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는 이민혁의 건방진 말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그는 자신의 신분으로 몇 마디만 하면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민혁은 그의 존재를 알면서도 움츠러들기는커녕 거만하게 행동했다.서호는 눈살을 약간 찌푸리고는 이민혁을 향해 말했다.“젊은이, 그냥 평화롭게 이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지만 이렇게 나온다니 내가 할 수 없이 손을 써서 자네에게 교훈을 줘야겠네.”서씨 가문의 사람들은 기뻐하면서 힘없이 나가떨어질 이민혁을 안쓰럽게 쳐다봤다.‘성역의 경지에 오르면 천하무적이 아닌가! 그런 큰 어르신이 직접 나서는데 그 어떤 존재가 살아서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겠는가!’연회장 안의 모든 이목은 이민혁에게 쏠렸고 전국의 수많은 네티즌도 이민혁의 반응을 지켜봤다.서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연회장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영적 위압을 뿜어냈다.그의 위압적인 행동에 사람들은 성역의 무서움을 느끼면서 절세 고수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다들 마음속으로 이민혁을 동정하기에 바빴다.하지만 이민혁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말했다.“어르신, 며칠 전 밤 산꼭대기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십니까?”“뭐? 자네?”서호는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민혁을 바라보았다.이민혁은 웃으면서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그날 저녁 어르신의 총 실력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그날 그 선배님이라고요?”서호는 그제야 자기 앞에 있는 이하늘이 며칠 전날 밤 산꼭대기 전투에서 자기를 무참하게 짓밟았던 젊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달라진 이민혁의 얼굴에 당황했지만, 강한 능력을 갖고 있는 이민혁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얼굴을 바꾸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서호는 위풍당당했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허리를 굽혀 이민혁에게 인사했다.“선배님 앞에서 제가 멋도 모르고 무례한 짓을 했네요,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생각지도 못한 서호의 행동과 말투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버지, 지
서호는 서광은을 발로 걷어찬 뒤 이민혁을 향해 말했다.“선배님, 더 이상 속물들과 상대하지 마시고 제가 책임지고 이 일을 마무리 짓겠습니다.”서호는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춘 이민혁이 화를 낸다면 서광은은 고사하고 서씨 가문을 하룻밤 사이에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도 이민혁의 존재를 알지 못했더라면 천하에 자기가 다스릴 수 없는 존재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수행을 하면 할수록 이민혁의 무서운 실력을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이유 불문하고 사과하기에 급급했다.이민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기자들과 비관계자들은 이제 밖으로 내보내고 서명욱이 오 씨 남매에게 정식으로 사과만 한다면 그냥 없던 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이민혁도 서호의 체면을 봐서라도 일을 크게 만들기도, 따지고도 싶지 않았다.“네, 선배님!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그 사이 마침내 정신을 차린 서광은은 서호에게 큰 소리로 따졌다.“아버지! 저놈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예의를 지키시는 겁니까? 지금 아버지의 행동이 저희 서씨 가문의 명성에 먹칠을 하신다는 것을 모릅니까?”서광은은 사람들 앞에서 통쾌하게 복수를 하려던 것과는 달리 상황이 너무 허무하고 창피하게 흘러가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서호가 왜 이천책에게 이토록 공경을 표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서호는 크게 화내면서 서광은의 얼굴을 힘껏 내리쳤고 그 충격에 서광은은 선혈과 함께 이빨 몇 개를 토해냈다.“이놈아, 네가 저분이 누군지 알고 나대는 거냐! 네 아버지인 내가 존경하시는 분이라는데 네가 뭐라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냐!”서호는 서광은에게 이민혁은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계속 일깨워줬지만, 서광은은 듣기는커녕 오히려 서호에게 화낼 뿐이었다. “아버지께서 나서기 싫으시다면 제가 직접 저놈을 처리하겠습니다! 팽 서장!”서광은의 외침에 남부 경찰청 서장인 팽전이 성큼성큼 다가왔다.“이하늘이 내 가족을 폭행한 것도 모자라 중해 그룹을 모독했어! 당장 구치소에
연회장 안의 기자들과 관중들은 생각지도 못한 진희의 폭로에 놀랐다.서씨 가문의 사람들에게는 조강이 어제의 충격으로 아직 의식불명 상태이니 이민혁이 사람들 죽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팽전은 다시 한번 이민혁에게 말했다.“지금 이 자리에 당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증언이 있으니 경찰서에 함께 갑시다. 제가 강제 집행까지는 하지 않을 테니 협조해 주십시오.”진희는 이민혁만 잡으면 남아있는 오 씨 남매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서명욱은 자기가 치른 혹독한 대가에도 이민혁과 오 씨 남매가 벌을 받지 않는다면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서광은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람들 앞에서 이민혁의 오만함을 꺾어야만 중해에서 머리를 들고 다닐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오동훈과 오선영도 경찰 서장의 등장에 따라서 긴장했다.‘설마 이대로 민혁 씨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오 씨 남매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면서 팽전이 이민혁을 끌고 간다면 모든 재산을 털어서라도 구해내겠다고 마음먹었다.그러나 이민혁은 팽전에게 당당하게 말했다.“절 잡기에는 아직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젊은이, 아무리 싸움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국가기관이랑 맞서 싸우면 결과가 매우 심각할 것입니다.”팽전이 말이 떨어지자, 특수요원들은 하나같이 이민혁을 향해 총을 겨눴고 평전은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냈다.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은 숨을 죽이고 이민혁의 반응을 지켜보았다.서 씨 가문의 사람들의 얼굴에는 이미 승리의 미소가 번져 있었다.그들은 서광은이 평소 경찰서와 원만한 협력관계를 유지한 덕에 오늘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진희도 오선영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승리의 여신은 언제나 자기 편이라는 생각에 기뻐서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바로 그때 이민혁이 손을 내미는 행동에 팽전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긴장했다.이민혁은 팽전에게 증명서를 건네며 말했다.“잘 보고 결정하시길 바랍니다.”증명서를 받은 팽전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
연회장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이민혁은 멍하니 서있는 서광은을 보면서 말했다.“날 상대할 다른 방법이 또 남아있습니까? 뭐든지 기꺼이 받아들이지요.”서씨 가문에 하나뿐인 성역 강자도 이민혁을 선배님이라고 칭하고 경찰 서장까지 그를 구속할 권한이 없다고 쩔쩔매는데 서광은에게 더 이상 상대할 방법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서광은은 그제야 이민혁이 실력도 신분도 막강하고 신비로운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가문의 수장답게 더 이상 몸부림을 치지 않고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우리 서씨 가문이 졌다는 것을 인정하니 선배님이 원하는 걸 얘기만 하십시오.”이민혁은 담담하게 답했다.“무슨 요구든 다 들어준다면 당신들 가문이 무너지는 건 어떻습니까?”서광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서씨 가문의 사람들도 덩달아 공포에 질렸다.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서호가 나서서 말리기 시작했다.“선배님, 저희 불찰로 자손들이 오만하고 무식하게 선배님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제가 사죄하고 앞으로 기꺼이 선배님의 추종자가 되겠습니다.”연회장 안에 있던 나이 많은 사람들과 무인들은 서호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른바 추종자라면 자기의 명예와 생명을 걸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고 배신하면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는 것은 둘째 치고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이민혁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서호를 바라봤다.하지만 서호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제가 선배님의 추종자가 되겠다는 것은 진심입니다. 서씨 가문을 위해서라기보다도 선배님의 곁에서 수행을 배우면서 선배님을 위해 봉사하는 동시에 저의 수행 실력도 향상하고 싶습니다.”서호는 이민혁이 서씨 가문을 멸망시키겠다는 말은 절대 허황한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민혁은 가문의 멸망뿐만 아니라 서호를 단번에 죽일 수도 있는 존재였다.그러기에 서호가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춘 이민혁을 존경하는 마음에 그의 곁에서 수행 실력을 배우겠다는 마음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추종자
서씨 가문의 완패는 말할 것도 없고 경찰 서장까지 그의 명령에 복종하는 상황에 그의 신분을 추측할 수도 없었다.진희는 자기의 인생이 완전히 끝장났다는 것과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그제야 자기가 멋도 모르고 오선영을 괴롭히고 더군다나 이민혁에게 폭언한 것들을 후회하기 시작했다.‘이하늘과 오 씨 남매가 날 용서하지 않겠지?’그녀는 무기력, 절망, 두려움 등 온갖 감정이 복받쳐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이때 이민혁은 서호를 향해 느긋하게 말했다.“네가 내 추종자가 되었으니 서씨 가문의 일은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감사합니다.”서호는 허리를 깊이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서광은은 이민혁이 당연히 힘으로 서씨 가문 사람들에게 더없이 가혹한 처벌을 내릴 거로 생각했는데 책임을 묻지 않는다니 놀라서 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얼른 일어나 이민혁에게 감사함을 표했다.“선배님의 관대함에 감사드리며 저 서광은은 서씨 가문 전체를 대표하여 이번 일로 교훈을 얻어 과거의 잘못들을 깊이 반성하고 고치도록 하겠습니다.”“서씨 가문을 용서한다고 해도 서명욱과 진희는 용서할 수가 없네.”이민혁은 서씨 가문의 오만함은 용서할 수 있어도 서명욱과 진희가 오 씨 남매에게 한 일은 반드시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자 서광은은 바로 답했다.“선배님 안심하세요, 지금 당장 서명욱을 모든 직책에서 해임하고 서씨 가문에서 쫓아낼 것이고 진희는 앞으로 다시 연예계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오 씨 남매는 그제야 그동안 받았던 모든 수모가 씻겨 내려가면서 속 시원해졌다.서명욱은 절망에 눈에 초점이 없었고 진희는 영혼을 빼앗긴 것처럼 안색이 창백했다.“그럼, 자네한테 맡기도록 하지, 하지만 내 돈은 돌려받아야겠네.”말을 마친 이민혁은 오 씨 남매를 데리고 연회장 밖으로 나갔고 서호도 마치 남겨진 자손들은 걱정되지 않는 듯 환하게 웃으면서 그들의 뒤를 따랐다.연회장 안은 계속 죽은 듯 고요했고 주요
이민혁은 오 씨 남매에게 물었다.“또 무슨 일 있나요?”오동훈과 오선영이 차례로 말했다.“선배님께서 큰 도움을 주신 걸 저희가 아직 제대로 감사 인사도 드리지 못했는데 이렇게 급하게 떠나시면 안 됩니다.”“그러니까요, 선배님! 며칠만 더 머무르세요.”하지만 이민혁은 그들의 만류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아직 서경에 많은 일이 남아 있어 오래 머물 수 없습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고 이만 떠날게요.”두 사람의 만류에도 이민혁의 의지가 굽혀지지 않자, 오동훈은 결국 이민혁과 서호의 비행기표를 끊어주고 공항까지 배웅했다.헤어지기 전, 오동훈은 이민혁에게 말했다.“선배님, 주식에 관한 일은 제가 모든 절차를 마치고 서경에 가서 설명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그러지 않아도 돼요.”이민혁은 오 씨 남매의 반복되는 권유에 할 수 없이 주식을 받기로 결정했다.그 후, 이민혁은 서경 측에 전화를 걸어 몇 가지 일을 지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비행기에 올라타 서경으로 향했다.서경 공항에는 백오경이 마중 나와 있었고 세 사람은 차를 타고 해호섬으로 향했다.저녁 9시가 넘어, 이민혁은 서호를 데리고 해호섬의 한 회의실로 들어갔다.회의실에는 서규호, 정원, 민준과 백수지가 앉아 있었다.서규호와 정원은 서경의 3대 가문인 서씨 가문과 정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온 가장이었고 민준은 전 민씨 가문의 가장인 민경호의 죽음으로 그의 아들 민진 대신 자리에 오르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민준은 자리에 부임하자마자 서규호, 정원과 마찬가지로 이민혁에게 충성을 표했다.이민혁이 서호와 백오경을 데리고 들어오자, 네 사람은 얼른 일어나 인사했다.그는 가장자리에 앉으면서 사람들에게 말했다.“이분은 중해의 서호이고 갓 성역의 강자에 입성했습니다.”성역은 보통 존재가 아니었기에 모두 황급히 일어나 서호에게 인사하며 존경을 표했고 서호가 답례하고서야 자리에 다시 앉았다.이민혁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했다.“원래는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저와 다들 깊
뒤이어 백오경도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선서했다.애초부터 외톨이었던 백오경은 그가 이민혁의 추종자가 되겠다고 해도 간섭할 사람이 없었다.마지막으로 일어난 민준은 수련도 못 하는 자기가 왜 민씨 가문의 주인이 되었는지 의문이었지만, 이민혁에게 예의를 갖춰 진실한 생각을 말했다.“민씨 가문은 그동안 선배님께 많은 폐를 끼쳐드렸습니다, 하지만 매번 선배님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희 가문을 용서해 주시고 그 어떠한 벌도 내리지 않으셨죠. 전 그저 보잘것없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선배님의 추종자가 되어 끝까지 모시겠습니다.”이민혁도 민준의 진심이 우러나오는 선서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로써 이민혁에게는 여섯 명의 추종자가 생겼다.물론 그들의 실력은 천차만별인 데다가 평범한 사람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그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서원, 안수연, 남지유 세 사람은 이민혁의 친구이자 연인이기에 그들에게는 자기 추종자가 되라고 요구할 생각은 없었지만, 양예찬은 조금 달랐다.그리고 추소영은 혈신교의 협력자를 상대하기 위해 머무르고 있는 손님이었기에 추종자가 될 필요가 없었다.이민혁은 여섯 사람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여러분이 직접 저의 추종자가 되겠다고 선택하셨으니 저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세운 규칙은 여러분도 잘 알 거로 생각합니다. 첫째, 검은 산업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둘째, 함부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다만,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순간에는 허용하도록 합니다.”이민혁은 검은 산업이 생기는 순간 강한 무력이나 이익을 위해 수시로 분쟁을 일으켜 사상자를 낼 거라는 것을 짐작했기에 이러한 규칙들을 만들었다.그가 만든 규칙이 사회와 나라가 안정하게 발전하는 데 한몫한 셈이었다.이민혁의 말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규칙을 지키고 영원히 충성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번 맹세했다.이민혁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여기는 언제든 여러분들을 위해 열려 있기에 다들 각자 하던 일 하세요.”이어서 그는 서호에게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