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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가질 수 없으면 망가트려야지

”네가 진작 말해줬으면 내가 수임료 안 받는다고 했을 텐데.”

장학수가 경악에 찬 눈빛으로 성연신을 쳐다보며 말하자 흠칫하던 성연신이 물었다.

“수임료? 벌써 너한테 연락 갔어?”

외국에서 회의를 하다가 중단되어 예상보다 일찍 돌아온 성연신은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바람에 바쁜 일이 끝나면 그때 장학수에게 심지안에 관한 일을 얘기하려고 했으며 수임료도 대신 지불하려고 했는데 심지안이 이렇게 급하게 장학수에게 먼저 연락했을 줄은 몰랐다.

“어제 전화가 왔어. 그 여자가 내 형수인 줄 알았다면 절대 돈 안 받는다고 했지.”

“그 사건 네가 맡아줘. 수임료는 비서에게 얘기해서 입금할게.”

성연신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손남영이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놀리기 시작했다.

“어머, 어머, 전에는 그 여자가 별로라고 하더니 우리 몰래 결혼까지 했네. 이건 네가 할만한 행동이 아닌데.”

그러고 보면 심지안은 얼굴도 예쁘고 남자를 꼬시는 수단도 뛰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는 성연신 같은 돌덩어리가 절대 반할 리가 없다.

“당연히 내가 할만한 행동이 아니지. 우린 계약 결혼이니까.”

“무슨 말이야?”

장학수와 손남영이 화들짝 놀라서 묻자 성연신은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아버지가 결혼을 재촉한 사실을 그들에게 말했다.

“너 비즈니스 결혼을 안 하려고 아주 발악을 했구나.”

“그렇다고 평생 연기할 수는 없잖아. 어르신이 이제 손주를 보려고 계속 재촉할 텐데.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지.”

업계 골든 변호사로 불리는 장학수가 단 번에 포인트를 짚어냈다. 사람들은 하나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더욱 많은 거짓말을 하다가 꼬리를 잡히는 법이다.

어르신은 단지 나이가 많을 뿐, 머리가 나빠진 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 것이다.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가짜 결혼을 진짜로 만들면 되지.”

손남영이 실실 웃으면서 말하자 장학수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네가 수임료까지 내주는 걸 보면 두 사람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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