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001 - Chapter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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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다행히 한지영은 강현수의 얘기에서 금세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식사를 마친 후 백연신은 먼저 제일 가까운 임유진을 데려다주고 그 다음으로 탁유미와 윤이도 현 거처에 데려다주었다.윤이가 차에서 내릴 때 한지영은 잊지 않고 또 한 번 아이에게 뽀뽀하고서야 품에서놓아주었다. 그러고는 손을 흔들며 유치원에 들어가는 날 근사한 선물을 주겠다며 기대하라고도 했다.백연신은 아이와 떨어지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듯한 한지영을 보더니 빠르게 시동을 걸었다.“아직 얘기도 다 못했는데.”한지영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네가 이렇게까지 아이를 좋아할 줄은 몰랐네.”백연신이 정면을 주시하며 말했다.오늘 한지영은 아이에게 10번 가까이 뽀뽀했다. 평소 그에게는 잘 해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너무 귀엽잖아요.”한지영은 아직 윤이가 눈앞에서 아른거렸다.“사실은 귀여운 것도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커요. 유진이한테 들어보니까 감옥에서 태어났대요.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를 앓았고요. 그런 환경 속에서 저렇게 잘 키워낸 걸 보면 언니도 참 대단해요.”한지영은 진심으로 탁유미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만약 자신이 그 상황이었더라면 절대 그렇게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감옥?”백연신이 조금 놀란 얼굴로 물었다.“네. 아, 그리고 윤이 아버지는 이경빈이에요.”이건 그녀가 임유진의 월세방을 갔을 때 우연히 탁유미의 사건 파일을 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이경빈? 해성시 이씨 가문의 그 이경빈?”“네.”한지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참 아이러니하죠? 아버지는 모든 걸 다 가졌는데 그 아들은 정작 감옥에서 태어나고 지금은 일반 유치원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이렇게 힘들어하고 말이에요.”그녀는 탁유미와 윤이가 안쓰러웠다.두 모자가 그간 어떤 일을 겪어왔는지 일반 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테니까.백연신은 뭔가 얘기하려다가 다시 입을 닫았다. 어차피 이건 남 얘기고 그는 이경빈과 탁유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기에 섣불리 얘기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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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백연신이 눈썹을 꿈틀거렸다.“왜, 내가 이경빈처럼 다른 사람 말만 듣고 네 말은 안 들을까 봐 겁나?”“연신 씨가 정말 그렇게 하면 난 절대 용서 안 할 거예요. 그때는 연신 씨를 철저하게 잊어버리고 바로 다른 남자랑 사랑...”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연신이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거칠게 입술을 부딪쳐왔다. 그녀의 말을 다 삼켜버릴 듯이 말이다.소유욕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런 키스였다.한지영은 처음에 괜히 발버둥 치다가 어느샌가 그의 키스에 푹 빠져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들어 백연신의 목에 둘렀다.그렇게 짧고 굵었던 키스가 끝이 나자 그녀의 얼굴을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두 눈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너는 나를 잊지도 못할 거고 다른 남자와 사랑도 못 할 거야.”한 치의 의심도 없는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한지영은 키스의 여운을 느끼며 호흡을 고르다가 괜히 심술을 부렸다.“그걸 연신 씨가 어떻게 확신하는데요?”그러자 백연신의 입술이 또다시 그녀의 입술을 탐해 왔다.한지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가 이끄는 대로 끌려갈 뿐이었다. 그와의 키스는 정신을 잃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그렇게 또 정신없는 키스가 끝이 나고 두 사람의 입술이 천천히 떨어졌다. 한지영은 왠지 자신의 입술이 따갑게 부어오른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이래도 네가 날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나 말고 다른 남자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백연신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한지영은 입술을 두 손으로 가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또 쓸데없이 입을 놀렸다가는 입술이 남아나지 않을 수도 있다.백연신은 아무 말 없는 그녀를 보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앞으로 그런 말은 하지 마. 사귀기로 한 날 약속했잖아. 절대 헤어지지 않기로. 앞으로 쭉 함께 있을 거라며.”한지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그냥...”“알아. 혹시 나중에 내가 이경빈처럼 네가 아닌 다른 사람 말을 믿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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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올 것이 왔다. 이제 더는 피할 수가 없다.“뭐라고 쓰여 있는데...?”탁유미 엄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사실 그녀는 우편물을 봤을 때부터 무슨 내용일지 예상하고 있었다.탁유미는 쓰게 웃으며 답했다.“이경빈이 나한테서 양육권을 빼앗겠다는 내용이요.”“그럼 빨리 유진 씨한테 얘기해. 우리 도와준다고 했잖아.”탁유미 엄마가 다급하게 말했다.탁유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에 든 우편물을 바라보았다.임유진이 도와준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감옥살이했던 경력도 있고 현재 경제적인 상황을 봤을 때도 이경빈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기에 이길 가능성은 현저히 적었다.하지만 이 말을 솔직하게 얘기하면 걱정할 게 뻔하니 엄마한테는 알리지 않기로 했다.“엄마, 유진 씨한테는 내가 얘기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만 주무세요.”탁유미는 애써 괜찮은 척 말했다.“아니면 이경빈한테 한 번 더 빌어보는 건 어때? 솔직히 꼭 윤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소용없을 거예요.”탁유미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경빈이 얼마나 냉랭한 사람인지 알고 있기에 그런 희망은 품지 않는다.설사 정말 그녀가 무릎을 꿇고 사정한다고 해도 그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엄마, 나 윤이 절대 안 뺏겨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탁유미는 쌔근쌔근 자고 있는 윤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녀에게 있어 윤이는 목숨과도 같은 존재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든 양육권만큼은 꼭 사수할 것이다....“공수진 씨, 대표님께서는 현재 회의실에서 미팅 중이십니다.”이경빈의 비서가 깍듯한 태도로 공수진을 대했다. 회사 사람들은 공수진이 조만간 이씨 가문 안주인이 된다고 확신하는듯했다.“그럼 사무실로 가서 기다릴게요.”공수진은 미소를 지으며 대표이사실로 향했다. 그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직접 구운 쿠키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여유로운 겉모습과는 달리 공수진은 지금 상당히 불안한 상태였다.특히 탁유미가 이경빈의 아이를 낳았다는 말을 듣고 그 불안은 점점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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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왜 갑자기 탁유미가 감방에 있었던 일을 조사하는 거지? 설마 탁유미와 만나고 옛정이라도 생긴 건가?공수진이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이경빈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손에 자료를 든 공수진을 보더니 표정을 조금 굳혔다.“여긴 왜 왔어?”이경빈이 물었다.“그게... 경빈 씨 주려고 쿠키를 직접 만들었거든요.”공수진은 그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경빈 씨, 탁유미 씨 자료는 왜 보는 거예요?”이경빈은 책상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자료를 빼앗아 들고 말했다.“양육권을 되찾으려면 상대 쪽 정보를 잘 알아둬야지.”정말 그것뿐일까?공수진은 불안을 지울 수가 없었다.“경빈 씨, 나 무서워요. 당신이 탁유미 씨한테 감정이 남아있을까 봐 무서워요.”“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이경빈은 차갑게 대꾸하더니 의자에 앉으려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그때 공수진이 그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미안해요. 말이 헛나왔어요. 요즘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자꾸 경빈 씨와 내가 결혼할 일 없다고 해서 예민해졌나 봐요. 경빈 씨를 너무 사랑해서, 그래서 너무 불안해요.”공수진은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이경빈은 그걸 듣더니 굳었던 표정을 풀고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지난번 파티에서 내가 갑자기 사라진 것 때문에 그런 소리가 나왔나 보네. 미안해. 인터넷 쪽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그는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불안해하지 마. 나는 꼭 너랑 결혼할 테니까.”공수진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떠난 후 이경빈은 조금 피곤한 얼굴로 의자에 털썩 기대앉았다. 그러고는 책상 가득한 탁유미의 자료들을 손으로 뒤적거렸다.아까 회의에 들어가기 전 이 자료들을 받았을 때 그는 심장이 옥죄어 오듯 고통스러웠다.감방에 들어가 고생한 것쯤은 그도 예상했던 바였지만 막상 자료로 그녀가 당했던 고통을 눈을 직접 보게 되니 숨이 막혀왔다.여자가, 그것도 임신한 여자가 비인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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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탁유미는 아직도 자신이 골수를 기증해준 남자가 이경빈인 걸 모르고 있다.공수진은 이 비밀을 이경빈과 탁유미에게 말해줄 생각이 없다. 이건 무덤까지 안고 가야 했다.그래야만 이씨 가문의 안주인이 그녀가 될 테니까....임유진은 차 변호사로부터 서류 봉투를 건네받고서야 이걸 전달해야 하는 곳이 KS 그룹이라는 것을 알았다.순간 그녀가 조금 머뭇거리자 차 변호사가 물었다.“무슨 문제 있어요? 그쪽에서 급히 필요한 거라고 해서 퀵 서비스보다는 유진 씨를 보내는 게 더 빠를 것 같아 건네준 건데.”“아무 문제 없습니다.”임유진은 고개를 숙인 후 차 변호사 사무실을 나왔다.로펌에서 일하면서 강현수와 마주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가 있는 로펌뿐만이 아니라 꽤 많은 로펌이 크고 작은 법무상의 문제로 KS 그룹과 엮여있다.KS 그룹 산하의 연예인들 법적 문제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임유진은 서류 봉투를 챙겨 들고 KS 그룹에 도착했다. 프런트 데스크에 이곳에 온 이유를 전하니 직원이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전화를 걸었다.그렇게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빌딩 문이 열리고 검은 양복 차림의 일행이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그중 제일 앞에서 사람은 강현수였다. 그는 옆에 있는 중년남성과 얘기를 하며 걸어들어왔다.임유진은 그의 등장에 깜짝 놀라 서둘러 시선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만 강현수와 눈이 마주쳐버렸다.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여기는 어떻게 왔어요?”처음 듣는 다정한 목소리에 사람들이 전부 눈을 크게 뜬 채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강현수는 여자친구에게도 이렇게 다정하게 말을 건 적이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표정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웠다.“차정훈 변호사님 부탁으로 서류 전달해주려 왔어요.”“어디로 가져가는데요?”강현수의 질문에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대신 답했다.“법, 법무팀으로요. 방금 법무팀하고 연락이 됐는데 직접 가지고 오라고 하세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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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회사 안에서 강현수가 어디를 가든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결국 임유진은 강현수와 함께 법무팀으로 함께 향했다. 부서에 도착했을 때 법무팀 직원들은 전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한동안 얼어있었다.법무팀 팀장은 얼빠진 얼굴로 그들을 구경하다 이내 공손한 태도로 두 사람을 회의실 안으로 데려갔다.그는 임유진이 건네주는 서류 봉투를 건네받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맙습니다. 다음번에는 저희 쪽에 연락을 주시면 급한 서류는 저희 팀 직원을 그쪽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강현수가 함께 갈 정도의 여자라면 분명 중요한 인물이 분명했기에 팀장은 최대한 저자세로 얘기했다.그리고 얼마 전 강현수의 인터뷰도 봤었던지라 그는 눈앞에 있는 여자가 혹시 강현수가 밝힌 사랑하는 여자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했다.그날 인터뷰가 공개된 후 그룹 전체가 들썩거렸었다. 흔한 가십거리에 관심 없는 직원들조차 강현수가 얘기한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할 정도였으니 말이다.그간 강현수의 여자친구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의 입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강현수가 진정한 사랑을 하는 날은 오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던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기에 더 충격적이었다.“원하시는 서류가 맞는지 확인 부탁드릴게요.”임유진의 말에 팀장은 얼른 서류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맞습니다. 저희가 원한 서류가 맞네요.”“네,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임유진은 가볍게 인사한 다음 회의실을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그때 강현수가 그녀의 팔을 덥석 잡으며 물었다.“벌써 가려고요?”“볼일을 끝냈으니 당연히 이만 가야겠죠?”임유진이 자신의 팔을 힐끔 보다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나는 아직 할 얘기가 많은데.”그 말에 눈치 빠른 법무팀 팀장이 후다닥 회의실을 나가며 문까지 조심스럽게 닫아주었다.임유진은 조금 골치 아픈 얼굴로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때 강지혁이 방해하는 바람에 둘이서 제대로 얘기 못 했잖아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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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임유진은 순간 그의 올곧은 시선이 꼭 자신의 마음을 전부 꿰뚫어 보는 듯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강현수 씨.”임유진은 깊게 한번 숨을 들이켜더니 진지한 얼굴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강현수 씨 말이 맞아요. 나는 강현수 씨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지금 그저 하루하루가 평안하게 흘러가기를 원해요. 연애 놀이 같은 거 이제는 하고 싶지 않아요.”“나는 한 번도 당신을 연애 놀이 대상으로 본 적 없어요.”강현수도 똑같이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혹시 내가 했던 말이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겁니까? 그런 거면 어떻게 해야 내 진심을 믿을 수 있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신이 알려줘요.”임유진은 입술을 한번 깨물었다.“나는 지쳤어요. 사랑 같은 거 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이미 지쳐있다고요.”“그러면 받기만 해요.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을 때, 그때 나를 사랑해줘요. 나는 지금 당신이 날 거절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그 말에 임유진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물었다.“왜 하필 나예요? 나는 집안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징역형도 살다 나온 여자예요. 그리고 당신이 계속 찾아 헤맸던 사람도 아니고요.”마지막 말을 할 때 그녀는 어쩐지 가슴이 콕콕 찔려왔다.“그러게요. 왜 당신일까요.”강현수는 조용히 읊조리며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임유진은 그의 손길에 순간 움찔하며 피하려다가 그의 시선을 마주하고는 몸이 얼어붙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그의 눈동자 속에는 어쩐지 모를 처연함과 꾹꾹 눌러 담은 갈망이 잔뜩 어려있었다.“집안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징역형도 산 데다가 내가 찾던 사람도 아닌데 왜 하필 당신일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었다면 확실히 당신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많았겠죠. 하지만...”강현수는 잠깐 말을 끊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눈가를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고 그건 내가 당신이라는 인간을 사랑한다는 게 증명되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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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그럼... 사무실 안에서 기다릴게요.”“아니요. 밖에서 기다려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비서의 단호한 대답에 배여진은 이를 꽉 깨물더니 어쩔 수 없이 밖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그녀는 어쩐지 비서의 태도가 평소와 많이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의를 지키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녀에게 커피를 가져다줄 때 평소처럼 아부하는 것 같은 느낌은 확연히 사라지고 없었다.강현수가 인터뷰에서 그녀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확실히 선을 그어서일까?배여진은 그 생각만 하면 주먹이 떨렸다.강현수가 그 말을 한 탓에 학교 친구들은 그녀에게 갖은 삿대질과 조롱을 해댔고 드라마 제작팀은 평소 살가웠던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아예 그녀라는 존재를 무시하기도 했다.강현수의 관심이 그녀에게 없다는 이유 하나로 그녀는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시절로 다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그때, 회사 임원중 한 명이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와 비서에게 다가와 물었다.“대표님은 아직 안 오셨나?”“네, 어떤 여성분과 함께 법무팀으로 가셨다고 합니다.”“그래, 그건 나도 들었어. 다들 그 여자가 대표님이 인터뷰에서 얘기한 여자라고 난리야. 평소 자기 할 일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웬 여자와 함께 법무팀까지 같이 갔으니 그럴 만도 하지.”임원은 흥미 가득한 얼굴로 얘기했다.“그 여성분이 어떤 분인지 상무님은 혹시 아세요?”비서도 임유진의 얼굴은 못 봤던 터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듣기로는 로펌 직원이라는 것 같던데 자세하게는 잘 몰라.”로펌 직원?!임유진이 틀림없다!배여진은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그 여자가 임유진이라고 확신했다.강현수는 지금 자신의 모든 신경을 임유진에게 쏟고 있다.‘안 돼. 이대로는 안 돼!’만약 강현수와 임유진이 함께 하게 되면 배여진은 강현수의 곁에 더 이상 머물지 못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유진아!”임유진은 회사를 나왔다가 배여진의 부름에 자리에 멈춰 섰다.배여진은 그녀를 향해 웃으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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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그때 경찰서에서 현수 씨가 너한테 고백했잖아. 그럼 너는? 너는 어떤데? 그때 보니까 강지혁 씨는 아직 너 좋아하는 것 같던데, 너랑 지혁 씨... 정말 헤어진 거 맞아?”배여진의 질문에 임유진은 그저 그녀를 담담히 바라만 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배여진은 갑자기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나는 똑똑하지도 않고 전에는 이상한 사람하고 결혼해 힘들게 살았어. 그러다 현수 씨를 만났고 이제 현수 씨는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어버렸어. 그리고 나는 지금 진심으로 현수 씨를 좋아해.”그녀는 그 말을 하면서 얼굴을 붉혔다.“너한테는 강지혁 씨가 있잖아. 나한테 남은 사람은 현수 씨밖에 없어. 그런 나한테서 현수 씨 빼앗아 갈 건 아니지...?”임유진은 그녀를 계속 바라만 보았다.배여진은 그 시선에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러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봐? 혹시 내가 전에 했던 얘기 때문에 아직도 화가 안 풀린 거야? 그랬다면 미안해. 하지만 현수 씨 일은 진심이야.”“그래서? 나는 강현수를 사랑하지 않아. 강현수한테는 아무런 감정도 없어. 뭐, 이런 말을 해주길 원하는 거야? 그러면 언니 마음이 조금 안심될 것 같아? 만약 내가 언젠가 강현수를 좋아하게 되면 지금 한 말을 들먹이며 나를 막아보기라도 하게?”임유진은 기나긴 침묵 끝에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배여진의 뜨끔하는 표정을 보니 그럴 속셈이 맞는 듯했다.“언니, 이러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 외할머니 얼굴을 봐서 다시 한번 충고하는데 강현수는 절대 쉬운 남자가 아니야. 지금이라도 사실을 털어놓으면 어쩌면 큰 봉변은 당하지 않을 수 있어.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헛된 걸 욕심내면 그때는...”만약 강현수가 배여진의 거짓말을 알게 된다면 그는 절대 그녀를 곱게 보내주지 않을 것이다. 아마 그 어느 때보다 더 잔혹해질지도 모른다.“너 그게 무슨 뜻이야?!”배여진의 표정은 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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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고이준은 별다른 질문 없이 바로 차에 시동을 걸어 서서히 단지를 벗어났다.강지혁은 피곤한 듯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아까 임유진을 본 순간 줄곧 공허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가득 채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는 또다시 마음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그녀는 여전히 그의 모든 감정을 이토록 쉽게 쥐고 흔들 수 있다. 임유진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그에게 만족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는 그런 여자다.강지혁은 자신이 마치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게 설계된 몸이 된 것만 같았다.“고 비서는 내가 아직 임유진을 사랑하는 것 같아?”강지혁의 뜬금없는 질문이 조용한 적막을 깨고 울려 퍼졌다.고이준은 핸들을 꽉 쥔 채 뻣뻣하게 굳어버렸다.대체 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대표님, 저는 음... 그게...”고이준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대답을 망설이며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쓸데없이 머리 굴리지 말고 솔직하게 대답해.”강지혁은 그의 의도를 파악한 듯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고이준은 결국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제가 느끼기에 대표님께서는 아직 임유진 씨를 사랑하시는 거로 보입니다. 아니면 강현수 씨가 임유진 씨에게 사랑을 고백한 후 그렇게 화를 내지도 않았을 테니까요.”예전에는 여자들이 어떻게든 강지혁의 옆에 있으려고 매달렸다면 지금은 강지혁이 어떻게든 임유진의 옆에 있으려고 매달리는 것 같았다.“그러니까 내가 유진이를 누나라고 부르는 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는 말이네?”어쩐지 허탈한 듯한 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이준은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서는 임유진 씨가 대표님을 노숙자로 알던 시절이 그리웠던 건 아닐까요?”그 시절이 그리운 거라고?강지혁의 눈이 흠칫 떨렸다.확실히 그는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다.그때의 임유진은 강지혁을 완전히 믿고 있었으며 그에게 가족이라는 따뜻함도 주었으니까.그런 따뜻함은 그의 어머니도, 그의 할아버지도 심지어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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