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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뻔뻔하게 베끼기나 하다니

중정원은 도심과는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하여 있다. 단독 주택단지는 워낙 조용해 특히 밤이 되면 사람의 모습이라곤 쉬이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눈앞 중년 남자가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려 한다면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안의 손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뒤로 물러서는 걸 선택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어쩔 건데요? 난 틀리지 않았어요. 당신은 강아지를 제대로 지켜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규정도 어겼어요. 금관성에선 셰퍼드를 키우는 걸 엄격히 금지하고 있잖아요. 저한텐 당신을 고발할 권리가 있어요.”

남자는 고발이라는 두 글자를 듣는 순간 겁을 먹고 입을 꾹 다문 채 강아지를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제야 심지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내 성연신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에 와달라고 말했다.

“끈을 묶지 않았어요?”

“묶었어요. 하지만 숲에 들어가서는 잠시 놓았었어요.”

“바보예요?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 반드시 끈을 묶어야 한다는 것도 몰라요?”

“알아요. 전 그저 사람이 없으니까 몇 분 놓아준 것뿐이에요.”

“고작 몇 분일지라도 놓으면 안 돼요.”

“하지만 그땐 사람이 없었다고요. 갑자기 셰퍼드가 나타날 거라는 걸 제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심지안은 억울함과 답답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원이는 성연신의 강아지지만 그녀에게도 원이를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원이의 상처를 보니 그녀도 몹시 괴로웠다.

성연신의 눈동자가 한층 더 어두워졌다.

“지금 무슨 낯으로 말대답을 하는 거예요?”

“됐어요. 이렇게 싸울 시간 없어요.”

심지안이 입술을 깨물며 힘없이 말했다.

“일단 원이의 상처부터 살펴요.”

원이는 보기엔 걸음걸이가 조금 삐걱대는 것 외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심지어 배를 까뒤집고 누워 애교를 부리기까지 했다.

성연신은 원이의 털을 파헤쳐 셰퍼드에게 물린 상처를 살펴보았다.

단 한 곳이었지만 상처는 꽤 깊었다. 아직 피도 멎지 않아 끊임없이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심지안은 또다시 깊은 자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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