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770 챕터
제61화
유선우는 밤을 새우고 아침 7시가 다 되어서야 회사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고,간단히 정리하고 퇴근할 채비를 했다.진 비서는 이른 아침에도 자체발광하는 유선우의 유우빛 피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같이 밤을 새우고 나니 몇 번이고 화장을 고쳐도 누렇게 뜬 자기의 얼굴과는 달리 유선우는 여전히 멋졌다.마침 회의실에 고위 임원 몇 명이 남아 있었다. 진 비서는 유선우와 친하게 보이려고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서, 아주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대표님, 아침 간단히 드시고 퇴근하시겠어요? 대표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소보로빵을 주문했습니다.”소보로빵...유선우는 디저트 같은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번에 맛있게 먹었던 소보로빵이었는데, 그 소보로빵은 조은서가 직접 만들어 준 것이었다. 하지만, 진 비서는 그런 줄도 모르고 매번 멋대로 유명한 디저트 가게에서 소보로빵을 주문했다. 유선우는 진 비서가 준비한 소보로빵에 입도 대지 않았고 항상 기사에게 처리를 맡겼다.그런데 진 비서가 또다시 소보로빵을 언급하자, 유선우는 갑자기 조은서가 꽤 오랫동안 디저트를 만들어 주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서재에서 업무를 보고 있으면, 조은서가 매번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어 서재로 가져와 맛보라고 했었다. 조은서는 작은 얼굴을 내밀며 항상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었다.조은서는 디저트를 맛보고 나서 유선우가 맛있다고 칭찬하고 맛 표현을 해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선우는 항상 차가운 얼굴로 무심하게 한 입 베어 물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성의 없는 유선우의 반응에 조은서는 시무룩해진 얼굴로 다시 서재를 나갔다....유선우가 정신이 가출한 사람처럼 멍하니 서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진 비서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대표님?”유선우는 진 비서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기대에 찬 진 비서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다들 퇴근하세요!”이런 거절은 진 비서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선우는 진 비서의 감정을 헤아릴
더 보기
제62화
유선우는 모든 것이 자기 때문인 것을 알고 있었다. 조은서가 입맛을 잃고 종일 우울감에 빠져 아무와도 대화하려 하지 않는 이유가 모두 자기가 이혼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인 것을 알고 있었다.유선우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았어요.”간호사는 감히 말을 잇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요 며칠 동안, 병원 의료진들 사이에서 계속 가십거리가 떠돌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유선우 대표가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된 조은서가 실망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 시도를 했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유선우 대표가 조은서를 너무 사랑해서 숨 막힐 정도로 집착해 우울증에 걸리게 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아무도 조은서가 스스로 손목을 베었다는 말은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유선우는 물고 있던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야 병실로 돌아갔다.사흘간의 병실 생활 끝에 손목의 흉터를 제외하고 조은서는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았는데, 이젠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유선우가 들어올 때, 조은서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얇은 어깨에 드리워져 있었고 연한 파란색 환자복은 넉넉하다 못해 헐렁해 보였다. 많이 회복됐지만 여전히 기운 없는 환자였다.유선우는 가져왔을 때 그대로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아침밥을 힐끗 보고 나서 가볍게 문을 닫았다.미세한 움직임은 조은서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눈을 들자, 유선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유선우는 바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고 한참 동안 문가에 기대어 조은서를 바라보았다.“간호사가 아침 안 먹었다고 찾아왔어! 왜 안 먹었어? 입맛에 안 맞는 거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시켜서 보내줄게!”조은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배 안 고파요!”유선우의 검은 눈동자는 한없이 그윽했다. 그 때문에 유선우의 눈을 보고 그의 감정을 읽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조은서는 가슴이 조여왔다. 바로 그때, 유선우가 조은서를 향해 천천히 걸어와 침대 곁으로 갔고 손을 뻗어 조은서의 손에 있는 책을
더 보기
제63화
유선우는 차를 몰고 별장으로 돌아갔다.도우미들은 유선우가 돌아온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도우미들은 조은서가 입원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유선우가 단기 출장을 간 줄로만 알고 있었다.도우미가 차 문을 열어주며 인사했다.“대표님, 식사하셨습니까? 대표님 스케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식사 준비를 시작하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유선우는 약간 피곤한 기색을 띠었다.“담백한 음식으로 몇 가지만 준비하세요.”도우미가 급히 주방으로 가서 전달했다.유선우는 차에서 내려 별장 로비로 들어갔다. 의외로 도우미들이 신경을 많이 썼는지, 며칠 동안 집을 비워도 여전히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하룻밤을 바쁘게 보낸 유선우는 샤워하려고 위층으로 올라가려다 안방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침대 머리맡에 걸려 있는 커다란 웨딩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속 조은서는 달콤하게 웃고 있다. 그 당시에는 시간이 촉박한 데다 조은서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기에, 유선우는 그녀와 함께 사진 찍는 것조차 거부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조은서가 1억 6천만 원을 주고 합성한 것이었다.유선우는 조은서에게 부질없는 짓 한다고 비웃었지만, 조은서는 오히려 감쪽같고 예쁘다고 했었다. 사진을 받고 신나 하던 모습은 천진난만한 아이 같았다. 그랬던 조은서가 지금은 울면서 이혼해달라고 애원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를 괴롭게 할 뿐이라고 하면서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더 이상 유선우의 아내로 살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유선우는 조은서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인정했고, 지금까지도 조은서를 용서하지 않았다.그리고 이젠 더 용서할 수 없게 되었다... 유선우의 마음이 풀리지 않았는데, 먼저 그만하자고 얘기하다니...침대 끝에 서서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드레스룸에 들렀다가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드레스룸에서 물건을 찾을 때도 유선우는 찾으려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을 허둥댔다... 사실 유선우도 조은서가 없는 생활이 익숙하지
더 보기
제64화
그가 짐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자 조은서는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겼다.그녀는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그러나 유선우는 손을 내밀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으니까.그녀는 몇 번 더 애원했지만 유선우는 끝내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타고 떠났다.그 후 그는 H시에 약 일주일간 머물렀고, 바로 그 일주일 동안 백아현은 첫 번째 다리 수술을 마쳤고, 백아현과 그의 관계를 언론에서 파헤쳐 처음으로 그에 대한 불륜설이 터져 떠돌기 시작했다.출장에서 돌아온 후, 그녀는 친정 얘기를 더는 꺼내지 않았고, 여느 때와 같이 그의 짐을 정리하고 목욕물을 준비하였다...유선우는 씻고 나서 그녀를 끌어안고 침대로 향해 그녀와 두 번이나 관계를 가졌지만 그건 그들이 결혼한 후로 가장 침묵이 흘렀던 잠자리였다. 잠자리하는 내내 그는 아무 소리 내지 않았고, 그녀도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온몸으로 느껴지는 쾌락과 전율을 신음으로 터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그렇게 해서라도 그녀는 죄책감을 줄이고 싶었다.한바탕 뒹굴고 나서 그는 침대 머리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조은서가 작은 소리로 그한테 돈이 필요하다고 말을 꺼냈다.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잠시 그녀를 보다가 이천만짜리 수표를 건넸다.일 년이 지났는데도 유선우는 그 일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았다.수표를 받으면서 심하게 떨고 있던 그녀의 손... 아마 그 시각부터였을까,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게 된 것이. 그때부터 그녀는 유선우의 어린 아내가 아닌 유 대표 사모님으로 변신하였다.이때 갑자기 문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와 그의 회상을 멈췄다.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인님, 식사가 다 준비되었는데 내려가서 식사하시겠어요?”“좀 이따 내려갈게요!”유선우는 일기장의 맨 마지막에 쓴 글귀를 지그시 쳐다보며 하인한테 대답했다.그건 조은서가 제일 마지막으로 남긴 여자애의 속마음이었다.몇 글자 안 되는 구절이었지만, 유선우의 뇌리에서 끊임없이 맴돌며 크게 울려
더 보기
제65화
거실에서 온 오후 앉아있은 유선우는 해 질 녘이 돼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진 비서한테 전화를 걸었다.“장 변호사한테 별장에 들르라고 해. 이혼 합의서 한 장 작성해 오라 하고.”전화기 너머에서 진 비서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다시 정신 차려 물었다.“대표님, 이혼 말씀이세요?”유선우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고, 저쪽의 진 비서는 눈을 살짝 깜빡이며 상사의 뜻을 마침내 알아차렸다.순간, 그녀는 기쁜 마음이 들면서 생각했다.대표님이 이혼하면 자신한테도 기회가 돌아오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자신이 백아현보다 훨씬 더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며.......30분 후, 진 비서가 장 변호사를 데리고 별장으로 왔다.서재 안의 분위기는 숨 막힐 정도로 저조했다.하인도 대충 낌새를 차려 커피를 가져다준 후 얼른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도 장 변호사를 알아보고, 속으로 주인님이 부인과 이혼하려는 것이라 추측했다.향긋한 커피 향이 서재에 퍼졌지만, 그 누구도 마시지 않았다.유선우는 통창 앞에 서 있었다. 석양이 그의 그림자를 쓸쓸할 정도로 길게 호선으로 끌어당겼다.그는 가볍게 그의 뜻을 밝히고 장 변호사에게 합의서를 작성하게 했다.그의 합의서 내용은 결코 조은서한테 후한 편은 아니었다.3년 동안 부부 생활을 하였지만, 그녀에게 주는 위자료가 30 몇 평의 아파트 한 채와 현금 4억이 겨우였다. B 씨에서 손꼽는 부잣집으로 이혼하는 위자료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 소문나면 사람들이 실컷 비웃고도 남을 일이다.하지만 유선우는 그녀에게 이만큼밖에 주고 싶지 않았다!조은서가 원하는 대로 자유를 얻었으니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가혹한 생각을 했다. 게다가 그들이 결혼할 때 합의했던 부분도 있고, 이 정도면 그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되었다.그러나 그의 마음은 여전히 답답했다.스스로 자신이 마음이 여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그 이유가 조은서가 베개에 엎드려 우는 모습을 본 것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가 눈시울
더 보기
제66화
자그맣고 앙증맞은 8인치 케이크였다.노란 별들이 있는 짙은 푸른 하늘 아래, 미니 사이즈의 텐트와 예닐곱 살쯤 되는 소녀가 그 텐트 안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고 있는 모양의 케이크......병실에서 조은서는 소파에 앉아 그 작은 케이크를 보고 있었다.매우 소녀스러운 표정으로 말이다.그녀의 눈은 마치 무수한 작은 별들을 숨긴 것처럼 반짝였다.온몸이 부드럽고 나른한 게, 마치 그녀가 신혼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 유선우를 보는 그녀의 눈빛도 반짝반짝 빛났었는데... 지금 그녀는 다른 남자 때문에 그 부드러운 눈빛을 하고 있다.케이크 하나로 이렇게 기뻐하다니.유선우는 문득 다시 그 말을 떠올렸다. 그녀가 이젠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 말.그럼 그녀는 허민우를 좋아하게 된 건가?유선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며 마침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그는 조은서를 이대로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그는 그 이혼 서류를 꺼내 두 쪽으로 찢어 쓸모없는 휴지 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조은서가 막 케이크를 자르려던 참에 유선우는 문을 밀고 병실로 들어왔다.그녀는 유선우를 보더니 작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무의식적으로 케이크를 숨기려고 했다. 이 작은 케이크는 유선우한테 갇히고 나서 유일하게 그녀가 가질 수 있는 소중한 물건이고 그녀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이다.이 케이크를 누가 보냈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지만, 카톡으로 감사 인사도 하지 않았고, 전화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고마움을 마음에 간직했을 뿐이다.조은서는 고개를 들어 유선우를 바라보았다.한참 후, 유선우는 그녀 옆에 다가와 앉아, 눈길을 케이크로 향했다가 다시 그녀의 작은 얼굴로 옮겨 유난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생일이라고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 점심에 아주머니가 당신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끓였는데 내가 그걸 다 먹어 치웠어. 이젠, 이 케이크 같이 먹으면서 생일을 축하해볼까?”“선우 씨!”조은서는 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하여
더 보기
제67화
조은서가 이러한 생각에 넋을 잃고 있을 때, 유선우는 욕실로 가버렸다.잠시 후, 욕실에서는 콸콸 흐르는 물소리와 남자의 낮고 쉰 목소리가 이따금 들려왔다...조은서도 이제는 성숙한 여자다.유선우가 욕실에서 생리적인 요구를 해결하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다.약 20분 후, 유선우는 욕실에서 걸어 나왔고 그의 몸에는 늘 입는 하얀색 목욕 가운이 걸쳐져 있었다. 앞가슴은 살짝 열려 있었고, 하얗고 단단한 가슴에서 물방울이 몸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유선우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걸어와 침대 옆에 서서, 멍하니 있는 조은서를 바라보았다.한참 후 조은서도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그녀는 눈꼬리가 빨갛고 눈가가 그렁그렁하였다. 누구든지 남편이 이렇게 괴롭힌다면 참을 수 없을 텐데 그녀는 이런 결혼 생활을 3년이나 견뎌냈다.이미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하지만 유선우는 그녀의 애처로운 얼굴을 보고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케이크 한 개 때문에 말끔히 사그라들었다.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 허민우라니.......유선우는 깊고 어두운 눈빛, 담담하면서도 절제된 목소리로 큰 결심을 한 듯 조은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난 이혼 안 할 거야!”조은서의 입술이 잔잔하게 떨렸다.유선우는 옅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조은서, 내가 못 가지는 건 허민우한테도 있어선 안 돼.”그리고 그는 서류봉투를 침대 머리맡에 던졌다.조은서는 갑자기 뭔가 깨닫고 빠른 속도로 그 서류봉투를 열었는데 그 안에는 휴지 조각들만 가득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그것의 원래 모습을 알 것 같았다.이혼 합의서였다. 그것도 유선우가 직접 사인 한.그러나 지금 그것들은 갈기갈기 찢겨 있다.조은서는 그것들을 허망하게 쳐다보며 눈만 깜빡였다.그녀는 방금 그렇게 오매불망하던 자유와 한 끗 차이로 스쳐 갔구나!단지 케이크 하나 때문에, 유선우는 그녀에 대한 마지막 연민을 거둬들였고, 더 이상 그녀를 놓아주지 않기로 했다.조은
더 보기
제68화
“너는 당연히 거절할 수 있어.”“내가 장담하는 건데 내가 돕지 않는다면 조은혁은 무조건 감방을 갈 거야. 그것도 10년. 은서야, 한번 생각해 봐. 그때 얼마나 많은 부잣집 아가씨들이 네 오빠를 맘에 두고 있었는지. 그렇게 훌륭했던 사람이야. 만약에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만약에 조 씨 가문이 망하지 않았더라면 가까운 미래에는 귀여운 아들과 딸을 두고 있었겠지!” ...만약 예전에 유선우가 조은서의 몸에 상처를 냈다면 지금은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두 사람은 더는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이 사실을 입 밖으로 꺼냈다. 유선우가 조은서를 아내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은 진짜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익과 명예 때문이었다.조은혁을 도와주는 대신 조은서는 그의 아내가 되여야 했다. 조은서는 머뭇거리며 거절을 하지 않았지만 냉큼 동의하지도 않았다. 조은서는 이불을 꽉 잡고 복잡해진 마음을 추스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번 생각해 볼게요!”유선우는 놀라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사람은 많은 일을 겪고 더 단단해지듯이 조은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젠 부끄러운 표정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던 어린 조은서가 아니다. 지금의 조은서는 사모님이다.유선우는 기분이 좋아서 조은서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거친 숨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유선우는 애매모호하면서 로맨틱하게 말했다.“정확한 선택을 해낼 거라고 믿어! 은서 사모님!”...그날 밤, 유선우는 떠나가지 않았다. 다만 쏘파에서 잤다. 불을 끈 병실에는 너무 조용한 나머지 서로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서로 신경을 안 쓰려고 했으나 그 누구도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조은서는 얼굴을 베개에 붙이고 유선우가 했던 말들을 몇 번 되새겼다. 만약에 유선우의 아내가 되기를 결심하면 그는 조은혁을 구해줄 거고 그러면 조은혁은 감방생활을 하지 않을 수 있다.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했으나 사실 조은서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다만 이런 운명이 너무
더 보기
제69화
조은서는 유선우의 눈을 피하면서 침대 끝쪽에 기대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제저녁에 말한 조건에는 제가 백아현과 미래의 애인들의 존재에 대해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말라는 게 포함된 거 아닌가요?”유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은서는 계속 말을 이어 갔다.“선우 씨, 백아현과 관계를 맺는 순간 제가 어떤 마음일지는 생각하지 말아야죠! 그리고 우리가 진짜 부부도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선우 씨 말대로 우리는... 그저 파트너일 뿐이 잖아요!”유선우가 이미 명백하게 말했기에 그는 조은서가 이렇게 말하는 게 웃기기도 했다. 그리고 유선우는 피씩 웃었다.유선우는 천천히 걸어와 조은서의 턱을 들고 가는 식지로 그녀의 빨간 입술을 터치하면서 매력적이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말을 정말 또박또박 잘하네!”조은서는 고개를 돌리려고 했으나 유선우는 조은서를 눕히면서 오뚝한 코와 입술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부드러운 살결이 맞닿은 순간 기분이 묘했다.유선우는 조은서르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 겼다.“언젠간 꼭 내 거로 만들 거야.”조은서는 이젠 어린애가 아니다. 유선우와 부부생활을 삼 년 하면서 그 뜻이 무엇인지 짐작이 갔다...결혼 후, 유선우가 취해서 집으로 돌아와 같이 잠자리를 하자고 술주정을 부리면 조은서는 늘 거절했다. 만약 유선우가 강압적으로 다가오면 조은서는 베개를 맞대고 울기만 했다. 그래서 삼 년 동안 두 사람은 잠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다.예전에는 순결 때문이라면 지금은 사랑이 식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조은서는 입술을 살짝 떨었다...유선우는 조은서를 놓아주고 화장실로 들어가 어제 입었던 옷으로 환복 했다.그리고 나와서 덤덤하게 말했다.“기다릴게! 은서 사모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조은서는 고개를 들어 유선우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었고 억울함과 굴욕이 가득했다.유선우는 코웃음을 치더니 떠났다.일층으로 걸어 내려갔을 때 기사는 프리미엄 벤을 정차하고 기다
더 보기
제70화
유선우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펜 뚜껑을 닫았다.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백아현이 식사할 때 내는 소리를 떠올렸다. 물론 유선우는 그 소리에 별로 신경을 안 쓸 수 있지만... 김재원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다. 진 비서는 오랜 직장생활을 한 사람답게 유선우의 찡그린 얼굴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챈 듯 낮은 소리로 조곤조곤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따가 차에서 아현 씨에게 식사할 때 주의하라고 얘기하겠습니다. 김재원 선생님은 학자 집안 출신이라 분명 이런 작은 예의범절에 신경을 쓸 것입니다.” 유선우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진 비서는 자신의 추측이 맞을 거라 확신했다. 사실 진 비서는 마음속으로는 백아현을 개돼지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아주 경멸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유 대표와 결혼하려고 한다는 것은 우습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백아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그녀는 오늘 특별히 웨딩드레스와 같이 하얀 치마를 차려 입었고 겹겹이 있는 레이스는 로맨틱하고 아름다워 그녀의 작은 얼굴을 꽃처럼 보이게 했다.백아현의 휠체어를 밀며 내려오는 진 비서는 그녀를 향해 경멸의 눈총을 쏘았다. ‘시골 촌뜨기! 가뜩이나 키도 작은데 이렇게까지 입으니 정말 더 촌스러워!’ 하지만 차에 앉은 백아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진 비서와 달리 자신은 유선우와 함께 뒷자리에 탔기 때문이다.백아현은 고개를 들어 유선우의 무표정한 얼굴을 한 번 올려다보더니 용기 내 물었다.“선우 씨, 제 치마 어때요? 김재원 선생님이 좋아하실까요?”조수석에 앉아 있는 진 비서는 어이가 없어 마른기침을 한 번 했다.유선우는 기본 예의라도 차리기 위해 백아현에게 눈길을 한 번 돌리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네.”백아현은 그 말에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그녀의 어머니가 말하길 남자는 여자가 하얀색 옷을 입으면 주체할 수 없는 충동을 느낄 정도로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백아
더 보기
이전
1
...
56789
...
7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