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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

조은서는 소파에 누워서 몸을 잔뜩 웅크렸다. 이렇게라도 심적인 안정을 찾으려고 말이다.

조은혁과 함께 보낸 지난날의 추억은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돌아가신 친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날이면 항상 곁에 있어 줬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그녀와 놀아주면서 마음을 안정시켜줬다.

등교할 때 기사가 학교 정문에 차를 세우면 그녀를 업고 교실까지 데려다주는 사람이 바로 조은혁이었다. 그는 이 세상 최고의 오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이 깊어져 가고 조은서는 병실에서 조용히 잠들었다. 얼굴을 무릎에 바짝 댄 자세로 잠든 그녀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깨져버릴 유리 인형과 같았다.

병실 밖에서 유선우는 한참이나 조용히 서서 그런 조은서의 모습을 바라봤다. 지나가다가 그를 발견한 간호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 뉴스를 보신 뒤로 계속 저러셨어요. 보호자분이 들어가서 침대로 데려가 주세요. 저렇게 자는 것도 불편하실 텐데...”

유선우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조은서를 계속 바라봤다. 그리고 단호하게 몸을 돌리면서 간호사에게 말했다.

“내가 온 적 있다고 말하지 마요.”

밖으로 나가 차에 올라탄 다음에도 유선우는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이자 괜히 더 심란해지는 것 같아서 아예 불을 꺼버렸다.

‘이 세상 여자가 조은서 한 명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 여자한테 돈까지 팔면서 신경 쓸 건 없지. 그럴 가치도 없는 여자야. 그런데 난... 왜 이렇게 포기가 어려울까?’

‘조은서가 나를 떠나는 것도,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도... 죽도록 싫어. 내 침대에 오른 적 있는 여자라서 그렇겠지.’

...

이튿날 오후, 유선우는 또다시 병원을 찾았다. 말을 타다가 살짝 다친 그는 응급실로 가는 것이 아닌 조은서의 병실로 가서 의사를 불렀다.

유선우는 소파에 앉은 채 조은서를 힐끗 봤다. 침대에 앉아서 책을 읽는 그녀는 그를 아예 투명 인간 취급했다. 하지만 어젯밤에 보인 반응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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