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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남자가 다른 한 손으로 장소월의 옷을 낚아챘다. 단추를 푸니 안에 있던 하얀색 나시가 드러났다.

순간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장소월은 옷깃을 꽉 움켜쥐고 힘껏 그의 손목을 깨물었다.

그 통증에 남자는 곧바로 손에 힘을 풀었다.

드디어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장소월은 온 힘을 다해 밖으로 도망쳤다. 그때 어둠 속에서 그녀는 누군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목엔 은색 목걸이를 걸었으며, 한 손은 외투 호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엔 담배를 든 강용이 걸어오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 외에도 더 있었다. 백윤서, 엽시연...

장소월은 백윤서가 이곳에 왜 왔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절대 그녀에게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강용은 고개를 숙이고 백윤서와 말하고 있었으니 아마 그녀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장소월은 다급히 반대 방향으로 집을 향해 도망쳤다.

“제기랄, 그년 빠르기도 하네.”

장소월은 멈추지 않고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하니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한참 뒤에야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저녁 12시, 침대에 누워 잠들었던 장소월이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꿈속에서 예전에 그녀를 괴롭혔던 변태 망나니를 만났다.

애써 잊으려 했던 기억이 또다시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순간 그때의 광경이 또렷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녀는 어두운 방 안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당시의 끔찍한 광경이 또다시 나타난 것이다...

장소월은 오 아주머니가 집에서 가져다준 핸드폰을 꺼내 처음으로 전원을 켰다.

문자 알림음이 끊임없이 울렸다. 거의 모두 강영수가 보내온 것이었다. 13일 동안, 백 개를 훌쩍 넘는 개수였다.

대부분은 그녀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왜 답장을 하지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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