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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차에 올라탄 유선우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러다 문득 김재원이 언급한 학생이 떠올랐다. 꿈을 포기하고 결혼했다던 그 학생 말이다. 그는 어쩐지 그 학생과 조은서가 겹쳐 보였다.

두 사람은 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 그래서 조은서도 결혼할 때, 어쩌면 그 학생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지는 않았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한 번도 평정심을 잃은 적 없었던 그는 요즘 따라 자꾸 조은서 때문에 감정 기복이 생겼다. 그래서 곧바로 전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지시한 일은 어떻게 됐어?”

전화 건너편에서 전담 비서는 빠르게 대답했다.

“박 변호사님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12시간이 지난 다음 B시의 공항에 착륙하신다고 합니다. 때가 되면 로펌의 다른 변호사와 함께 JH그룹의 사건을 알아본다고 하셨습니다.”

“성공할 자신은?”

“400억 원을 요구하는 대신...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유선우는 박연준의 실력을 믿었다. 그래서 담담하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계획대로라면 그는 이만 쉬어야 했다. 점심에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저도 모르게 앨범을 클릭해 조은서의 사진을 찾아냈다.

이는 아주 오래전 조은서가 잠든 틈을 타서 찍은 사진이었다. 한창 열정이 넘치는 신혼부부이던 두 사람은 침대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힘에 부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잠든 경우도 파다했다.

뽀얀 얼굴과 검은 머리칼은 하얀색 베갯잇 위에서 더욱 청초한 느낌을 줬다. 그녀를 좋아하지도 않는 유선우가 저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녀가 곁에 없는 출장 날이면 호텔에서 남몰래 이 사진을 꺼내 보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밀려온 욕망을 견디지 못하고 사진을 바라보면서 해결한 적도 있었다. 그때의 짜릿한 기분을 유선우는 아직도 기억했다.

‘이 사진은 남이 보지 못하게 가리는 편이 좋겠어. 그러면서도 지우지 못하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 보군. 근데 뭐 어쩌겠어? 본능을 억누를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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