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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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멋진 조합
성연이 한 차례 훑어본 참석자 명단에 의하면, 오늘 집안 모임에 참석하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 강씨 집안 사람들이 이 정도밖에 안되지는 않을 텐데.참석자 자료를 무릎 위에 내려 놓은 후, 무진에게 물었다.“설마 집안 사람들, 이게 다는 아니죠?”무진이 성연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작은 할아버님 두 분 모두 서넛의 자녀를 두셨고, 자녀분들 역시 모두 아들들이 있지. 모두 헤아리면 대략 수십 명쯤 되겠군. 때가 되면 다 볼 수 있을 거야.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중요한 사람들 아니니까, 그냥 적당히 상대하면 돼. 굳이 일일이 기억할 필요까진 없어.”이 자료 속의 가족관계만 해도 꽤 복잡했다.지금 본 명단은 겨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그러나 이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관건은 회사 전체를 장악한 사람이 그날 만났던 할머니라는 점이다.성연은 자연히 생각했다. 할머니가 자신의 시스템을 가져간 사람이 아닐까 하는.만약 그렇다면, 시스템을 되찾는 일을 설렁설렁할 수는 없을 터.고개를 숙이고 다시 보니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이었다. 뒷장의 내용을 보니, 강무진 일가 친척들의 회사 내 직위였다.몇 번을 훑어도 강무진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의아해서 물었다.“강무진 씨, 자료에는 회사 내 직위, 매년 영업액에 관한 것까지 다 있는데, 강씨 집안 장손인 당신 이름은 왜 안 보여요?”찰나이지만 강무진의 눈동자에 짙은 빛이 서렸다가 바로 사라졌다. 성연의 물음에 무진이 냉담한 어조로 대답했다.“장애 때문에 요 몇 년간 건강 회복에만 집중하고 있어. 회사 일엔 일찌감치 손 뗐지.”“음…….”성연이 일부러 길게 끌며 말했다.“한 마디로 캥거루 족이네요?”무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찌나 놀랐는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이런 말은 또 처음이군.’“그렇게 보인다면 그런 거겠지.” 무진은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안 될 것도 없지.’성연이 무진의 어깨를 톡톡, 두드린 후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저씨가 원대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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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존엄이 짓밟히다
무진과 성연이 거실로 들어서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흘깃 봐도 실내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고택의 넓은 거실 덕택에 빽빽할 정도로 붐벼 보이지는 않았다.할머니 안금여는 정중앙 상석에 앉아 계셨다.집안 모임이어서 그런지, 할머니는 가볍게 화장을 한 상태였다. 잘 관리된 얼굴에 눈썹을 그리고, 옅은 색의 립스틱을 바른 모습이 한층 우아한 느낌이었다.40대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할머니는 찻잔을 들고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하지만 입가에 머금은 미소는 눈가까지 미치지 않았다.둘째 작은할아버지와 셋째 작은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옆에 앉았고, 그 외 손아래 사람들은 자리에 앉았거나 직계 가장 뒤에 서 있었다.분명 집안 모임이건만 성연이 보기에 설명하기 힘든 괴이한 분위였다.성연이 무진의 휠체어를 밀고 거실 가운데로 들어가자, 무진이 차분한 표정으로 불렀다. “할머님.”무진과 성연을 본 안금여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바로 눈가로 이어졌다.특히 성연을 보는 안금여의 눈은 반가움을 숨기지 못했고, 연신 입꼬리가 올라갔다. 안금여가 성연에게 손을 흔들며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성연아, 할머니 곁으로 오려무나.”성연의 이름이 나오자 모두 이쪽을 돌아보았다.마치 하나의 동작을 보는 듯하다.성연이 슬쩍 입꼬리를 세웠다. ‘강씨 집안 사람들답게 모두 호흡이 척척 맞는군.’손아래 젊은이들은 밖에서는 제멋대로 행동할지라도, 집안에서는 어른들의 말에 순종해야 만 한다.그러니 궁금해도 묻지 못한 채 기껏 쳐다보기만 했다.역시 둘째 할아버지와 셋째 할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위에서 아래로 성연을 한 차례 훑어본 뒤에 안금여에게 말했다.“형수님, 이 아이가 무진의 처입니까?”고개를 끄덕이는 안금여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셨다. 성연을 대할 때만 따뜻한 빛을 드러낼 뿐이었다.“그래요. 성연아, 이분들은 무진의 작은할아버님들이시다. 인사를 드리도록 하렴.”“둘째 작은할아버님, 셋째 작은할아버님.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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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그녀는 매번 놀라움을 선사한다
성연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확실히, 저도 무진 씨와 제가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딱 맞는 인연이죠. 저는 우리 무진 씨의 외모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 외모 한 번 보세요. 두 사촌동생분들하고 비교도 안되지 않나요? 물론, 사촌동생분들도 못생긴 건 아니지만, 우리 무진 씨에 비하면 쫌 처진다고 봐야죠. 그렇지만 두 분에게도 좋은 점 하나는 있네요. 안목이 훌륭하다는 점요.” 성연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두 남자를 ‘사촌동생’이라고 불렀다. 확실하게 우세를 점한 뒤, 기세를 몰아 반격한 것이었다.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얼굴이 벌게진 두 사람은 사나운 눈빛으로 성연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녀가 눈치껏 처신하기를 바라며.하지만, 성연은 두 사람이 보내는 경고의 시선을 외면했다.성연을 본 둘째, 셋째 작은할아버지는 입 근육만 움직여 가느다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확실히 촌에서 온 게 맞군. 예의범절도 못 배운 듯 무례한 말을 하다니.”“촌 사람인 점은 문제될 것 없다. 앞으로 무진이가 제대로 교육을 시키겠지.”셋째 할아버지는 장애를 가진 무진의 다리를 보며 비웃었다.마치 그들의 말뜻을 못 알아들은 것 마냥 성연이 따졌다.“둘째 작은할아버님, 셋째 작은할아버님, 두 분 어째서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요? 제가 뭐 잘못 말하기라도 했나요? 사촌 동생분들을 칭찬하고 있었는데요. 게다가, 저는 줄곧 호의를 보이며 악담 한 마디 하지 않았는데요. 설마…… 강씨 집안에서는 솔직하게 말하는 게 잘못된 건가요?“만약 솔직하게 말해서는 안된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시골뜨기라, 예의범절에 있어서 사실 잘 모르는 점이 많습니다.”말을 마친 성연이 다시 몸을 돌려 안금여를 마주보았다.“할머니, 죄송해요. 제가 예의를 잘 몰라서 무진 씨 체면을 깍았어요. 앞으로 할머니께서 많이 가르쳐 주세요. 나가서 웃음거리가 되면 안되잖아요?”이 말을 들은 둘째, 셋째 할아버지들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거렸다.그렇다고 자신들의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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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볼수록 좋아져요
차를 한 모금 마신 안금여는 얼굴의 웃음기를 지운 채 한 차례 헛기침을 했다.“어린 아이가 철이 없습니다. 둘째, 셋째 서방님 모두 너무 언짢게 생각지 마세요.”이어 굳은 얼굴로 화가 난 척 호통을 쳤다.“성연아, 얼른 무진이 뒤에 가서 서지 않고 뭐하니!”성연이 매우 얌전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무진의 뒤에 섰다.“오늘 여러분들을 부른 까닭은 함께 식사하며 무진이의 약혼녀를 선보이고자 해서입니다. 그러니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강씨 집안에서 발언권이 가장 큰 안금여의 눈빛이 닿을 때마다 손아래 젊은 세대들은 입을 다물었다.모두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잘도 듣고 있다.시골 계집애 때문에 난처해진 강일헌과 강진성은 속으로 바드득 이를 갈았다.곧 식사가 시작되고 음식이 들어왔다. 육, 해, 공 빠진 것 없이 다 갖춘 푸짐한 성찬이었다.성연이 본 것도 있고, 보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 ‘어쨌든 비싸면 되는 거지.’강씨 집안의 한끼 식사가 일반 사람들의 반년치 월급과 맞먹을 정도였다.그야말로 돈지랄이었다.설사 자신에게 돈이 있다 하더라도 감히 이렇게 쓰지는 못할 터였다.조용히 무진의 옆에 앉은 성연은 다른 사람들이 수저질을 시작하자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성연이 먹는 모습은 솔직히 예의범절에 맞춘 조신한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작이 우아하고 보기 좋아서 빨리 먹는데도 경박스러워 보이지 않았다.무진이 옆에서 성연을 살폈다. 때때로 채소를 집어 주거나 생선 가시를 발라주면서.성연이 너무 빨리 먹다가 체하기라도 할까 걱정된 무진이 연신 주의를 주었다.“천천히 먹어. 서두르지 말고.”맞은편에 앉아 마침 이 말을 들은 강진성이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가시를 세웠다.“형수님, 이건 좀 곤란한데요. 식사 예절, 우리 집안에선 아주 엄격합니다. 식사하시는 모습이 썩 좋지 않군요. 이후 밖에서 어떤 비난을 듣게 될지. 집에서 형님이 굶기는 줄 알겠어요.”약한 모습 보이기 싫은 성연 역시 입안의 고기 조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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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잘 교육시켜라
강진성과 강일헌은 번번이 성연이에게 깨졌다.아직도 송성연이 머리에 든 거 없는 촌뜨기라고 생각한다면, 그들 두 사람이 바보 천치일 것이다.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의 입을 막아버리는 저 모습이 어디 산골 여자아이에게 볼 수 있는 감성이란 말인가?더 이상 성연에게 열 받지 않기 위해 아예 입 닫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저녁 식사는 금방 끝이 났다.모임에 참석했던 강씨 집안 일원들이 잇달아 자리를 떴다.사람들로 붐볐던 거실이 순식간에 휑해졌다.고용인들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치우기 시작했다.“드디어 조용해졌구나.”강운경이 안금여를 부축해서 소파에 앉혔다.고개를 끄덕이던 강운경은 보이지 않는 총과 몽둥이로 조롱해대던 사람들을 생각났다. 곧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이 사람들, 매번 집안 모임 때마다 방법을 바꾸어 가며 우리 무진이를 조롱해댔지. 듣기만해도 역겨웠는데, 이제 그럴 일 없을 것 같은데?”‘듣기 좋게 말해서 모두 강씨 집안 사람들이지, 하나같이 야심만만한 여우들 아냐? 무진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거지.’안금여가 강운경의 손을 톡톡 두드리며 위로하고는 웃으며 말했다.“신경 쓸 필요 없다.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사는지 보라고 하는 것도 괜찮을게다.”둘째와 셋째 시동생은 매번 집안 모임을 핑계로 이쪽 종가의 밑바닥까지 살폈다. 곤경에 처한 모습을 봐야 두 늙은 여우는 마음을 놓았다. ‘그렇게 보고 싶어하니 보여주마.’“됐다. 이미 오래된 일인데 괜히 그 사람들 꺼내지 말거라. 속 시끄러우니까.” 일찍부터 강씨 집안 사람들의 태도에 익숙한 터였다.예전 자신의 영감이 살아있을 적에 잘 대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영감이 가자마자 무진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것 같다. ‘무진일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무진의 상태를 위장해야만, 무진이 안전할 수 있었다.그녀는 살아생전 무진을 제대로 지켜주고 싶었다.안금여의 머릿속에서 많은 옛날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자연히 시선이 무진에게 향했다.무진 옆에 앉은 성연을 보는 안금여의 입가에 웃음이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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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되도록 만나는 일 없으면 해
강무진은 성연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 맞아. 매사 거침없이 행동하는 애가 어떻게 앉아서 예의 같은 걸 배우고 있겠어?’그는 휠체어를 조종하여 소파 쪽으로 갔다.“고모는 바쁘신 분인데, 이런 일로 귀찮게 해드릴 수는 없죠.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예절 선생님을 모셔와서 성연이를 지도하게 하겠습니다.”그러자 안금여가 입을 열었다.“나는 오히려 성연의 이런 성격이 마음에 든다. 이제 우리 집안에도 규칙에 매이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때도 되었지 않니? 그런 사람이 집안을 이끌면 좋겠다.”그 말을 들은 성연이 깜짝 놀라 안금여를 쳐다봤다.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말씀해 주실 줄은 몰랐다.성연은 할머니가 더 좋아질 것만 같았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안금여는 피곤이 몰려오는 듯했다. 아직 열 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크게 하품을 하고는 이내 한숨을 쉬었다.“이제 정말 늙었나 보다. 에너지 넘치는 젊은 너희들을 따라 갈 수가 없구나. 성연아, 무진아! 할머니는 더 이상 여기 못 있겠다. 그만 방에 들어가 쉬어야겠어. 낡은 뼈마디가 더는 안된다고 신호를 보내는구나.”강운경이 얼른 일어나 안금여를 부축했다. “엄마, 천천히요.”계단 입구까지 간 강운경이 고개를 돌려 무진과 성연을 쳐다보았다.“둘 다 조심해서 들어가. 오늘은 푹 쉬고 시간이 될 때 또 보자.”강운경에게 인사를 건넨 두 사람은 강씨 고택을 나섰다.돌아가는 길에 한참을 망설이던 성연이 입을 열었다. 걱정거리가 생겼다. “설마 정말 예절 선생님을 데려오는 건 아니죠? 난 싫어요.”무진은 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설령 예절 선생을 모셔온다 해도, 이틀도 안 돼 거품 물고 때려치울 거라고.성연이 먼저 싫다고 말한 이상, 그도 굳이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배우지 않아도 돼. 하지만, 배우는 척은 해야 해. 나중에 고모가 물어볼 때, 뭐라고 할 말은 있어야지.”성연도 그쯤은 충분히 이해한다.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강운경도 있지만, 괜히 트집을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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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정말 너무 창피해
‘자신에게 이렇게 큰 자식이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아는 게 겁나는 거야? 내가 혹시라도 자신에게 매달릴까 봐 미리 돈을 주는 거야?’이런저런 생각에 성연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 느끼는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엄마가 일부러 전화를 해서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말하다니, 너무 창피스럽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아빠, 엄마’라는 단어는 성연에게 더 이상 ‘사랑’의 의미가 아니었다.그녀의 부모는 정말 구역질 날 정도로 이기적인 사람들이었다.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애써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굳이 이렇게 알려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도 어머니에게 연락할 생각 없으니까요.”말을 마치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성연의 눈동자가 사납게 일렁이는 기운으로 가득 찼다.이제 이런 일에는 면역이 생겨 아무렇지 않다고 되뇌었지만, 마음속에서 이는 슬픔은 어쩔 수 없었다.‘이게 뭐야?’‘원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나를 낳은 거야?’‘하지만 고마운 것도 있어. 생명을 줬으니, 오늘의 송성연이 있는 거니까.’휴대폰을 한쪽에 두고 물을 마시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냉장고를 열고 얼음물 한 병을 꺼내 마셨다. 차가운 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꺼지지 못한 마음속의 불덩어리로 인해 성연의 마음은 점점 더 뜨겁게 타올랐다.마침 집사가 지나가는 것을 본 성연이 물었다.“집사님, 혹시 게임을 연결할 수 있는 장비가 있을까요? 갑자기 게임을 하고 싶어서요.”잠시 머뭇거리던 집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원래는 안 된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괜찮을 것도 같았다.‘사모님은 아직 어린 나이니까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게 정상이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 뭐.’‘도련님도 이해하실 거야.’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입니다.”집사가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에 게임기를 연결해 주자, 성연이 능숙하게 게임기를 조작했다.집사는 금방 게임을 설치해 주었다. 성연이 그냥 게임을 하고 싶은 거라고 생각하면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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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그 친구는 죽었어요
성연이 직접 만든 이 게임은 모험심을 자극하며 꽤나 긴장감이 넘쳤다.평소 걱정이 많거나 스트레스가 많을 때 하면 딱 좋은 그런 게임이다. 성연이 무진에게 게임 규칙을 설명했다. 구체적인 게임 방법뿐 아니라 게임의 레벨을 깨트릴 수 있는 기술까지 모두 전수했다.손건호와 집사는 놀란 얼굴로 서로 마주 보았다.손건호는 마음속으로 감탄했다.‘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우리 보스가 집에서 게임 하는 것을 보다니!’‘우리 도련님, 엄청난 돈이 오가는 사업도 마다하고 지금 어린 사모님 유혹에 넘어가 게임을 하고 있다니. 이래도 괜찮나?’몇 번 게임을 하고 난 무진은 꽤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하면 할수록 더 빠지게 된다.원래 성연과 함께 있으면서 기분을 풀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자신이 게임에 푹 빠져들었다. 실력도 처음보다 많이 늘어 이제는 전혀 초보자 같지 않았다.만약 직접 가르쳐 주지 않았더라면, 그녀 역시 무진이 처음 게임한다고는 믿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게임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성연은 그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게임을 깨나가는 속도가 그녀를 따라잡을 정도였다.“평소에 집에 있으면서 할 일이 없을 때는 무엇을 해요? 설마 계속 책만 읽는 것은 아니죠?”함께 게임을 하는 동안, 둘의 거리가 조금 가깝게 느껴졌다.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잠시 말이 없던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뭐…… 어떻게 보면 계약서도 글로 된 책이라 할 수 있지…….’‘온종일 책만 읽으면 얼마나 재미없을까?’‘으윽, 글자들로 꽉 찬 페이지만 봐도 머리가 아픈데, 온종일 본다니!’이런 생각을 하던 성연이 또박또박 말했다. “역시 게임을 하는 게 더 재미있어요.”무진은 버튼을 누르면서 물었다.“이 게임은 시중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듯 무진은 대화를 하면서 게임도 하고 있었다. 성연이 무표정한 얼굴로 TV 화면을 보고 있었다.‘누가 나에게 설명 좀 해줘! 강무진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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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거침없는 송성연도 부끄러워할 줄 아는구나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을 확인한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은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게임을 하고 끝냈다.어쨌든 자신 역시 내일 학교에 가야 했다. 너무 늦게 자면 못 일어날지도 모른다. 게임을 마친 성연은 방으로 돌아왔다. 손건호와 상의할 일이 있는 무진 때문에 옆방에 있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했다.혹시 무진이 같은 방을 쓰자고 요구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둘 중 하나는 침대에서 자고 남은 한 사람은 소파에서 자는 거니까 상관 없었다.이 점에 대해서는 무진과 이미 약속을 한 상태였다.며칠 함께 지내면서 무진이 꽤 매너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첫날은 빼고 말이다. 그날 일은 그냥 사고라고 생각하기로 했다.무진이 자신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때때로 강씨 집안의 이상한 친척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 말고는, 이곳은 송씨 집안보다 훨씬 편했다.적어도 강무진은 그녀에게 잘해 주는 편이니까.밤 10시 반.성연은 욕실에 들어가 간단하게 씻었다.욕실을 나오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수건으로 올리고 있던 머리를 풀며 문을 열었다. 입구에 손건호가 서 있었다.“무슨 일이에요?”손건호는 그녀를 보며 초조한 듯이 말했다.“제가 보스에게 약을 발라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긴급 콜이 왔습니다. 지금 당장 가 봐야 하는데, 혹시 사모님께서 제 대신에 약을 발라 주실 수 있는지요?”성연이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집사님에게 부탁하시면 되잖아요.”성연은 손건호가 지금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회사 일이 아무리 급하다 해도, 자기에게 와서 이런 부탁을 할 시간에 약을 바르면 됐을 터.손건호는 성연이 그런 계산까지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이제는 대놓고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집사님은 연세가 많으셔서 잠이 부족하면 다음 날 편두통이 심해지십니다. 그러면 종일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지요. 사모님도 아시다시피 집사님은 이 집안의 살림을 꾸려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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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그녀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성연은 침대 옆에 앉아 그를 눕힌 후, 상처를 가리고 있는 목욕가운을 젖혔다.자세히 살펴보니, 상처는 이전에 창고에서 봤을 때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이제 서서히 아물기 시작하고 있었다.하지만 어찌 되었든 몸에 깊은 흔적을 남긴 상처였기에 그렇게 빨리 낫지는 않을 것이다.성연은 손에 든 연고를 한 번 살펴보고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손가락 끝에 약을 짜서 무진의 상처에 바르기 시작했다.아주 일반적인 상처에 바르는 연고는 병원에서 처방한 것이라, 순하면서도 서서히 상처를 아물게 할 것이다.그전에 무진이 사용했던 성연이 만든 연고는 상처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만약 계속 그 연고를 사용했다면 지금쯤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을 터였다.그러나 성연은 무진 앞에 너무 많은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너무 똑똑한 사람이라 자칫하면 다른 사실들까지 알아낼 지도 모른다.그래서 성연은 매사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침착한 얼굴로 약을 바르며, 다른 감정은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보통, 여자들은 이런 상처를 보면 깜짝 놀랐다. 소리까지는 지르지 않아도 그녀처럼 침착하지는 못했다.무진은 성연이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호기심이 생겼다.하지만, 손건호가 조사해온 자료에 의하면, 평범하기 그지없었다.무진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의도적으로 물었다.“너는 이런 상처를 보고도 무섭지 않아?”성연은 무진의 복부를 가볍게 마사지하며 약이 더 잘 흡수되도록 했다.질문을 받고 성연이 놀리던 손을 멈췄다.“무서울 게 뭐 있어요? 그냥 상처일 뿐이잖아요.”무진이 웃으며 말했다.“넌 상처도 능숙하게 치료하고 마사지도 잘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네가 의술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그는 마치 성연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긴장한 나머지 손끝이 살짝 떨렸지만 계속해서 부드러운 손길로 약을 발랐다.무진은 그녀의 손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몸을 움찔했다.간지러우면서도 찌릿찌릿한 느낌이었다.무진의 검은 눈동자가 더 새까매졌다.성연이 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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