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4화

최서준 곧바로 근처에서 제일 큰 꽃 가게에 가서 카네이션 한 다발 샀다. 오늘이 바로 보육원 화재가 발생한 지 열두 해가 되는 날이자, 고인이 되신 원장님의 기일이기도 했다.

약 30분 후, 남원 추모공원B구역의 제일 가운데 있는 무덤 앞.

적막과 추위 속에서 한 젊은 여성이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원장 할아버지, 오늘 할아버지 기일이어서 지유가 왔어요.”

그녀의 앞에는 7개의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죄송해요. 저 아직도 도담이와 6명의 언니들도 찾지 못했고 할아버지와 우리를 이렇게 만든 박씨 가문에 복수도 못 했어요. 저 12년 동안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계속 노력했지만, 방법이 없었어요. 할아버지, 박씨 가문에서 오늘 경매를 하는데 그중에는 할아버지가 보관하고 계시던 도담이의 옥 펜던트도 있다고 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유가 그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게 하지 않을 거예요.”

한참 후,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닦고 묘지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바라본 다음 떠났다.

그 후로 시간이 흐른 뒤, 묘비 앞에 최서준이 나타났다. 그는 묘비에 새겨져 있는 한성 보육원 원장 정석우라는 글자를 보고는 ‘쿵’하고 무릎을 꿇고는 더 이상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이 빨개졌다.

“할아버지, 도담이가 왔어요. 이제야 찾아봬서 죄송해요.”

그는 카네이션 꽃다발을 내려놓고 온몸을 흐느끼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사내대장부는 쉽게 우는 거 아니라고 하지만 가장 아픈 상처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원장은 그때 쓰레기통에서 그를 주워다가 자식처럼 사랑하고 친절하게 키웠는데 박씨 가문에 의해 불에 타 사망했다. 그때 한성 보육원에는 원장 외에도 108명이 더 있었는데 그중에서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7명의 누나들 외에 101명이 같이 숨졌다. 이 피로 물든 원수는 반드시 피로 갚아야 한다!

하늘이 최서준을 그 화재에서 살아남게 한 것은 101명의 사망자의 원수를 갚으라고 준 기회라고 생각한다.

“할아버지, 그리고 그 많은 친구들의 원수는 이 도담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