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백리의 두 눈에는 실핏줄이 잔뜩 생겨났고 온몸에도 핏줄이 불끈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한순간 백리는 급변했고 하천이 고개를 돌려 보니 이미 괴물처럼 포효하고 있었다. “안 돼.” 하천은 눈살을 찌푸렸고 지금 이 상황의 원인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때 백리는 온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당장이라고 폭발할 것만 같은 그의 모습에 하천은 잽싸게 그를 침대에 밀어붙였다. 그 큰 침대는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하천은 얼른 한 손에 패도진기를 모아 검갑 안의 경흥검을 진압했고 동시에 백리의 체내에도 진기를 주입해 넣었다. 그러자 곧바로 한 줄기의 맑은 기운이 백리의 온몸에 스며들었고 한참이 지난 뒤 그는 서서히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백리는 겨우 몸 안의 기운을 가다듬은 후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하천과 백리는 서로를 마주 보았는데 할 말이 많아 보였다. “2년 만에 네가 이렇게 강해질 줄 정말 상상도 못 했어.” 백리는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 “난 2년 동안 줄곧 전국을 돌며 검도의 강자들과 대결을 해오면서 스스로 충분히 실력이 빨리 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넌 그동안 반신까지 되었을 줄이야.” “참, 그렇지 않아도 전에 네 소문을 얼핏 들은 적 있어. 용조의 두 반신께서 널 도왔고 죽을 뻔한 적도 몇 번 있었다면서?” “네. 혹시 제갈 홍루 선배께서 돌아가신 건 알고 있나요?” 하천이 물었다. 이 말에 백리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돌아가셨다고?” “네.” 하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의 일이예요. 형님은 그동안 H국의 일에는 완전히 관심이 없었나 보네요.” “맞아. 확실히 내가 직접 H국의 소식을 찾아보진 않았으니까 말이야.” 백리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결국 용조의 버팀목이셨던 그 분께서도 세상을 뜨고 말았구나. 참 안타깝네.” “그런데 하천, 네가 고려에는 무슨 일이야?” 하천이 대답했다. “가을이가 프로젝트 땜에 이곳에 와야 해서 저도 함께 온 겁니다.” “그건 그렇고 형님은 당시
백리는 순간 두 눈이 번쩍였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안 될 건 없어. 다만 이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례가 없으니 혹시 도중에 어떤 변고가 생길 지를 예측할 수 없는 거지.” “걱정 마세요.” 하천이 말했다. “무도의 길은 원래 각종 위험이 따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제 아내 쪽 일만 마치면 함께 H국으로 돌아갑시다. 제가 형님이 그 만물겸검의 경지에 오를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래.” 백리는 고려에서 하천을 만난 후 드디어 2년간 이어왔던 전투를 드디어 멈출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만약 하천이 반신이 아니었다면 백리는 하천을 따라 H국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필경 백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으니 말이다. 비록 계속 끊임없이 전투를 치르는 것이 아주 어려운 길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시간에 쫓기고 있는 백리에게 더 좋은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하천은 이미 반신의 경지에 올랐기에 백리는 지금 하천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빠른 최선의 방법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므로 백리는 일단 하천과 함께 호텔에 묵기로 했다. 잠시 후, 저녁 무렵이 되었지만 주가을 일행은 호텔로 돌아오지 않았다. 하천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가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뭔가 이상해!!!” 하천의 마음속에는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왔다. 그가 아는 주가을은 절대 핸드폰을 꺼놓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을에게 사고가 생긴 게 분명해.” 하천은 마음이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겨우 침착함을 유지한 채 우성 그룹으로 찾아가려 했다. 이때 마침 방에서 나온 백리는 잔뜩 불안해 보이는 하천의 모습을 보고 물었다. “왜 그래?” “우성 그룹에 협상하러 간 가을이 지금까지 연락이 되지 않아요. 지금 이 시간이면 돌아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아직 돌아오지도 않았고요. 게다가 전화도 꺼져 있으니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그러니 지금 당장 그 회사에 가보려고요.” “그럼 나도 함께
이 순간 하천의 머릿속은 새하얘졌고 동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하천은 16층의 유리를 부수고 뛰어내린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본 하을 그룹 팀원들은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무의식적으로 그 창가로 달려갔지만 순식간에 사라진 하천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때 고려의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은 마치 밤하늘의 유성과 비슷한 물건이 빠른 속도로 저공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은 바로 분노한 하천이 미친 듯이 이씨 장원으로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씨 장원은 고려 최고의 재벌인 이씨 가문의 본거지로서 수십 채의 별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다가 그 안에 사는 이들은 모두 이씨 가문 사람들이었고 장원은 마치 하나의 궁전처럼 매우 화려하고 넓었다. 뿐만 아니라 이씨 장원 전체에는 수백 명의 경비원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저마다 총기를 휴대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보안은 아주 철저했다. 진기를 이용하여 저공에 떠오른 하천은 경비원들의 눈을 피해 빠르게 이씨 장원 안으로 들어갔고 거대한 나무 아래에 몸을 숨겼다. 이때 이씨 장원 전체는 비교적 밝았고 경비원들도 무리를 지어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하천은 반신의 강대한 능력으로 이 주변의 움직임을 느끼기 시작했다. 비록 하천은 전설의 그 신령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이 장원 안의 움직임은 전부 감지할 수 있었다. 잠시 후 하천은 드디어 주가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약 20초 후, 하천은 깊은 숨을 들이쉬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주가을!” 일시에 장원의 작은 숲 속에 있던 새들이 푸드득 날아올랐고 일부 불이 꺼져 있던 별장에도 순식간에 불이 켜졌다. 동시에 주변을 순찰하던 경비원들도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매의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들은 멀지 않은 곳의 하천을 발견했고 재빨리 휴대하고 있던 총기를 꺼내고는 하천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고작 몇 걸음 전진한 경비원들은 갑자기 누군
“너 감히 담도 크구나.” 하천은 성큼성큼 이인택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머리를 덥석 잡았다. “저, 저, 저는.” 쾅- 그러나 이인택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별장 밖으로 내던져졌다. 그리고 하천은 얼른 혼비백산한 주가을 쪽으로 달려갔는데 마음이 찢어질 듯 괴로웠다. “여보, 괜찮아?” 하천은 얼른 묶여 있던 주가을을 풀어주었고 그녀를 꽉 껴안았다. 이때 하천의 온기를 느낀 주가을은 그제야 진정되기 시작했고 꾸역꾸역 참고 있던 눈물을 와락 터뜨렸다. 비록 주가을은 밖에서 하을 그룹이라는 국제적인 대기업을 이끄는 회장이긴 하지만 자신의 남편 앞에서는 여전히 보호받아야 할 여린 여자일 뿐이었다. “괜찮아, 여보. 나 여기 있어. 내가 말했지? 절대 그 누구도 당신을 다치게 하지 못 할 거라고.” “그러니 먼저 여기서 좀 쉬고 있어. 난 아직 마무리할 게 남았어.” 말이 끝나자 하천은 벌떡 일어섰고 몸을 돌려 완전히 부서진 그 창턱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미 별장의 인기척을 느낀 이씨 장원 경비원들이 이쪽으로 달려왔는데 족히 100명은 되어 보였다. 이 외에도 많은 이씨 가문 적계들이 기세 등등하게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머리 없는 시체를 본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여인이 갑자기 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아들, 아들아!” 이 여인은 바로 이인택의 어머니이자 이씨 가문의 가주인 이임호의 부인이었다. 동시에 잠옷을 입은 이임호도 사람들 속에서 뛰쳐나왔는데 머리가 없는 시체로 변해버린 자기 아들의 모습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인택, 인택아!” 이 순간 이임호는 온몸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았고 멍하니 아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육속 다른 이씨 가문 적계들도 모두 모여들었는데 눈앞의 말도 안 되는 장면에 모두 얼어붙었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씨 가문은 고려 쪽에서 최상위층 재단에 속하며 엄청난 재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감히 담도 크군요.” 앞장섰던 그 중년 남자는 순간적으로 벌컥 화를 냈다. 고려에서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미쳐 날뛰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녀석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러자 이임호가 대답했다. “저기 우리 아들 별장 쪽에 있어.”“김씨, 그 녀석 보통 실력이 아닌 것 같으니 조심해야 할 거야.” “흥!” 하지만 그 중년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이 고려에서 감히 누가 우리 김씨 가문과 맞설 수 있단 말입니까? 아무리 대단한 범속 초월의 고수라도 우리 김씨 가문 앞에서는 애송이들일 뿐입니다.” “걱정 마세요. 복수는 반드시 해드리죠.” 중년 남자는 바로 명령을 내렸고 검은 옷을 입은 한 무리 사람들이 모두 검을 꺼내 들고 살벌한 기운을 발산하며 별장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방금까지 겁에 질려 벌벌 떨던 이씨 가문도 다시 기세가 등등해져 함께 별장으로 향했다. 이때 하천은 주가을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를 진정시켜 주고 있었는데 바깥의 움직임을 느낀 주가을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걱정 마.” 하천은 미소를 지으며 주가을을 향해 한 마디 했고 몸을 일으켜 창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중년 남자가 이끈 김씨 가문은 모두 별장 쪽에 도착했는데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주위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 중년 남자는 이곳 싸움의 흔적을 보고는 상대가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던 것이다.하지만 이곳은 고려이고 김씨 가문은 제2 세계의 조직이기에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자신의 상대는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중년 남자는 별장 창문 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이씨 가문의 아들을 죽인 이상 죽음을 면하긴 어려울 테니까 말이야.” “너, 지금 당장 내려와 순순히 항복한다면...” 하지만 말을 이어가던 이 중년 남자는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왜냐하면 그가 지금 마주한 사람이 마치 신처럼 느껴졌고 오늘 오전 흑도에서 있었던 그 전투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주가을이 호텔로 돌아오자 이미 우성 그룹에서 풀려난 팀원들이 도착해 있었다. 반시간 후에는 원래 하을 그룹에 우성 그룹에 기술을 배우도록 파견했던 인원들도 무사히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이씨 가문은 우성 그룹의 그 스마트 칩도 순순히 넘겨주었고 전에 하을 그룹에게서 받았던 그 1조 원의 금액도 전부 돌려주었다. 게다가 이씨 가문은 사과의 의미로 1조 원의 금액을 별도로 더 배상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김진은 이날 바로 이임호를 이씨 가문 가주의 자리에서 내쳤고 다른 이를 그 자리에 앉히기까지 했다. 그리고 김진의 이런 처리에 하천도 만족스러웠다. 고려 쪽의 모든 일이 해결된 후 하천은 일행들과 함께 H국으로 돌아갔다. 돌아온 후, 주가을은 곧바로 모든 정력을 이 스마트 칩을 생산에 투입하기 시작했고 하천은 백리와 환용도로 떠났다. 그들은 먼저 환용도에서 이틀 정도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셋째 날 다시 배 한 척을 타고 환용도에서 멀지 않은 한 무인도에 도착했다. 이 무인도는 면적이 별로 크기는 않았는데 그 주위에는 잡초들이 무수히 자라 있었다. 이때 백리는 큰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고 검은 겁감은 그의 두 다리 위에 놓여 있었는데 표면에는 은은한 빛을 발산했다. 백리는 두 눈을 감고 자신의 내력을 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하천은 백리와 약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우뚝 서있었다. “형님, 화경과 반신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천기 간의 기운을 느끼는 데 있습니다.” “화경이 수행은 내력에 의존하지만 반신의 수행은 바로 이 천지의 기운을 흡수하는데 의존하니까요.” “천지의 기운을 흡수하면 그 기운을 진기로 바꿀 수 있는데 진기는 내력보다 엄청 강하답니다.” “하지만 형님이 반신이 되려면 먼저 그 만물겸검의 경지에 올라야 하니 제가 반드시 그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백리는 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천이 알려준 방법에 따라 백리는 조용히 천지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백리의 의식은 점차 한
“판음양!!!” 삽시간에 무수한 먹구름이 무인도의 하늘 위에 잔뜩 몰려왔고 낮에서 순식간에 밤으로 되어버린 듯했다. 검음 구름 속에서는 번개가 치고 있었는데 한 줄기 황금색 도망이 그 먹구름을 뚫고 하늘에서부터 날아왔다. 이어 이 황금빛 도망을 백리 쪽으로 발사되었다. 그 엄청난 도망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모습에 백리는 무언가에 깔리는 듯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크오오!!!” 백리는 야수처럼 포효했고 그의 발 밑 지면은 갈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백리는 온몸의 근육이 미친 듯이 커지기 시작했고 두 눈은 핏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지검!!!” 백리의 온몸에는 흰색의 빛줄기와 강렬한 기운이 터져 나왔는데 거대한 검기는 갑자기 하늘로 솟아올라 하천의 도망과 충돌했다. 쾅- 이 순간 하늘에서는 마치 미사일이 터진 듯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고 밤처럼 검게 변해버렸던 하늘이 순간 밝은 빛으로 번쩍였다. 이때 백리의 두 다리는 완전히 땅 속에 빠져버렸고 손에는 여전히 경흥검을 꼭 잡고 있었는데 입과 코에서는 피가 줄줄 흘렀다. 심지어 공중에서는 여전히 백리의 검기와 하천의 도망이 충돌하고 있었는데 백리가 최선을 다했지만 여전히 그 도망을 부수지 못했다. 게다가 그 도망은 백리의 머리와 점차 더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압박감도 점점 더 심해졌다. 순간 백리는 다시 한번 포효했고 그의 옷은 미친 듯이 커진 근육 때문에 몽땅 터져버렸는데 마치 한 마리의 야수 같았다. “형님, 이 도망을 막아내는 건 모두 형님 자신에게 달린 겁니다.” “막아내지 못하면 지금까지 해온 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이때 백리는 여전히 포효하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자신이 도망에 쪼개져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백리는 여기서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크오오.” 분노에 찬 포효소리와 함께 백리의 몸에서는 또다시 눈부신 흰 빛줄기가 발산되었다. 백리가 남아있던 모든 힘을 끌어 모았지만 여전히 하천의 도망을 막아낼 수 없었고 그의 검기는 점점 부서지고
반신은 허공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었고 신령은 새로운 공간을 개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백리는 바로 그 반신의 경지에 오르려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백리는 이번 일에 대해 확실한 자신은 없었다. 다만 백리는 자신이 반드시 반신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는 강렬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갑판 위의 백리가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먼 바다 위의 하천 쪽에서는 갑자기 굉음이 들려왔다. 원래 허공 중에 생겼던 균열은 점점 더 커졌고 그 안에서는 갑자기 하얀 무언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무한한 힘을 가진 홍수가 밀려오는 것 같았는데 조금씩 균열이 일던 허공은 철저히 부서졌고 그 속의 홍수는 천지를 뒤덮을 듯 분출되었다. 순간 하천은 쏜살같이 후퇴했고 허공에서 분출된 그 파도는 미친 듯이 그를 쫓아왔다. 부서진 허공 속에서 용솟음치는 홍수는 하천과 같은 반신조차도 쉽게 당해낼 수 없었다. 이때 빠르게 후퇴하는 하천과 함께 백리도 당황하고 말았는데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그런데 사실 부서진 허공 속에서 분출되는 것은 홍수가 아니라 바로 하얀 검기였다. 다만 그 검기가 너무 많았기에 한데 뒤엉켜 결국 홍수처럼 보이는 것이었다.“세상에!” 줄곧 침착하던 백리도 이 장면을 보고 크게 놀랐다. 심지어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져야 만이 검기를 모아 이런 엄청난 홍수를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때 하천도 눈앞의 장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이건 그가 반신의 경지에 오른 후 본 가장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리고 하천은 이미 이 홍수는 이 세상 사람이 시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이건 분명 고대의 신령이 부린 수단이 확실했는데 바로 검기로 홍수를 만드는 방법으로 검벽의 입구를 막아놓은 것이었다. 때문에 누군가 검벽에 진입하려 할 때면 바로 이 검기로 이루어진 홍수가 그들이 마주할 첫번째 난관이었다. 만약 고대 신령이 이 검기로 입구를 막아놓은 지 얼마되지 않았더라면 하천은 절대 눈앞의 상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