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7화

어제 홍문동에서 보였던 당황함은 온데간데없고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모습이었다.

진영숙은 그런 유경원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경원이 보고 좀 배워!”

진영숙은 일부러 유영을 자극하려고 비웃음을 날렸다.

나긋나긋하고 온순한 유경원과 비교하니 사사건건 자신과 부딪히는 유영이 더 한심하고 추악해 보였다.

물론 유영이 과거에 자신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는 이미 까맣게 잊은 진영숙 여사였다.

유영이 뒤돌아서며 말했다.

“그렇게 마음에 들면 끼고 사세요.”

말을 마친 그녀는 발작을 일으키려는 진영숙을 내버려두고 현관을 나섰다.

꼴에 부부라고 어쩜 저렇게 비슷한 말을 하면서 속을 뒤집어 놓는 건지!

진영숙은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쟤 말하는 것 좀 봐! 내가 그렇게 가르쳤는데 하나도 보고 배운 게 없어!”

“이래서 서민은 들이면 안 된다는 거야! 어릴 때부터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애들과는 비교도 안 되지!”

진영숙은 말할수록 짜증만 치밀었다.

유영은 비웃음을 머금으며 대문을 나섰다.

유영이 돌아간 뒤, 유경원은 진영숙을 위로하느라 진땀을 뺐다.

“아줌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어차피 곧 이혼할 건데 그 여자한테 신경 쓸 필요가 뭐가 있나요?”

“그렇긴 하지만 쟤 하는 걸 보면 화가 안 나게 생겼어? 내가 그동안 그렇게 가르쳤는데 하나도 달라진 게 없잖아.”

“그래요. 아줌마는 좋은 마음에 잔소리 좀 한 건데 이유영 씨가 나빴네요.”

유경원은 진영숙이 무슨 말을 하든 일단은 치켜세웠다.

그제서야 진영숙의 노기가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눈빛을 하고 유경원을 바라보았다.

유영이 외부인과 짜고 세강을 물먹인 걸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렸다.

외출하고 돌아온 강서희는 유경원과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디저트를 만드는 진영숙을 보며 순간 표정이 표독스럽게 굳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갈무리하고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언니 왔어? 오기 전에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딸을 본 진영숙의 표정이 조금 더 환해졌다.

“경원이 좀 보고 배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