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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9화 심각해진 증세

석훈은 아기방에서 시윤과 대화했다. 심지어 도윤이 평소 어떤 장난감을 제일 좋아하는지와 같은 도윤에 관한 질문들만 했다.

시윤도 엄마로서 아이의 얘기가 나오자 이내 자랑하는 듯 줄줄 일상을 공유했다.

국내에서 최고로 꼽히는 심리상담사로써 석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윤과 대화할 매체를 찾았다.

그렇게 대화를 나눈 지 반 시간이 지나자 시윤은 아기방 리클라이너에 기대 잠들었다.

아기방 감시 카메라로 모든 과정을 지켜본 도준은 시윤이 잠든 걸 확인하자 그제야 다가왔다.

“어때요?”

“괜찮아요. 잠깐 최면을 건 것뿐이에요. 약 1시간 정도 잘 테니 밖에서 얘기해요.”

시윤이 한참 동안 깨어나지 않을 거라는 석훈의 확답을 들었음에도 방금 전 돌발 상황을 겪은 도준은 멀리 떠나지 않고, 아기방이 보이는 곳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현재 사모님은 현실도피 증상이 보입니다. 본인이 속았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 자꾸 도망치려 하고 있어요. 하지만 수많은 요소에 갇혀 모든 걸 억지로 하고 있어요.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딸이 되어야 하니까. 그날 먹지도 못할 음식을 꾸역꾸역 받아먹은 것도 마찬가지예요.”

도준의 그윽한 눈에 그늘이 졌다.

“그러니까 지금 어머님도 배척한다는 거예요?”

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요. 뜬금없이 자연분만을 제왕절개로 바꾸려고 한 것도 정신적으로 반항하는 거예요. 원래라면 자연분만으로 애를 낳고 이혼을 제안하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엄마라는 책임감, 주위 친척 친구들 때문에 말을 못 꺼내고 억지로 역할극을 하고 있는 갈고 보시면 돼요.”

기억을 되짚어보니 시윤은 아이를 낳고 깨어났을 때 도준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도윤의 울음에 대화가 중단되고, 수많은 검사가 이어지고, 아이를 돌보고, 또 친구와 친척들을 만나면서 점차 조용해졌다.

‘그래서 그런 거였네.’

도준은 시윤이 아이를 낳으면 모든 걸 내려놓고 현실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상 그녀는 오히려 저를 가둬버렸다.

그 순간 시윤이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도윤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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