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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나를 책임질 생각 있어?

민채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녀는 기분 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여자 탈의실에 간 사람이 나야? 아니면 내가 약을 먹이기라도 했다는 건가?”

“저... 저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실수였어, 사고였다고! 아직 숫총각인 내가 도무지 그런 짓을 했을 이유가 없잖아!’

민채린은 팔짱 끼고,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철수는 그녀의 말에 자신감을 잃고 반성하기 시작했다. 민채린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비록 교활한 여우처럼 보일지라도, 지난번 일은 그녀가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

“어떡할까요? 제가 책임지면 되는 건가요?”

안철수는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 안철수는 상식적으로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남자라고 생각했다.

안철수의 말을 듣고 난 민채린은 낯빛이 변하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안철수를 향해 다가갔다. 둘 사이의 거리가 급격히 좁혀졌고, 서로의 숨결이 얽히며 분위기가 갑자기 애매하게 달아올랐다.

안철수는 오랜 시간 야외 훈련으로 인해 얼굴이 검게 탔지만, 이 순간만큼은 발그레한 빛을 띠었다. 그는 민채린의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

“채... 채린 씨, 뭐 하려고요?”

“나를 책임질 생각 있어?”

“모르겠어요.”

만약 민채린이 안철수에게 책임지길 원한다면, 그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쳇, 넌 생각이 너무 많아.”

민채린은 다시 자리에 앉아, 자신이 새로 한 네일아트를 감상했다.

“됐어, 나 아직 놀고 싶어. 말해봐, 나를 불러낸 용건이 뭐야?”

“어...”

안철수는 뜸을 들였다.

‘여우 같은 여자들은 정직한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거 아닌가? 난 누구보다 정직하고 듬직한 사람인데...’

“빨리 말해, 나는 시간이 소중해.”

“대표님은 채린 씨에게 심지안 씨의 진찰을 맡기고 싶어 해요.”

민채린은 눈을 부릅뜨고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심지안이 고청민에게 최면을 당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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