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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장표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봐, 장소월 맞지? 주문할 테니까 이쪽으로 와.”

장소월은 그릇을 든 채 못 들은 척 그녀와 비슷한 나이의 누군가를 쳐다보았다.

그 사람의 이름은 이혜성이었는데 그녀 역시 이곳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장소월은 고소한 듯 웃고 있는 이혜성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몸을 홱 돌려 걸어갔다.

“이봐, 주문하겠다고 한 말 못 들었어?”

장소월은 접시를 내려놓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메뉴판을 들고 그들에게 걸어갔다.

“무슨 요리를 주문하시겠습니까?”

그녀가 기록하려 펜과 작은 공책 하나를 가져왔다.

다섯 쌍의 눈동자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향긋한 먹이를 보는 허기진 늑대와도 같은 역겨운 눈빛에 배 안에 있는 것 모두를 토해낼 것만 같았다.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아가씨, 돈이 부족한 거야? 부족하면 나한테 말해. 이 오빠한텐 돈이 넘쳐나니까.”

그가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상 위에 올려놓고는 안에서 50만 원을 꺼냈다.

“오늘 오빠와 놀아준다면 이 돈은 네 거야.”

돌연 귀를 찌르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혜성이 낸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전 이곳의 임시 직원일 뿐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메뉴를 더 주문하시겠어요? 하지 않겠다면 전 가보겠습니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그래. 지금 이 식당에 손님은 우리밖에 없잖아. 얼른 앉아서 오빠들과 술이나 마시자.”

뚱뚱한 남자 한 명이 파란색 의자를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겼다.

장소월은 그의 말을 무시해 버린 채 몸을 돌렸다.

그때 남자가 책상을 힘껏 내리쳤다.

“제기랄, 간사한 년, 고상한 척하기는. 진짜 학생이면 왜 이런 곳에서 그릇이나 나르고 있는 건데!”

장소월은 몇 걸음 걷다가 멈춰 선 뒤 호주머니에서 분홍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고급 브랜드 지갑을 꺼내 학생증을 빼내고는 그들의 눈앞에 가져갔다.

“아저씨들, 똑똑히 보세요. 이건 제 학생증이에요. 학생증 사진 속 학생이 바로 저고요. 전 제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에요. 아시겠죠? 그러니까 앞으로 헛된 말을 지어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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