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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배은란은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서철용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 그녀는 마음속의 불만을 억누르고는 약을 다 바르자마자 옷을 입고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나한테는 잘해줘.”

배은란은 눈을 내리뜨리고 말했다.

“...우리 일은 비밀로 해줘.”

그녀는 하면 안 되는 일을 한 자신이 수치스러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손윗사람으로서 말하는데, 너도 이제 나에 대한 마음을 접고 널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어.”

“네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었지...”

“우리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

말을 마친 배은란은 재빨리 휴게실에서 뛰쳐나와 소파에 놓인 가방을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배은란은 오늘 직접 차를 운전해 이곳에 왔다. 입고 있던 옷에서는 여전히 연고 냄새가 강하게 나고 있었다.

그녀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호텔에 들러 화상 부위를 피해 몸에서 나는 냄새를 모두 씻어냈다.

그와 관계를 갖게 된 뒤로부터 배은란은 늘 여분의 비슷한 종류의 옷을 차에 넣어두었다.

서민용의 눈은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하지만 후각은 예민해져 있어 언제든 흔적을 알아챌 수 있었다.

배은란이 호텔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니 거의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평소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배은란이 현관으로 들어왔을 때, 도우미가 국 한 그릇과 약을 들고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신발을 갈아 신은 뒤 서둘러 도우미에게 걸어갔다.

“아직도 약을 안 먹어요?”

“하루 종일 식사도 안 하셨어요. 사모님께서 설득해 보세요. 계속 이러시면 버티지 못할 거예요.”

“알았어요. 약은 저한테 주세요. 나중에 먹을 수 있게 죽을 끓여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사모님.”

배은란은 약을 들고 2층 안방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문 앞에서 심호흡하며 감정을 추스른 뒤에야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민용 씨, 몸이 또 불편한 거야? 왜 하루 종일 밥을 안 먹었어? 도우미한테 죽 끓여 달라고 했어. 조금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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