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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변혜영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심지안

“모르겠어요.”

그는 사실대로 말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런데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요?”

“당분간은 없어요.”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요?”

“지금 저를 협박해서 어부지리를 누리려는 거예요?”

송준도 고청민의 꾐수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자기 능력만으로 방매향을 데려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성연신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 데다가 수년간 비밀 조직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으로부터 방매향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청민이 제안한 방법에 대해서도 실험해 보았었다. 먼저 성우주를 유괴하여 성씨 집안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때가 되면 방매향이 반드시 아이를 찾으러 나올 것이니 그들은 부근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그녀를 잡아들일 준비를 하면 됐다.

정 안 되면 목숨을 목숨으로 바꾸자고 협상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았다. 방매향을 넘기는 대신 아들의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제안한다면 성연신도 분명 동의할 것 같았다.방매향은 어쨌든 죽지 않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우주가 인질로 잡혀있게 된다면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기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고청민은 모자를 눌러쓰고 한쪽 입꼬리를 피식 치켜올렸다.

“제게 어부지리를 누리려고 하는 거냐고 따져 묻기 전에 당신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현실부터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오히려 이 상황에서 가장 활용할 만한 묘책을 바쳤을 뿐이에요.”

송준도 반론하지 않았고, 오히려 턱을 만지며 말장난을 이어갔다.

“계획대로라면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변혜영을 이 일게 끌어들일 수 있다고 확답을 드리기 어렵네요.”

변혜영의 성격은 송준도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데이트할 때도 변혜영에게 순순히 양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이 연애에서 여전히 을의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송준은 자신이 없었다.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변혜영이 심지안에게 아버지를 뺏길까 걱정하는 마음을 이용해 보세요.”

고청민의 손가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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