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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조은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선우가 그녀를 자신의 무릎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살결이 상처와 닿는 순간 아픈 듯 신음을 내기는 했지만 밀어내지는 않았다.

“그냥 내려줘요.”

유선우는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거리를 좁혔다. 남자의 숨결은 마치 부드러운 비단처럼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의 이미지와 참 어울리지 않는 온기를 남긴 채 말이다.

가만히 고개를 숙인 유선우는 조은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헐렁한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하얀 다리는 그의 검은색 정장 바지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말로 이루 형용하지 못할 느낌을 줬다. 그래서 그는 전보다 훨씬 잠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대로 약 발라줘.”

조은서는 얌전히 유선우가 건네는 약품 상자를 받아서 들었다. 그리고 그의 상처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에서 유선우는 오만한 자태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순순히 무릎에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린 듯했다.

‘그 대단한 오빠를 위해 몸을 팔겠다는 거네.’

유선우는 어쩐지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그의 손은 어느샌가 조은서의 환자복 안으로 들어갔다. 인내심이 진작 바닥났는지라 움직임은 다소 거칠었다.

솜에 약을 묻히던 조은서는 손을 흠칫 떨면서 그의 품으로 꼬꾸라졌다. 그는 약품 상자를 밀어낸 채 그녀의 허리를 꽉 잡더니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실의 조명은 피부에 떨어져서 에로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움직임이 불편했던 그는 조은서를 끌어안은 자세 그대로 한참이나 괴롭혀댔다. 조은서도 그의 어깨를 깨물지언정 거절하거나 반항하지는 않았다.

그도 물론 알고는 있었다. 조은서가 조은혁을 위해 얌전히 있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만히 있는다는 건 결정을 내렸다는 거겠지? 다시 내 아내가 되어주기로 한 건가?”

“...”

조은서는 한참이나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녀의 생각을 보아낼 수 없었던 유선우가 턱을 억지로 잡고 돌리면서 눈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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