은 평생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다.

서로 눈을 마주친 경비원들은 바로 임찬혁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이들이 어찌 임찬혁의 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

퍽퍽퍽!

1분도 안 되는 사이 그들은 모두 바닥에 드러누운 채 비명을 질렀다.

“돈에 눈먼 자식들 같으니라고!”

임찬혁은 경비원을 향해 다시 한번 발길질을 한 후 송시후 앞으로 걸어갔다.

“왜? 어쩔건데! 나는 송씨 가문의 큰아들이야!”

송시후는 당황한 얼굴로 임찬혁을 보며 말했다.

임찬혁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씨 가문의 큰아들? 그럼 내가 도련님께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리지!”

임찬혁은 송시후의 멱살을 잡고 가볍게 들어 올리더니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이 뺨은 남을 업신여긴 값이고 이 뺨은 남의 사업 비밀을 훔친 값이야. 그리고 이 뺨은 여자를 괴롭힌 값이야!”

...

임찬혁의 거센 따귀에 송시후는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순간 임찬혁에 대한 유효진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그녀는 임찬혁이 본인 주제도 모르고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자신을 구한 사람이 바로 어제 무모하다고 생각한 임찬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월급을 주던 경비원들은 오히려 돈에 눈이 멀어 주인을 배신했다.

순간 유효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임찬혁이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잘했어요!”

송시후의 얼굴이 임찬혁에게 맞아 부어오른 것을 본 유설진은 속이 다 풀리는 것 같았다.

오늘 임찬혁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와, 아빠 너무 멋져요!”

옆에 있던 연우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너... 이 자식, 죽여버릴 거야!”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없는 송시후는 이성을 잃은 듯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나를 협박해? 그래 해봐! 어디 한 번 해봐!”

임찬혁은 말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송시후의 뺨을 몇 대 더 갈겼다.

너무 많이 얻어터진 송시후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계속 협박할 거야?”

임찬혁이 손을 들고 다시 한번 때리려는 자세로 물었다.

“아니... 안 할게!”

잔뜩 겁에 질린 송시후는 일단 굴복하는 척하기로 했다.

이대로 계속 기세를 굽히지 않다가는 진짜로 임찬혁에게 맞아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꺼져! 다시 한번 유 대표 건드리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

임찬혁은 공을 던지듯 송시후를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지독한 자식! 그래 어디 한 번 두고 봐!”

송시후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독기 서린 눈으로 임찬혁을 쳐다보고는 허둥지둥 도망쳤다.

경비원들도 상황이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자 서둘러 호텔에서 나왔다.

“다치지는 않았어요?”

유효진이 관심 어린 눈으로 임찬혁을 바라봤다.

오늘 그녀는 확실히 임찬혁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까짓 조무래기들 때문에 다칠 리가 없죠.”

임찬혁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옆에 있는 유설진은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듯 씩씩대며 말했다.

“송시후가 바람둥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인간쓰레기였어. 그런데 뷰티밤 레시피를 손에 갖고 있는데 어떡하지?”

유설진은 초조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뷰티 컴퍼니는 언니에게 크나큰 기둥 같은 존재로 뷰티밤은 뷰티 컴퍼니의 모든 희망을 담고 있었다.

혹시라도 지금 이 상황에 레시피가 외부로 유출되면 언니가 심혈을 기울여가며 했던 모든 노력이 하루아침에 전부 물거품이 된다.

잠깐 사이 유효진은 어떻게 대처할지 머릿속에서 계속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마땅한 대책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뷰티밤 크림에 대응할 만한 신제품을 당장 개발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이런 상황을 뒤엎을 만한 방법이 없었다.

순간 깊은 무력감이 그녀를 휩쓸었고 그녀는 다리가 풀려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절망감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 막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에게 들이닥친 큰 고비에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저도 모르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언니!”

유설진이 다급히 뛰어와 유효진을 부축했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유효진이 또 쓰러지기라도 하면 모든 게 끝장난다.

“유 대표에게 약을 먹이세요!”

임찬혁은 재빨리 회춘단 하나를 꺼내 유효진에게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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