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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고이준은 별다른 질문 없이 바로 차에 시동을 걸어 서서히 단지를 벗어났다.

강지혁은 피곤한 듯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아까 임유진을 본 순간 줄곧 공허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가득 채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는 또다시 마음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모든 감정을 이토록 쉽게 쥐고 흔들 수 있다. 임유진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그에게 만족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는 그런 여자다.

강지혁은 자신이 마치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게 설계된 몸이 된 것만 같았다.

“고 비서는 내가 아직 임유진을 사랑하는 것 같아?”

강지혁의 뜬금없는 질문이 조용한 적막을 깨고 울려 퍼졌다.

고이준은 핸들을 꽉 쥔 채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대체 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대표님, 저는 음... 그게...”

고이준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대답을 망설이며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쓸데없이 머리 굴리지 말고 솔직하게 대답해.”

강지혁은 그의 의도를 파악한 듯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고이준은 결국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제가 느끼기에 대표님께서는 아직 임유진 씨를 사랑하시는 거로 보입니다. 아니면 강현수 씨가 임유진 씨에게 사랑을 고백한 후 그렇게 화를 내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예전에는 여자들이 어떻게든 강지혁의 옆에 있으려고 매달렸다면 지금은 강지혁이 어떻게든 임유진의 옆에 있으려고 매달리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유진이를 누나라고 부르는 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는 말이네?”

어쩐지 허탈한 듯한 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이준은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는 임유진 씨가 대표님을 노숙자로 알던 시절이 그리웠던 건 아닐까요?”

그 시절이 그리운 거라고?

강지혁의 눈이 흠칫 떨렸다.

확실히 그는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때의 임유진은 강지혁을 완전히 믿고 있었으며 그에게 가족이라는 따뜻함도 주었으니까.

그런 따뜻함은 그의 어머니도, 그의 할아버지도 심지어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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