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71 - 챕터 80
770 챕터
제71화
김 선생님의 비서는 눈에 띄게 멈칫했다. 그리고 금방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말을 보탰다.“그건 제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선생님께 알려드린 거예요.”유선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래서 비서도 한시름 놓으면서 백아현에게 시선을 놀렸다.‘다들 백아현 씨가 예쁘다고만 했지, 장애인이라는 말은 없었는데? 그리고 옷차림도... 참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군.’비서가 무슨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백아현은 활짝 웃으면서 물었다.“당신이 김재원 선생님이신가요?”“저는 선생님의 비서 임도영이라고 합니다.”백아현의 미소는 빠르게 굳어갔다. 상대가 한낱 비서 나부랭이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걸 왜 이제야 말하냐는 식으로 눈을 부릅떴다.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진유라는 피식 비웃었다. 임도영은 수많은 음악가가 잘 보이려고 안달 났을 정도로 인맥이 넓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백아현은 임도영을 무시할 자격이 없었다. 오늘의 행동으로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하지만 진유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아현이 우스워지는 것보다도 반가운 것도 없었다....역시나 임도영은 김재원과 만나자마자 그의 귓가에 대고 몇 마디 했다. 그러자 그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하지만 상대가 유선우의 사람인지라 일단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나눴다.유선우의 곁에 앉은 백아현은 두근거리는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김재원의 제자가 될 수 있다면 세계 최고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명예는 따 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때가 되면 유선우와도 천상의 조합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백아현과 달리 유선우와 김재원은 별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한 명은 음악계의 거물이고, 다른 한 명은 상업계의 거물이다. 그러니 이 상황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식사가 시작된 다음 김재원은 먼저 힘든 신세를 한탄했다.“대표님, 요즘은 클래식 음악을 하기도 참 쉽지 않아요. 제가 아무리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도,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는 게 현실이거든요. 요즘 사람들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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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말을 마친 김재원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였다. 백아현도 약간은 감성이 흔들린 듯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참 안타깝게 됐네요...”김재원은 금방 감정을 거두고 유선우와 술잔을 부딪치면서 가볍게 말했다.“하지만 제가 머지않아 꼭 찾아낼 거예요. 음악은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으니까요.”“선생님이 음악에 대한 열정, 참 존경스럽습니다.”유선우는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진유라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자 그녀는 40억 원짜리 수표를 들고 오면서 말했다.“이건 대표님이 클래식 음악을 향한 응원의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실 테니, 부디 선생님께서 받아주셨으면 합니다.”“하하, 고맙습니다!”유선우는 이만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아닙니다, 제가 갑자기 찾아와서 실례를 범하지는 않았나 모르겠네요.”수표는 임도영이 대신 받아서 들고 유선우 등을 끝까지 배웅해 줬다. 그가 돌아왔을 때, 김재원은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유 대표님은 어디에서 이런 여자를 데려왔는지 모르겠어요. 기술부터 감정까지, 은서 씨와 비교할 수 있는 데가 하나도 없어요. 심지어 얼굴도요!”“이렇게 엉망진창인 연주는 나도 참 오랜만이군.”김재원은 느긋하게 말하면서 술 한 모금 마셨다. 임도영은 잠깐 눈치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그렇다면 백아현 씨를 제자로 안 받아주실 생각인가요?”“하아... 우리 업계가 말이야, 보기에만 우아하지 돈맛을 보려면 어떤 짓이든 해야 해. 내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자본은 이길 수 없지. 클래식 음악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거절하겠어? 어차피 잡일 할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환희한테는 적당히 한 자리 내주면 돼.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사람은 은서야. 은서가 성공해야 내 명성도 지킬 수 있어.”김재원이 백아현을 아예 ‘환희’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임도영은 자칫 웃을 뻔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수표를 힐끗 보더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은서 씨랑 약속 잡아드릴까요? 남해 마을 만남의 카페는 어떠세요? 은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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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차에 올라탄 유선우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러다 문득 김재원이 언급한 학생이 떠올랐다. 꿈을 포기하고 결혼했다던 그 학생 말이다. 그는 어쩐지 그 학생과 조은서가 겹쳐 보였다.두 사람은 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 그래서 조은서도 결혼할 때, 어쩌면 그 학생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지는 않았을지 생각하게 되었다.한 번도 평정심을 잃은 적 없었던 그는 요즘 따라 자꾸 조은서 때문에 감정 기복이 생겼다. 그래서 곧바로 전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내가 지시한 일은 어떻게 됐어?”전화 건너편에서 전담 비서는 빠르게 대답했다.“박 변호사님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12시간이 지난 다음 B시의 공항에 착륙하신다고 합니다. 때가 되면 로펌의 다른 변호사와 함께 JH그룹의 사건을 알아본다고 하셨습니다.”“성공할 자신은?”“400억 원을 요구하는 대신...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유선우는 박연준의 실력을 믿었다. 그래서 담담하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계획대로라면 그는 이만 쉬어야 했다. 점심에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저도 모르게 앨범을 클릭해 조은서의 사진을 찾아냈다.이는 아주 오래전 조은서가 잠든 틈을 타서 찍은 사진이었다. 한창 열정이 넘치는 신혼부부이던 두 사람은 침대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힘에 부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잠든 경우도 파다했다.뽀얀 얼굴과 검은 머리칼은 하얀색 베갯잇 위에서 더욱 청초한 느낌을 줬다. 그녀를 좋아하지도 않는 유선우가 저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을 정도로 말이다.그녀가 곁에 없는 출장 날이면 호텔에서 남몰래 이 사진을 꺼내 보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밀려온 욕망을 견디지 못하고 사진을 바라보면서 해결한 적도 있었다. 그때의 짜릿한 기분을 유선우는 아직도 기억했다.‘이 사진은 남이 보지 못하게 가리는 편이 좋겠어. 그러면서도 지우지 못하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 보군. 근데 뭐 어쩌겠어? 본능을 억누를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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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조은서는 소파에 누워서 몸을 잔뜩 웅크렸다. 이렇게라도 심적인 안정을 찾으려고 말이다.조은혁과 함께 보낸 지난날의 추억은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돌아가신 친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날이면 항상 곁에 있어 줬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그녀와 놀아주면서 마음을 안정시켜줬다.등교할 때 기사가 학교 정문에 차를 세우면 그녀를 업고 교실까지 데려다주는 사람이 바로 조은혁이었다. 그는 이 세상 최고의 오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밤이 깊어져 가고 조은서는 병실에서 조용히 잠들었다. 얼굴을 무릎에 바짝 댄 자세로 잠든 그녀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깨져버릴 유리 인형과 같았다.병실 밖에서 유선우는 한참이나 조용히 서서 그런 조은서의 모습을 바라봤다. 지나가다가 그를 발견한 간호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뉴스를 보신 뒤로 계속 저러셨어요. 보호자분이 들어가서 침대로 데려가 주세요. 저렇게 자는 것도 불편하실 텐데...”유선우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조은서를 계속 바라봤다. 그리고 단호하게 몸을 돌리면서 간호사에게 말했다.“내가 온 적 있다고 말하지 마요.”밖으로 나가 차에 올라탄 다음에도 유선우는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이자 괜히 더 심란해지는 것 같아서 아예 불을 꺼버렸다.‘이 세상 여자가 조은서 한 명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 여자한테 돈까지 팔면서 신경 쓸 건 없지. 그럴 가치도 없는 여자야. 그런데 난... 왜 이렇게 포기가 어려울까?’‘조은서가 나를 떠나는 것도,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도... 죽도록 싫어. 내 침대에 오른 적 있는 여자라서 그렇겠지.’...이튿날 오후, 유선우는 또다시 병원을 찾았다. 말을 타다가 살짝 다친 그는 응급실로 가는 것이 아닌 조은서의 병실로 가서 의사를 불렀다.유선우는 소파에 앉은 채 조은서를 힐끗 봤다. 침대에 앉아서 책을 읽는 그녀는 그를 아예 투명 인간 취급했다. 하지만 어젯밤에 보인 반응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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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조은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선우가 그녀를 자신의 무릎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살결이 상처와 닿는 순간 아픈 듯 신음을 내기는 했지만 밀어내지는 않았다.“그냥 내려줘요.”유선우는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거리를 좁혔다. 남자의 숨결은 마치 부드러운 비단처럼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의 이미지와 참 어울리지 않는 온기를 남긴 채 말이다.가만히 고개를 숙인 유선우는 조은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헐렁한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하얀 다리는 그의 검은색 정장 바지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말로 이루 형용하지 못할 느낌을 줬다. 그래서 그는 전보다 훨씬 잠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이대로 약 발라줘.”조은서는 얌전히 유선우가 건네는 약품 상자를 받아서 들었다. 그리고 그의 상처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부드러운 조명 아래에서 유선우는 오만한 자태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순순히 무릎에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린 듯했다.‘그 대단한 오빠를 위해 몸을 팔겠다는 거네.’유선우는 어쩐지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그의 손은 어느샌가 조은서의 환자복 안으로 들어갔다. 인내심이 진작 바닥났는지라 움직임은 다소 거칠었다.솜에 약을 묻히던 조은서는 손을 흠칫 떨면서 그의 품으로 꼬꾸라졌다. 그는 약품 상자를 밀어낸 채 그녀의 허리를 꽉 잡더니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실의 조명은 피부에 떨어져서 에로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움직임이 불편했던 그는 조은서를 끌어안은 자세 그대로 한참이나 괴롭혀댔다. 조은서도 그의 어깨를 깨물지언정 거절하거나 반항하지는 않았다.그도 물론 알고는 있었다. 조은서가 조은혁을 위해 얌전히 있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가만히 있는다는 건 결정을 내렸다는 거겠지? 다시 내 아내가 되어주기로 한 건가?”“...”조은서는 한참이나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녀의 생각을 보아낼 수 없었던 유선우가 턱을 억지로 잡고 돌리면서 눈을 맞췄다.아직 흥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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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이건 그녀의 요구이자 조건이다. 그래서 반드시 유선우에게 명확하게 말해야 했다.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감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선우는 그녀가 자신의 아내가 되길 원했으니... 그녀가 조건을 이야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유선우처럼 머리가 좋은 사람이 어찌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수 있겠는가?조은서는 소녀로부터 이젠 어른미 가득한 여자가 되었다.그녀는 어른이 되면서 남자와 조건을 이야기하는 것도 배우게 되었고 더는 그의 마음을 신경 쓰지 않기로 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유선우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이지훈의 여동생 이지우와 같은 일도 잘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여자를 줄곧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결국 그가 결혼하게 된 사람은 조은서였다. 유약하고 도도한 조은서 말이다.하지만 지금의 조은서는 예전과 달리 현실적인 사람으로 변해있긴 했지만, 그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상하게 언짢았다.그는 기다란 손가락을 톡톡 두드리며 코웃음을 쳤다.“하, 이젠 조건까지 이야기할 줄 아는 거야?!”조은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네, 조건이 있어요. 유선우 씨, 전 더 이상 당신이나 진 비서가 주는 돈을 쓰고 싶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건 YS의 지분이에요. 지분을 2% 주세요.”유선우는 뜻밖의 말에 바로 눈썹을 치켜세웠다.“YS 그룹 지분 2%의 가치가 얼마 하는지 알아? 자그마치 1조 원이야. 너... 욕심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 안 해봤어?”그러자 조은서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한참 지나자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유선우 씨, 제가 말했었잖아요. 당신 같은 사람 곁에 오래 있다 보면 바보도 정신을 차리게 된다고요! 당신이 절 사랑하든 말든 상관 안 해요. 어차피 전 이미 사모님이 된 몸이고 당신의 재산이든 뭐든 다 누릴 권리가 있어요. 그리고... 저랑 이혼하지 않으려는 것도 제가 다른 사람이랑 밤이라도 보낼까 봐, 그게 싫어서 이혼 안 하는 거 아닌가요? 전 대표님의 그 고귀한 자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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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유선우는 그 결혼반지를 조은서의 약지에 끼워 넣었다.조은서는 손가락을 움찔거렸다. 유선우가 그런 그녀를 빤히 보자 조은서는 가만히 있게 되었고 그녀의 약지에 반지가 끼워졌다... 다이아몬드 반지는 그녀의 약지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유선우가 살짝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돌아온 걸 환영해.”조은서는 몸을 살짝 떨었다. 드디어 유선우의 곁으로 돌아와, 드디어 완벽하게 유선우에게 팔렸다. 다만 그녀는 더는 유선우의 아내가 아니었다. 그녀는... YS 그룹의 사모님이다....유선우는 이곳에서 밤을 보내지 않았다.다음 날에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고 박연준을 병원으로 보내 조은서와 만나게 했다.박연준은 두 가지 서류를 안고 들어왔다.하나는 YS 그룹 지분 양도 서류였고, 다른 하나는 조은혁 사건에 관한 자료였다.조은서는 병실에서 그를 맞이했다.박연준은 티비에서 나온 것보다 더 냉담했고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조은서의 눈빛을 느낀 박연준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사모님도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더 연약해 보이시네요.”조은서가 대꾸하기도 전에 그는 본론부터 꺼냈다.“사모님, 이 양도 계약서엔 이미 저희 쪽 사인이 완료되어 있습니다. 사모님께서 사인만 하신다면 바로 YS 그룹의 지분 2%가 사모님의 소유가 됩니다.”그는 보기 드물게 말을 덧보탰다.“이 상류 사회에서 대부분 사모님은 제대로 누리고 살지 못하죠. 돈 많은 남편의 재산 절반도 얻지 못하고 말이에요. 그런 사모님들에 비하면 이 결혼은 아주 잘하신 거라고 봐요.”그러자 조은서는 빈정댔다.“그럼 제가 신우 씨한테 엄청 고마워하면서 살아야겠네요.”박연준은 예의상 미소를 지으며 사인할 곳을 가리켰다.조은서는 펜을 들어 사인을 했다. 아마도 환자복이 너무 컸던 탓인지 그녀가 손을 들자 소매 속으로 보이는 흉터가 박연준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흉터는 한눈에 봐도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 수 있었다.자살 흉터였다.박연준은 순간 담배를 태우고 싶어졌다.하지만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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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안겼다.게다가 이렇게 밀착하여 친밀한 모습을 보이는 유선우에 그녀는 어색하여 얼굴을 살짝 피해버렸다.“네, 박 변호사님께선 방금 가셨어요.”그녀는 계속 짐을 정리했다. 하지만 유선우는 계속 그녀를 안고 있었다.그는 그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천천히 그녀의 몸을 쓰다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욕구는 없었기에 그저 쓰다듬는 것뿐이었다.조은서는 유선우와 몇 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오면서 그의 악질적인 성격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그녀는 몸부림을 치거나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한참 지나자 유선우는 그제야 손을 멈추었다.“무슨 얘기를 나누었어?”조은서는 담담하게 말했다.“회사 지분이랑 재판에 관한 일들이에요.”유선우는 그녀가 먼저 말해주기를 한참이나 기다렸다. 하지만 조은서는 이지훈을 만났다는 사실을 그에게 말해주지 않았다.그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그녀를 물끄러미 보았다.유선우는 굳이 따져 묻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른 일을 언급했다.“참, 내가 진 비서한테 지시해서 아파트 구해놨어. 위치가 좋아서 너랑 부모님이 같이 살기 좋을 거야. 내일 보러 가자... 알았지?”그는 아주 세심한 사람이었지만 조은서는 전혀 감동하지 않았다.그녀는 유선우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가 그녀에게 YS 그룹 지분 2%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400억을 들여 박연준 변호사를 그녀에게 붙여 주었다. 그는 분명 그녀에게 쓴 돈을 헛되이 할 사람이 아니었고, 지금도 어쩌면 그 대가로 그녀와 알콩달콩한 부부 연기를 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었다.조은서는 담담하게 알았다고 대답했다.그러나 그런 냉담한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유선우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곤 바로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가 숨쉬기 힘들어하며 살짝 신음을 낼 때에서야 그는 입술을 뗐고 다정한 애인처럼 말했다.“그럼 내일 밤 기다리고 있을게.”조은서의 몸이 살짝 떨려왔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내일 밤,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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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심정희가 집을 나선 후 조은서는 창가 쪽으로 걸음을 움직여 멍하니 밖을 내다보았다.그녀는 방금 집을 나선 심정희를 발견하게 되었다. 심정희는 길가에 앉아 울고 있었고 처음 보는 낯선 심정희의 모습이었다... 조씨 가문이 망하게 되는 그날에도 심정희는 품위를 잃지 않고 유지했었다.진유라가 어느새 그녀의 뒤로 다가와 물었다.“사모님, 혹시 후회하세요?”조은서는 시선을 떨구더니 한참 후에야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아니요, 후회하지 않아요. 절대!”그녀에게 애초에 선택지가 없는데 어떤 후회를 하겠는가?조은서는 집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오후가 되어서 작은 캐리어를 들고 나왔다....노을이 진 저녁.붉게 물든 노을 탓에 하늘마저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아주 고급스러운 검은색 벤이 화려한 대문을 지나 별장 주차장에 멈춰 섰다.유선우는 노을 아래 조은서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그리고 그는 조은서를 사모님이라 부르며 젠틀한 모습을 보였다.“아줌마가 꽃게탕을 하셨대. 냄새가 아주 좋으니까 이따 술도 한잔하면 좋을 거야.”그는 아주 부지런히 조은서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은 항상 이랬다.아무리 두 사람이 3년 동안 부부였어도, 수많은 밤을 함께 보냈어도, 그는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탐했으면서도 마치 신혼인 것처럼 다정하게 굴었다. 하지만 유선우 마음속에는 소유욕만 가득했다. 그는 자신의 권력으로 그녀를 다시 곁으로 돌아오게 한 것이었다...조은서는 그의 목적이 꽃게탕뿐일 거라고 믿지 않았다. “선우 씨, 이러실 필요 없어요.”“뭐가 이럴 필요 없는데?”유선우는 그녀를 차가 있는 쪽으로 몰았다.눈치 빠른 운전기사는 바로 자리를 피했다. 그렇게 커다란 정원엔 두 사람이 남게 되었고... 두 사람의 거리도 입술이 곧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은은한 노을빛이 조은서의 얼굴에 비쳤다. 그래서인지 유난히도 예뻐 보였고 유선우는 천천히 그녀의 뒷목을 잡았다. 그리곤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에는 나랑 어떤 부부가 되고 싶은 거지? 사람들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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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유선우는 거만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는 쾌락 속에 점점 깊이 빠져드는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유선우의 행동이 만족스러울 때마다 저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의 목 가까이에 대고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평소에 차갑기만 하던 표정과 달리, 쾌락 속에 빠져있을 때 그녀의 표정은 아주 생동했다.마치 예전의 조은서로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유선우는 몸을 숙이고 그녀와 키스하면서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오랫동안 참고 지내온 유선우는 세 번 연속 하고서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듯 멈췄다.땀에 흠뻑 젖어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고 흥분한 마음을 추슬렀다.얼마 후, 조은서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앉았다.유선우는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약 먹으려고요.”조은서는 손가락으로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빗으며 정돈하면서 담담하게 설명했다.“아까 콘돔 쓰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약 먹으려고요.”유선우는 약간 멈칫했다.두 사람은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렇지 않은 듯한 말투로 담담하게 말하는 걸 직접 들은 유선우는 왠지 모르게 불쾌해났다.그는 같이 일어나 앉으면서 말했다.“가끔 한 번 하는데 임신한다는 법이 없잖아.”조은서는 가운을 입고 물을 마시면서 약을 삼킨 후에야 다시 유유히 말했다.“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요. 게다가 전에 아직 아이 가질 생각이 없다고 했잖아요. 지금 임신하면 일만 커질 뿐이에요.”유선우는 침대에 기대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조은서가 진짜 많이 변한 것 같았다.그녀는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전보다 많이 여유로워졌고 또 훨씬 침착해졌다. 심지어 서미연을 닮아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옆에서 한참 보고 있던 유선우는 참지 못하고 비아냥거렸다.“약도 먹었는데 한 번 더 해도 되지 않아? 아무튼 임신할 일도 없을 텐데.”그는 조은서가 거절하리라 생각했었다.그런데 조은서가 컵을 놓고 그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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