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021 - Chapter 1030
1031 Chapters
제1021화
탁유미가 아이를 토닥이며 재우자 얼마 안 가 윤이는 금방 단잠에 빠져들었다.“윤이가 유치원에서 괜한 괴롭힘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탁유미의 걱정에 한지영이 발끈하며 말했다.“윤이 건드리면 내가 가만 안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언니!”진지한 그녀의 얼굴에 탁유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가끔 한지영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 당당하고 겁 없는 것이 꼭 어릴 때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지금의 그녀는 이리저리 치여 더 이상 예전의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유진 씨, 양육권 지킬 수 있게 잘 부탁해요.”“그 일은 차 변호사님한테도 얘기를 해뒀어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탁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이번 양육권 문제로 가장 의외인 점이 있다면 이경빈 쪽에서 해성시가 아닌 S 시에서 소송을 진행했다는 것이었다.이유가 뭐가 됐든 그 덕에 탁유미는 두 곳을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으니 참으로 다행이었다.“언니 G 시로 가려고 했을 때 가게 이미 처분했잖아요. 그럼 이제부터는 어쩔 생각이에요?”임유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 그러고 보니 유진 씨한테도 얘기 안 했네요. 나 지금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팔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양육권 문제 때문에 며칠 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포장마차요? 언제부터 시작한 거예요?”한지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이제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됐어요. 보통 해가 지기 전에 재료 준비 다 하고 영업시간은 6시쯤부터 해서 새벽 3시에 끝내는 거로 했어요. 맛있다고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이 많아서 수입은 꽤 괜찮은 편이에요. 윤이랑 엄마 먹여 살리는 것 정도는 충분해요.”“힘들지는 않아요?”한지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조금 힘들긴 한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요. 아, 떡볶이 말고도 김밥이랑 오뎅이랑 그리고 다른 것도 많이 팔아요. 식당 하기 전에 사실은 분식집을 할까도 생각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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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한지영은 음식을 나르다 주위를 삥 둘러보았다.탁유미네 옆에는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포장마차들이 많았다.손님들도 제법 많이 오는 편이어서 거의 모든 포장마차에 손님들이 다 꽉 들어차 있었다.“유진 씨, 지영 씨!”그때 탁유미가 두 사람을 불렀다.“배고프죠? 떡볶이랑 김밥이랑 해서 줄까요?”“좋아요!”한지영은 안 그래도 배고프던 찰나에 잘됐다며 활짝 웃었다.“언니는요? 언니도 저녁 아직이잖아요.”임유진이 탁유미에게 물었다.“나는 이따 아무거나 집어 먹으면 돼요. 음식들이 이렇게 많은데 설마 굶을까 봐요.”탁유미는 그녀에게 미소를 짓더니 금세 맛있는 떡볶이와 김밥, 튀김과 오뎅을 준비해 주었다.“잘 먹을게요, 언니.”“맛있게 먹어요.”두 사람은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떡볶이를 한입 먹은 한지영은 눈을 반짝이며 정말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언니, 요리 솜씨 진짜 대박이에요. 우리 엄마가 한 것보다 맛있어요!”“아직도 아주머니가 요리하셔?”임유진이 물었다.“그래. 요리도 못하면서 맨날 주방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어. 물론 그렇게 된 제일 큰 원인 제공자는 아빠지. 맨날 맛없는 것도 맛있다고 그러니까 엄마가 자기 요리 실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얻지 못해요.”한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그런 그녀의 아버지도 가끔은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휴식 좀 하라는 핑계를 대며 직접 요리를 하곤 했다.“아저씨가 아주머니를 엄청 사랑하신다는 증거잖아.”임유진은 평범하면서 그 안에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는 그런 따뜻한 가정이 너무나도 부러웠다.전에는 자신도 언젠가는 그런 가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했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사치가 되어버렸다.“뭐 하긴, 가끔은 나도 부러울 정도로 사랑하시긴 해.”한지영은 어깨를 으쓱거렸다.“참, 강지혁이랑은 어떻게 됐어? 아직도 그 누나 동생 놀이를 계속하겠대?”그 말에 임유진은 순간 그날 밤 다시 사귀자며 다시 사랑할 테니 자기도 다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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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하지만 그럼에도 탁유미는 버선발로 뛰어나와 고개 숙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저녁이라 제가 제대로 보지 못했나 봐요. 돈은 바로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금방 다시 새 음식을 올려드릴게요.”“지금 우리가 공짜로 밥이나 얻어먹으려는 사람으로 보여? 파리가 나왔다고 파리가! 이것 때문에 식중독이라도 걸렸어 봐, 병원비 감당할 수 있었겠어? 응? 그리고 이미 한번 이딴 게 나왔는데 우리가 뭘 믿고 또 음식을 주문해?”“됐어. 쓸데없이 입씨름하지 말고 그냥 돈으로 보상해달라고 해.”“그래, 빨리 돈으로 보상해! 절대 이대로 못 넘어가.”셋 중 키가 제일 작은 남자 한 명이 죽은 파리를 젓가락으로 집어 탁유미의 코앞에서 흔들어댔다. 꼭 증거가 나왔으니 빼도 박도 못한다고 얘기하는 듯했다.옆 테이블에서 식사 중이던 손님들은 어느새 젓가락을 내려놓고 전부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탁유미는 남자 세 명이 돈을 뜯어내기 위해 이러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파리를 그 남자들이 넣었다는 증거가 없으니 마땅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그러면 10만 원 보상해드릴게요.”이 정도면 많이 양보한 것이었다.하지만 상대방은 그 돈이 성에 차지 않는 건지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놓고 코웃음을 쳤다.“10만 원 먹고 떨어져라? 이게 지금 누굴 거지로 아나.”“천만 원. 당장 천만 원 내놓지 않으면 이곳에서 다시는 장사 못 할 줄 알아.”천만 원이라니.탁유미가 제시한 금액의 100배가 되는 금액이었다.옆에서 듣다 못한 한지영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보자 보자 하니까 뭐 이런 양심 없는 것들이 다 있어. 천만 원은 무슨! 그 파리도 그쪽 세 명이 작당하고 음식 안에 넣어둔 거 아니야?!”“야, 너 뭐라 그랬어.”험악한 얼굴의 남자가 한지영을 무섭게 노려보았다.“내가 틀린 말 했어? 지금 일부러 행패 부리는 거 맞잖아!”한지영은 전혀 그들의 기세에 눌리지 않았다.“우리가 음식에 파리를 넣었다는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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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도망갈 거면 같이 가야죠, 언니!”임유진은 한 손으로 탁유미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한지영은 옆에 있던 플라스틱 의자를 남자들에게 던지며 탁유미에게 말했다.“그래요, 언니, 우리 일단 먼저 도망가요! 이것들 상대할 필요 없어요. 무사히 도망치고 나서 연신 씨한테 이 사람들 처리해달라고 내가 부탁해볼게요.”지금은 일단 도망가는 게 우선이었다.“여보세요? 지금 남자 세 명이 제 친구를 때리려고 하고 있어요. 여기 주소가 종로 3가...”전화가 연결되자 임유진은 다급하게 상황설명을 했다. 하지만 이제 곧 주소를 얘기하려던 찰나 세 명 중 한 명이 그녀를 발견했다.“야, 저년 신고했어! 휴대폰 뺏어!”그 말에 덩치 큰 남자가 임유진을 향해 무섭게 달려들었다.이에 임유진이 서둘러 몸을 피하며 도망가려던 그때 옆으로 누군가가 빠르게 달려와 그대로 남자에게 발차기를 날려버렸다.명치 쪽을 제대로 가격당한 남자는 비틀거리며 정신을 못 차리더니 결국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그 모습을 본 나머지 두 명은 잠깐 움찔하더니 이내 기세로 몰아붙이며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그 순간 또 다른 누군가가 빠르게 나타나더니 아무런 망설임 없이 두 사람을 제압해 나갔다.3:2였지만 압도적인 힘으로 세 사람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그 세 사람을 쓰러트린 남자 두 명은 태연하게 옷가지를 정리했다.“어... 우리 도망 안 가도 되겠는데?”한지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탁유미는 갑작스럽게 반전된 상황에 넋을 잃은 채 가만히 자리에 멈춰 섰다.한지영의 말대로 이제는 도망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임유진은 위기의 순간에 나타난 남자 두 명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들은 강지혁이 그녀에게 붙여둔 경호원들로 얼마 전 소지혜의 팬에게 해를 입을 뻔한 순간 도와줬던 사람들이었다.다만 그 사람들이 아직 그녀를 경호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신고자분, 신고자분? 제 말 들리세요? 지금 거기가 어딘지 얘기해 주세요!”전화기 너머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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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네... 괜찮아요.”한지영은 백연신이 갑자기 나타난 것에 꽤 놀란 듯 보였다.“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찾아온 거예요?”그녀는 구체적인 장소는 얘기해주지 않았다.“그걸 말이라고 해?”통화가 끊기기 전에 갑자기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와 남자들의 큰소리에 그는 잠깐이지만 온갖 나쁜 생각들이 머리를 지배했었다.게다가 한지영은 상황설명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고 다시 걸어보니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그는 바로 차에 시동을 걸어 그녀가 말한 [화로 3가]와 [포장마차]를 토대로 가장 먼저 포장마차 거리가 있는 이곳에 왔다.20분이 넘는 거리를 단 10분 만에 와버렸으니 과속 딱지가 날아올 것은 분명해 보였다.“다음에는 어떤 상황인지 얘기 좀 하고 끊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백연신은 걱정했던 마음과 놀랐던 마음을 그대로 담아 그녀에게 소리를 질러버렸다.한지영은 그런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창백한 얼굴에 이마에는 식은땀도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많이 걱정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미... 미안해요.”한지영은 고개를 숙이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사과했다.그 모습에 그녀를 노려봤던 백연신의 눈도 서서히 풀렸고 걱정과 초조함 그리고 불안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더 이상 화를 내려고 해도 화가 나지 않았다.백연신은 길게 한숨을 내뱉더니 한지영을 품속에 꼭 끌어안았다.“걱정돼 죽는 줄 알았어.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그의 품속은 무척이나 따뜻했다.한지영은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품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백연신을 걱정하게 만든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가 이렇게 걱정해주는 게, 이렇게 꼭 끌어안아 주는 게 어쩐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아마 이 생각을 그대로 입 밖에 내뱉었으면 백연신이 또다시 화를 냈을 것이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서로 꼭 붙어있었고 한지영은 그제야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자기들 쪽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평소 부끄러움 따위 없던 그녀도 지금은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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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경찰서로 가는 길, 한지영은 포장마차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전부 다 백연신에게 들려주었다.백연신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점점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다 경호들이 해결했다고 했을 때야 서서히 표정을 풀었다.오늘은 강지혁이 붙여준 경호원들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그들이 아니었으면 세 명의 여자가 어떤 봉변을 당했을지 모를 일이었다.“나도 경호원을 붙여줄까?”그의 말에 한지영이 단칼에 거절했다.“싫어요.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 같아서 불편해요.”“하지만 오늘 같은 일이...”“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연신 씨한테 연락한다고 꼭 약속할게요.”한지영은 그의 말을 자르고 손까지 들어 올리며 맹세했다.백연신은 진심으로 싫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경찰서에 도착한 후, 임유진은 경찰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녹음했던 내용도 제출했다.그렇게 조서를 다 마치고 나오자 한지영이 그녀에게 얘기했다.“집에 데려다줄게.”“응.”세 사람이 경찰서를 나오자 조서를 마친 두 명의 경호원도 임유진을 따라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백연신의 차는 주차장 바로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다만 그 뒤편에 아까는 없었던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임유진은 그걸 보더니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그 차는 강지혁의 차였다.언제 온 거지?그때 뒤에 있던 경호원 두 명이 그녀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임유진 씨는 이쪽으로 가시죠.”두 사람은 강지혁이 올 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지금 생각해보면 경호원들은 강지혁의 사람이니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바로 보고했을 게 분명했다.“유진아, 왜 그래?”한지영도 걸음을 멈추고 뒤에 멍하니 서 있는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연신 씨랑 먼저 가. 나는... 다른 차 타고 갈게.”한지영은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다 검은색 벤틀리를 발견하더니 알겠다는 얼굴로 물었다.“강지혁이 온 거야? 지금 저 안에 있는 거고?”임유진은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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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임유진은 걱정하지 말라며 웃었다.“알았어.”한지영은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언제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주었다.임유진이 정말 괜찮다며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인 뒤에야 한지영은 백연신의 차에 올라탔다.그리고 임유진은 뒤편으로 가 검은색 벤틀리에 올라탔다.한지영은 임유진을 태운 뒤 바로 떠나는 차량을 보며 옆에 있는 백연신에게 말했다.“우리도 이만 가요.”차에 시동을 걸어 경찰서를 벗어난 백연신이 물었다.“이제 어디로 갈 건데?”“집으로 가요.”한지영은 어쩐지 기분이 저조해 보였다.“기분 안 좋아? 영화 보러 갈까?”“아니요. 영화 본다고 나아질 기분 아니에요. 연신 씨 춤이라도 보면 모를까.”한지영은 지난번 술에 잔뜩 취해 있을 때 그 춤을 봐서 그런지 술이 깬 다음 날 흐릿했던 그의 모습만 기억날 뿐 어떻게 그녀를 홀려놨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그녀는 술이 원수라며 기억을 못 하는 자신을 몇 번이나 자책했다.백연신을 그녀를 힐끔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보고 싶으면 다음에 원하는 만큼 보여줄게.”순간 한지영은 침에 사레들릴 뻔했다.지금 뭐라고 한 거지?그 춤을 또 춰준다는 건가?그렇게 싫어해 놓고서는 또다시 보여준다고?백연신은 티비에 남자 아이돌이 춤추는 것만 봐도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이다.“정말이에요? 정말 또 춰줄 거예요?”“그래.”백연신은 호기롭게 대답했다. 한지영은 모르겠지만 그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 수 있다.한지영은 침을 한번 꼴깍 삼키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지금은 이렇게 대답해도 언제 다시 생각을 바꿀지 몰라.’“그럼 오늘 보여줘요.”“오늘?”백연신이 눈썹을 꿈틀거렸다.“네. 어차피 달리 할 거 없잖아요. 나 영화관은 싫어요. 그러니까 일단 연신 씨 집으로 가서 춤추는 거 보고 나서 그 뒤에 다시 집으로 갈게요.”지금은 벌써 저녁 9시라 백연신의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10시가 넘게 된다.백연신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그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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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아닐 거예요 아마... 그냥 혹시 하는 마음에 물어본 거예요.”한지영은 서둘러 해명하며 조금 어색하게 몸을 움직였다. 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 때문에 어쩐지 민망해졌다.“그런데 나 이번 달 아직 생리 안 했어요...”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이 말을 덧붙였다.백연신은 그 말을 듣더니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다른 증상은 몰라도 생리를 아직 안 한 거면 충분히 임신 가능성이 있었다.만약 한지영이 임신한다면...“임신인지 아닌지는 병원 가서 혈액 검사해보면 돼.”그 말에 한지영은 저도 모르게 그의 팔을 잡았다.“혈액 검사 말고 우리 일단은... 임신 테스트기로 확인부터 해요, 네?”“...”백연신은 조금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혹시 피 뽑는 거 무서워서 그래?”한지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집에 가기 전에 약국에 들러서 임신 테스트기 사다 줘요. 혹시 모르니까 여러 개 많이 사 와요.”별장으로 가기 전 마침 약국이 보였다.백연신은 도로 옆에 차를 주차하고는 약국으로 들어가 그녀의 말대로 여러 종류의 테스트기를 다 집은 다음 계산했다.그러고는 다시 차로 돌아와 그것들을 전부 한지영에게 건네주었다.한지영은 조수석에 앉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임신 테스트기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설명서를 읽었다.하지만 막상 백연신의 별장에 도착해 화장실에 들어가 확인하려 하자 갑자기 긴장이 밀려와 심호흡을 여러 번 내뱉었다.“어떡해요? 나 지금 너무 떨려요!”한지영은 백연신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자 맞잡은 그의 손이 축축한 것이 땀으로 가득 젖어있었다.“설마... 연신 씨도 떨려요?”“응. 나도 떨려.”백연신은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유례없는 떨림이었다. 백씨 가문을 곧 손에 넣을 때도 이렇게 떨리고 긴장되지는 않았었다.한지영은 그 모습을 보더니 오히려 서서히 떨림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뭐가 떨려요. 그냥 임신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뿐이잖아요. 기다려요. 금방 확인하고 나올 테니까.”테스트하는 쪽이 도리어 안 하는 쪽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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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실망했어요?”한지영은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백연신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실망 안 했어. 임신은 천천히 해도 돼. 그보다 이제 거기서 나와.”“나 지금 못 나가요.”한지영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갑자기 터진 거라 나 지금 생리대도 없단 말이에요. 연신 씨가 나가서 사다 줘요.”그 말에 백연신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생리대를 사 오라고?”오늘 밤 그는 벌써 두 번이나 삑사리가 났다.“아니면요? 내가 피를 뚝뚝 떨구며 나가서 사 올까요?”한지영은 피가 뚝뚝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그를 바라보았다.“도우미한테 사 오라고 할게.”“안돼요!”한지영이 다급하게 그를 제지했다.“민망하단 말이에요. 그리고 시간도 늦었는데 좀 미안하잖아요. 그냥 연신 씨가 사다 줘요.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이런 부탁 해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어릴 때 남자친구한테 이런 부탁을 하는 여자애들이 얼마나 부러웠는데요.”백연신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남자친구에게 생리대 사 와달라는 부탁이 뭐라고 부럽기까지 한 거지? 누가 사든 다를 거 없지 않나?여자들만의 그런 로망 같은 것이 있는 걸까?한지영은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백연신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럼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네, 잘 다녀와요.”한지영은 그제야 활짝 웃었다.그러고는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에게 한마디 덧붙였다.“아, 화이X 대형에 날개 달린 거로 사 와요. 알겠죠?”“...”백연신은 참으로 복잡미묘한 기분이었다.오늘 그는 한 번도 구매해본 적 없는 것들을 참 많이도 샀다.다행히 아까도 그렇고 지금 생리대를 살 때도 그렇고 직원들이 이상한 눈길로 보지는 않았다.다만 결제하고 나가려는데 그의 귀에 대학교 신입생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야, 방금 봤어? 저 남자 생리대 사는 거?”“여자친구 아니면 와이프한테 사주는 건가 보네.”“부럽다. 나도 저런 남자랑 연애하고 싶어.”“나도.”그 말에 백연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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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한지영은 마치 공주님처럼 그의 보살핌을 받았다.생각해보면 부모님을 제외한 타인이 이렇게까지 그녀를 위하고 아껴주는 건 백연신이 처음이었다.그녀는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심각한 얼굴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많이 아파?”“네.”그의 걱정에 한지영은 일부러 불쌍한 얼굴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남자들은 좋겠다. 이런 고통 매달 안 겪어도 되고.”백연신은 손을 들어 그녀의 배를 살살 어루만져주었다.“이러면?”“좋네요. 계속해봐요.”그 말에 백연신은 소파에 앉아 허리를 잔뜩 숙인 채 그녀의 배를 조심스럽게 마사지해주었다.한지영은 그 손길을 편히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마사지 강도가 약해지자 눈을 감은 채로 속삭였다.“아, 멈추지 말아요. 계속해요, 계속. 응... 좋아...”“...”백연신은 그녀의 속삭임에 머리털이 쭈뼛서는 느낌이었다.그녀는 지금 본인이 내뱉은 말이 얼마나 야릇하게 들리는지 알까?한지영은 백연신이 이렇게도 마사지를 잘 할 줄 몰랐다.그녀는 그의 손이 이렇게 편하고 기분 좋을 줄 알았으면 생리할 때마다 집에서 쉬는 게 아닌 그에게 마사지해달라고 할 걸 그랬다며 다음부터는 생리하는 날에도 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그때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여기 생강차랑 초콜릿 가져왔습니다.”한지영은 눈을 번쩍 뜨고 도우미에게 말했다.“저한테 주세요.”도우미는 생강차를 그녀에게 건네주고 소파 옆에 초콜릿을 올려놓았다.“이만 가봐.”백연신의 말에 도우미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문을 나가기 전에 다정해 보이는 두 사람을 힐끔 바라보고는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문이 닫힌 뒤 한지영은 생강차를 마시기 위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천천히 마셔. 혀 데이지 말고.”“알았어요.”그녀는 그의 말대로 생강차를 후후 불어 조금 식힌 다음 천천히 마셨다.백연신은 그녀의 엄마보다 더 섬세한 구석이 있었다. 어쩌면 그런 모습 때문에 한지영은 그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몰랐다.남자친구에게 온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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