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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오늘 밤 떠나는 거야?”

배은란은 풀이 죽은 얼굴로 그릇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틀 뒤.”

“안 가면 안 돼? 난 민용 씨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배은란은 그를 붙잡고 싶었다.

서철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엔 중요한 일이라 내가 가서 해야 해.”

“그래, 응원할게. 우리 남편은 최고야. 꼭 더 강력한 항암제를 연구해내. 우리 아기와 난 민용 씨가 자랑스러워.”

서철용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내가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알았지? 네가 혼자 집에 있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래. 병원이 연구소와 가까우니까 시간 나면 자주 올게."

“알았어, 민용 씨가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

서철용은 식사를 마친 뒤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서야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그가 침대 옆 조명만 켜두고 잠을 청하려던 그때, 방문이 열리고 임산부 잠옷을 입은 배은란이 베개를 들고 들어왔다.

“민용 씨... 나 여기서 같이 자도 돼? “

서철용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배은란은 이미 침대에 누워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서철용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감싸 안았다. 은은한 향기가 코끝에 스며들었다.

밤 열한 시가 되어도 배은란은 원래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조용한 방 안엔 남자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다.

“민용 씨, 잠들었어?”

“아니.”

서철용이 대답했다.

“내가 옆에 있어서 잠이 안 오는 거야?”

“아니,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자.”

서철용은 손을 뻗어 침대 옆 조명을 껐다. 방 안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가 이렇게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그리고 이 아이는...

서민용... 이게 정말 네가 원했던 거야?

서철용의 마음은 너무나도 복잡했다. 그는 배은란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병동 밖으로 걸어 나갔다.

15층 옥상에도 잠 못 이루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서철용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계속 이렇게 서 있다간 망부석이 되겠어.”

전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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