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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죽은 것도 아니잖아요

성연신은 굳은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삐딱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한테 데리러 오라고 말한 적이 있기는 해요?”

“내가 말한다고 데리러 올 거예요?”

성연신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아니’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심지안이 택시를 잡지 못해 다른 남자의 차에 앉아 돌아와야 한다는 걸 알았다면 데리러 나갔을 것이다.

이 어리석은 여자가 누구한테 팔려 갈지도 모르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가 침묵하는 모습에서 답을 찾은 심지안은 씁쓸하게 웃으며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성연신은 이마를 찌푸리고 원이를 묶은 줄을 그녀에게 쥐여주었다.

“뭐 하는 거예요?”

“오늘 아직 원이를 산책시키지 않았어요.”

“아직까지도 안 했다고요?”

“그러게 왜 일찍 돌아오지 않았어요.”

심지안은 깊게 심호흡하며 그와 싸우고 싶은 충동을 애써 짓누르고는 줄을 잡고 산책로로 향했다.

원이는 기진맥진한 얼굴로 힘없이 짖어댔다.

멍멍멍. 싫어요. 이미 열 바퀴나 돌았단 말이에요!

...

심지안은 평소 산책하던 곳에 원이를 데리고 왔지만 원이는 푹 늘어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미 많이 지친 듯 힘겹게 숨만 쉬고 있는 모습이었다.

“원이야, 너 어디 아파?”

“멍멍멍!”

그게 아니라 단순히 힘든 거라고요.

원이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심지안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난 뒤 100미터 이내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원이를 묶고 있는 줄을 놓아주었다.

“너 혼자 마음껏 놀아. 그러고 나서 집에 가자.”

원이는 전혀 예전처럼 신나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심지안의 발 옆에서 몸을 뒤집으며 애교만 부릴 뿐이었다.

평소 같지 않은 원이의 모습에 심지안은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녀가 허리를 굽히고 앉아 원이의 상태를 살펴보려 할 때, 돌연 풀숲에서 커다란 강아지 한 마리가 원이를 덮치러 달려왔다.

심지안은 화들짝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처음엔 전에 보았던 그 골든 리트리버인 줄로 알았으나 원이가 으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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