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21 - 챕터 1330
1359 챕터
제1321장
새벽 3시가 넘은 해성의 길거리엔 아무도 없었지만 네온사인이 다 켜져 있었다. 그는 해성의 이런 경치를 처음 보는 게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오늘 저녁이 평소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예가네로 돌아온 뒤, 어르신의 안방에 들어가자 그 교활하고 성격이 더러운 어르신은 다시는 그를 괴롭힐 생각이 없는 것처럼, 조용히 침대에 누워서 숨을 쉬지 않았다.  그는 침대 앞에 서서 아무 소리 없이 30분 넘게 서 있다가, 두 다리가 점점 아파서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택은 병원에서부터 그를 집으로 데려다 줬고, 그가 가만히 서 있는 걸 보고 당연히 다리가 버티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해 참지 못 하고 말했다. “도련님, 너무 오래 서 계시지 마세요. 아직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신 상태가 아니라 나중에 후유증이 생기실 수도 있어요.”  예군작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공지하고 뒷 일 처리해, 최대한 거창하게. 노인네가 한 평생을 빛나게 살았으니 죽었을 땐 어둡게 죽을 수는 없잖아.”  아태은 대답을 한 뒤 뒤돌아 나갔다.  예군작은 의자를 가져와서 앉은 뒤, 어르신이 침대 맡에 둔 서류 봉투 위로 시선이 향했다. 그는 바로 열어보지 않고 줄담배를 핀 뒤, 그제서야 용기를 내어 서류 봉투를 열었다.  그가 예상한 건, 어르신이 죽기 전에 그가 진짜 예군작인 걸 알고 예가네 소유인 것들을 그에게 남겨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문서의 내용을 본 후 자신이 잘 못 생각했다는 걸 알았다. 오후에 어르신은 자신의 유일한 바램이 그가 국청곡과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과거의 자신을 잊고 지금의 자신만 기억하라는 말이 생각났다. 어르신은 그래도 아무리 어쩔 수 없었어도 속으로는 그를 진정한 예군작이라고 생각했었다…  문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봤을 때, 그는 웃었다. 역시 교활한 여우는 최후의 수단을 남겨두었다.  어르신은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던 대부분을 국청곡과 막 태어난 아이에게 주었고, 이렇게 되면 그는 더 쉽게 국청곡과 이혼할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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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2장
그녀가 앉아서 10분 정도 기다리자 예군작이 느릿느릿 들어왔다. “미안해요, 오는 길에 차가 좀 막혀서 일찍 출발하긴 했는데 늦었네요. 오래 기다렸겠어요.”  예군작의 다리는 아직 운전을 하기엔 불편함이 있어서 아택이 동행했다. 진몽요는 웃으며 아택에게 인사했고, 동시에 예군작을 보았다. “오랜만이에요, 국청곡씨 아이 낳았다고 들었어요. 남자예요 여자예요? 조산인 것 같던데요.”  예군작이 대답을 하려던 찰나에 갑자기 옆에 있던 그 꽃을 보고 동공이 흔들렸다. “여자예요, 건강하고요. 절 찾아온 건 할 말이 있어서겠죠?”  진몽요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옆에 사람 있어도 괜찮죠? 괜찮으면 그냥 바로 말할게요.”  그녀가 말한 사람은 아택이었다. 그래도 어떤 일들은 예군작에게 부끄러운 일이니 말이다.  예군작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옅게 웃었다. “괜찮아요.”  진몽요는 망설이다 말했다. “그때 이 꽃을 나한테 줄 때, 꽃이 피면 비밀을 말해주겠다고 했잖아요. 그 비밀 아직까지 말해주진 않았지만 이미 알아낸 것 같아요. 내가 오늘 온 건 이 꽃을 돌려주러 온 거예요. 이제… 예군작씨라고 불러야 되는지 전지라고 불러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예군작은 놀라지 않았다. 그는 이 꽃을 봤을 때 이미 그녀가 알게 된 걸 추측했었다. “마음대로 해요, 어떻게 부르고 싶으면 어떻게 불러야죠.”  그가 이렇게 담담할 줄 몰랐어서 진몽요는 그의 기분을 알 수 없었다. “왜 나한테 예군작의 신분으로 접근한 거야?” 그녀는 알았지만 그가 직접 말하는 걸 듣고 싶었다.  예군작이 그녀를 보는 눈빛은 금세 뜨거워졌다. “너 알잖아. 만약 내가 처음부터 내가 누구인지 밝혔다면, 내가 가까이 오게 뒀을까? 내가 지금 하는 모든 것들은, 다 어렸을 때 했던 잘못들을 만회하기 위해서야. 만약 아직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말이지… 그런데 이미 모든 건 다 멀어지고 있어 점점… 딱 우리가 만났던 3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방법도 없지.”  오기 전에 진몽요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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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3장
아택이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진몽요는 이미 떠났고 그 화분과 침묵하고 있는 예군작만 남아 있었다.  이런 예군작이 아택에게는 낯설었다. 예가네에서 그는 결단력 있고 차가운 사람이었는데, 진몽요 앞에만 서면 비참했다. 역시 모든 사람에게 천적이 있다는 말은 맞았다. 아무리 거칠고 버릇이 없는 남자여도,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달라졌다.  여기에 오기 전, 예군작은 진몽요와의 약속전화를 받고 매우 기뻐 보였다. 그런 모습은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았었기에, 만남 후에 거절은 그를 이렇게 실망하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며 그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길거리에 사람들은 비를 피하느라 바빴고, 이 소나기가 갑작스럽게 내렸다.  아택이 물었다. “도련님, 지금 돌아갈까요?”  예군작은 생각들을 정리한 뒤 일어나서 말했다. “가자, 저 꽃 챙겨.”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아택은 그 꽃을 서재에 두었다. 예군작은 거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국청곡을 무시하고 방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가 나오자 국청곡은 침대 맡에 앉아 손에 그의 핸드폰을 쥐고 몸을 떨고 있었다. 얼굴은 화가 난 건지 모르겠지만 조금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의 동공은 살짝 어두워졌다. “내 핸드폰을 볼 생각이었으면, 마음에 준비를 하던지 아니면 보지 말았어야죠.”  국청곡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진몽요씨 만나러 갔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이러는 거예요? 예군작씨, 날 바보로 알아요? 난 아픔을 모르는 목각인형이 아니에요, 날 좀 존중해줄 수 없어요? 그 여자는 남편이 있는 여자라고요, 정신차려요!”  ‘남편이 있는 여자’ 라는 말은 예군작의 아픔을 건드렸고, 그는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챈 뒤 차갑게 말했다. “당신이 말 안 해줘도 알아요. 내가 이혼을 안 하는 것 만으로도 당신의 대한 엄청난 존중이에요. 나랑 계속 같이 살 생각이라면 이런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아요. 난 이런 거 싫어해요.”  국청곡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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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4화
아택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국청곡은 지금 어르신을 의지할 수 없어졌으니, 안정감을 느끼지 못 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건 다 사실이었는데 그녀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사모님, 모든 사람들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도련님을 도와 일을 하고 있지만 저도 뭐가 옳고 그른지는 압니다. 남자들은 한 가지 일을 붙잡고 놓지 않는 여자들을 싫어해요. 그럼 남자를 더 귀찮게 만들거든요. 걱정 마시고 다른 일에 좀 더 신경을 쓰셔도 될 것 같네요.”  국청곡은 숨을 들이 마셨다. “다른 일이요? 아이 말하는 거예요? 저한테는 지금 아이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한번도 안아보지 않았죠. 얼마나 사람이 차가워야 이 지경까지 올 수 있는 거죠?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한테도 감정이 없는 걸까요? 이 아이는 친딸이에요, 난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 달라고 바라진 않지만 아이한테만 잘해줘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제일 무서운 건, 그 사람이 갑자기 이혼하자고 하는 거예요. 그건 저한테 제일 큰 수치거든요!”  아택은 주변을 돌러 본 뒤 옆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사모님, 도련님은 절대 그렇게 안 하실 거예요. 왜냐면 어르신이 가시기 전에 주권을 분배했는데, 대부분 사모님과 아이에게 상속하셨어요. 이전에는 사모님이 아이를 낳은지 얼마 안돼서 아마 모르셨겠죠.”  국청곡은 깜짝 놀랐다. “정말이에요?! 할아버지께서… 주권을 다 저랑 아이에게 주셨다고요? 그럼 예군작씨가 왜 저한테 말을 안 한 거죠?”  아택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아마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셨겠죠. 이건 도련님이 사모님과 이혼할 생각이 없으시다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다른 사람 얘기 들어보니까,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감정에 기복이 크다던데, 제가 보기엔 사모님이 요즘 조금… 감정이 격해지신 것 같아요. 제가 이런 얘기를 해드리는 건, 걱정하지 마시라는 차원에서예요. 도련님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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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5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안 먹었어요, 움직이기 귀찮아서요. 밖에 비도 많이 오는데 배달시키면 배달원분들이 얼마나 고생하겠어요. 나 신경쓰지 말아요, 방금 간식 많이 먹어서 배 안 고파요. 당신도 얼른 씻고 자요.”  그녀는 온몸에서 흐르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늘 활발한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조용해진 걸 보니 그녀가 예군작을 찾으러 간 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는 걸 알았다. 그는 굳이 티 내지 않았다. “알겠어요, 나 먼저 샤워하고 올 테니까, 방에 가서 기다려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은 하지 않았다. 딱 봐도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는 느낌이었고, 그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 수도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녀는 야한 말로 대꾸를 했을 테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 경소경은 진몽요가 이미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걸 보았다. 그녀가 이불속에 누워서 웅크려 있는 모습은 보기에 매우 불쌍해 보였다.  한편, 목가네 그룹.  목정침은 10시가 넘을 때까지 야근을 한 뒤 회사에서 나왔다. 밖에는 폭우가 계속 내리고 있었고, 마치 오랫동안 내리지 않았던 비가 한번에 다 쌓인 걸 쏟아붓는 것 같았다.  야근 때문에 그는 진락에게 미리 퇴근하라고 했고, 지금 어쩔 수 없이 혼자 운전을 해서 가야했다.  주차장에서 똑같이 퇴근을 하고 집에 가려는 당천을 보았고, 당천은 불평했다. “비 오는 날이 제일 싫어요, 곳곳이 다 젖어 있어서 괜히 기분이 안 좋아지잖아요.”  목정침은 완전히 반대였다. 그는 비 내리는 날을 좋아했고, 비소리가 세상의 잡음을 다 없애주는 것 같았다. “일찍 들어가요.”  당천은 차 앞에 기대어 그에게 담배를 한 대 건넸다. “대표님은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이불을 데워줄 사람이 있지만, 저 같은 총각이 집에 일찍 가서 뭐하겠어요? 그럴바엔 회사에서 야근하는 게 낫죠.”  목정침은 담배를 받고 불을 붙였다. “그럼 계속 야근하세요.”  당천은 투덜거렸다. “그냥 한 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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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6장
잠시 후, 서양양은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쭈그려 앉아 읽기 시작했다. 지붕 아래로 빛이 밝지 않았고, 이런 환경에서 아쉬운대로 책이라도 읽는 걸 보니, 비가 멈출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려는 건가?  당천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는 이 여자를 매우 보호하고 싶었지만 또 자신이 떳떳하지 못 했다…  한참을 망설인 뒤 그는 우산을 갖고 차에서 내려 그녀의 앞에 섰다. “내가 데려다 줄게요.”  서양양의 몸은 갑자기 굳었고, 서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마치 한 세기가 지나간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피… 필요 없어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가면 돼요!” 서양양은 정신을 차린 뒤 황급히 책을 가방 안에 넣고, 딱 봐도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았다.  “혼자 택시 탈 수 있었으면 이렇게 오래 쭈그려 앉지 않았겠죠.” 당천은 그녀의 거짓말을 들춰냈다.  서양양은 약간 의아했다. “여기 얼마나 있었어요?”  당천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가게 문 닫기 전부터요. 맞아요, 당신이 의심하는 대로 나 여기 처음 온 거 아니에요… 나를 변태나 스토커로 생각해도 좋아요.”  서양양은 고개를 숙였고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하는 건데요?”  당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서양양은 그가 대답을 하지 않자 빠르게 그를 보았다. “왜 대답을 안 해요? 그쪽이 이러면… 저도 살짝 불편해요…”  당천은 우산을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차에서 기다릴게요.” 그리고 그는 빗속으로 걸어갔다.  서양양은 얼른 우산을 들고 살짝 뛰면서 쫓아갔다. “너무 빨리 걷지 말아요, 옷 다 젖겠어요! 이런 날씨엔 감기 걸리기 쉽단 말이에요!”  그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그녀가 분명 따라올 걸 알고 있었다.  차로 돌아온 뒤, 서양양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서 그에게 건넸다. “머리 다 젖었으니까 간단하게 닦아요. 집에 가서 드라이기 머리 말리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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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7장
서양양은 자신의 싸대기를 때리고 싶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늘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왜 자신이 그의 앞에서 쉽게 말을 더듬는지 알 수 없었다.  차창 밖으로 경치가 빠르게 지나갔고, 집으로 가는 길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긴 시간동안 두 사람은 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거의 집 밑에 도착할 때쯤, 서양양은 조심스럽게 당천을 보았고 그는 여전히 그녀의 앞에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빛이 났다.  예전에 분명 가까웠던 두 사람은 지금은 가까이 있지만 중간에 매우 먼 거리가 느껴졌다. 이런 느낌은 참 이상했다.  차가 멈췄을 때, 서양양은 실망한 듯 차문을 열었다. “고마워요, 당천씨.”  당천이 소리쳤다. “잠깐만요!”  그녀는 긴장했고, 그를 보며 속으로 약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그저 그녀에게 우산을 건넸다. “우산 챙겨요, 아파트 안까지 들어가려면 꽤 거리가 있으니까 비 맞지 말고요.”  그녀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해서 더욱 커지고 있었다. “알겠어요.”  차에서 내린 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왜냐면 그의 차가 멀어지는 장면을 보기 싫었고, 그녀는 늘 이별하는 느낌을 싫어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식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 다시 억제할 수 없는 파도가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당시에 그렇게 매정하고 깨끗하게 정리했으면서, 왜 또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난 걸까?  ......  목정침이 집에 오는 걸 기다리기 위해 온연은 아직 잠에 들지 않았다. 서양양의 문자를 받았을 때 그녀는 속으로 매우 감개가 무량했다. 당천은 결국 참지 못 하고 서양양을 찾으러 갔다. 비록 그녀는 예상을 했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긴 건 좀 늦은감이 있었다.  서양양은 온연에게 왜 당천이 몰래 그녀를 지켜본 건지 물었다.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고, 그저 오늘은 그가 처음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온연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당천이 디자인계에서 천재인 건 맞지만, 연애에 있어서는제시카의 영향을 받아 거의 연애고자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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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8장
목정침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나도 그 우산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싶네. 네가 보기엔 내가 진락 월급 반으로 깎아야 할 것 같지 않아?”  온연은 웃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일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면 되잖아요. 당신도 남자니까 알 거 아니에요. 남자들은 연애할 때 다 연애에만 신경 쓰니까 일 할 때 실수하는 것도 정상이죠. 진락씨가 자주 그러는 것도 아니고, 지금 딱 돈 필요할 때 월급 깎는 것도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화 풀고 얼른 가서 씻어요. 뜨거운 물에 목욕하고요. 난 먼저 잘게요.”  목정침은 묵묵히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월급 깎는 다는 건 사실 그냥 한 말이었고, 진짜 그렇게 하진 않을 테다. 하지만 진락이 요즘 일에 집중을 못 해서 꼭 한 마디는 해야 했다.  그가 목욕을 하고 나왔을 때 온연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콩알이도 침대에 있었고, 모자가 같이 안고 자고 있으니 그를 완전히 옆으로 왕따시켜 놨다. 비록 침대에는 빈 자리가 많이 남았지만 그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워서 어떻게 콩알이를 온연 품에서 빼낸 뒤 아기 침대에 다시 눕힐지 고민했다.  그가 잠시 고민했지만 이 방법이 실천에 옮기기 어렵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콩알이가 발로 차서 잠에서 깼다. 콩알이는 작은 다리를 그의 얼굴에 올렸고, 힘은 정말 친절하지 못 할 정도로 셌다.  콩알이는 그가 깬 줄 모르고, 손에 젖병을 쥔 채 신나게 마시고 있었다. 작은 얼굴에는 즐거운 표정이 가득했고, 발에 힘도 더욱 세졌다. 그는 힘없이 시계를 보았고 거의 8시였다. 온연도 이미 일어나서 세수를 마쳤다. 어제 저녁에 찬 바람을 좀 맞아서 그런지 그는 온 몸에 힘이 다 빠져서 어쩐지 오늘 늦게 일어났다.  온연이 옆에 없을 때를 틈타 그는 콩알이의 작은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콩알이는 꺄르륵 웃으면서 발을 움츠렸고, 한 손에는 젖병을 쥔 채 그의 몸에 올라타 말을 타면서 소리쳤다. “이랴!”  소리를 듣고 온연은 황급히 달려왔다. “콩알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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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9장
진락은 발에 기름을 바른 것처럼 재빨리 도망갔다. 그는 바보가 아니어서 목정침이 내려와 자신을 혼낼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온연은 그야말로 그의 구세주였다.  목정침은 아래로 내려와서 아침을 먹을 때 진락이 안 보이자 물었다. “걔는? 평소 같았으면 일찍 왔을 텐데 오늘은 이 시간까지 코빼기도 안 비추고, 진락 이 자식 일 그만 두겠다는 건가?”  온연은 그에게 젓가락을 건넸다. “왔었는데 내가 가서 차 수리하라고 시켰어요. 오늘은 다시 안 올 거니까 당신도 얌전히 집에서 쉬어요. 내가 당신 대신해서 이미 혼내 줬으니까 번거롭게 두 번 혼낼 필요 없고요. 얼른 밥 먹고 약 먹어요. 나는 오늘 회사에 일이 있어서 잠깐 갔다와야 해요. 아마 오후에 일찍 올 거 같으니까 당신은 집에서 콩알이랑 잘 놀아주고 있어요.”  목정침은 웃는듯 안 웃는듯 그녀를 보았다. “네가 지금 나한테 뭐할지 확실하게 정해주는 거야? 처음이네…”  온연은 뾰로통하게 그를 노려봤다. “난 당신 아내예요, 정해주는 게 뭐가 어때서요? 당신이 예전 같은 기세로 날 억누르려도 해도 이젠 소용없어요.”  목정침의 기분은 훨씬 나아졌다. “그래, 네 말 들을게. 그럼 일 끝내고 일찍 와. 아니면 나 혼자 콩알이 데리고 있는 것도 지루해, 말 타는 건 애한테 누가 가르친 거야? 얘 때문에 허리 부러지겠어.”  온연은 웃으면서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타는 법은 유씨 아주머니가 가르쳐준 거였고, 모든 아이들은 다 이렇게 크는 것 같았다.  이때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맞다, 나 한 이틀 후에 디저트 가게 보러 한 번 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 란샹 언니가 상가 주인이 상가를 팔려고 한다고 해서 내가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서요. 디저트 가게가 위치를 옮기거나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아요. 근데 문 닫기엔 아쉬워서, 된다면 그냥 다른 곳에서 새로 개업하려고요.”  그녀가 멀리 떠나야 한다고 하자, 게다가 언제 돌아올지도 확실하지 않으니 목정침은 기분이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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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0장
오후에 일을 마친 후 란샹쪽에 연락을 했다. 디저트 가게 상가 주인이 계속 재촉을 해서 그녀는 일정을 내일로 당겨야 했고 회사에도 미리 얘기를 해서 일주일 정도 휴가를 냈다. 아마 1주일이 목정침이 용인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인내심일 테다.  그녀는 다음 날 오전 비행기를 예약했고, 저녁에 콩알이를 달래서 재운 뒤 바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번에 가면 분명 돈이 필요할 것이기에 그녀는 목정침의 카드를 챙겼다. 안에는 심개가 그녀에게 돌려준 돈이 있었고, 그건 진함의 돈이었다. 돈이 필요할 때는 그 돈이라도 써야 했다.  목정침은 침대에 누워서 그녀가 바쁘게 정리하는 걸 보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렇게 급하게 가야 돼?”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캐리어를 쌌다. “응, 시간이 좀 급해서요. 회사에도 휴가 1주일 내고 왔으니, 그 안에 돌아올 거예요. 나 없을 때 콩알이는 당신이 좀 잘 챙겨줘요. 저녁에는 나랑 당신 밖에 모르잖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달래기 힘드실 거예요. 맞다, 열은 좀 내렸어요?”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모처럼 내가 열나는 걸 안 까먹었네. 열은 내렸어, 내 몸이 그 정도로 약하진 않아.”  그녀는 웃었다. “난 당신이 감기 걸려서 안 나으면 콩알이한테 전염될까 봐 그러죠.”  그는 화를 냈다. “그럼 가지 말고 네가 여기 남아서 애를 보던지!”  그녀는 대꾸하지 않고 정리한 짐을 벽 옆에 두었다. “다 했어요,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해요.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내가 가출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디저트 가게는 내 사업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내가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버는 수입까지 합하면 연봉으로 1억 이상은 버는 사람이라고요. 내가 벌어서 먹고 사는 느낌이 참 좋네요, 비록 당신만큼 벌지는 못 하지만 마음이 편해요.”  그는 시큰둥하게 이불을 잡아당겨 머리 위까지 덮어썼다. “쳇, 내가 번 돈도 넌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 그렇게 개고생을 해서 뭐해? 내가 꼭 내 돈이 아까워서 너한테 안 쓰는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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