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71 - Chapter 80
587 Chapters
제71화
“좋은 소식 아닌가요?”윤혜인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솔직히 임세희의 혀 짧은 소리가 역겨워서 끼어든 것이다. 이제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세상이 다 맑아진 것 같았다.이와 반대로 표정이 확 굳어진 이준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윤혜인은 그가 점점 그녀를 싫어하는 게 느껴져서 마음이 조금 아팠다.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이제 이 모든 건 곧 끝날 것이니. 말을 많이 할수록 실수를 하는 법이니 윤혜인은 조용하게 입을 다물고 있었고 두 사람은 이내 이씨 가문 본가에 도착했다.그들은 일부러 할아버지가 점심에 잠시 낮잠을 주무시는 시간을 골라서 온 것이다.윤혜인이 올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문현미는 한참 전부터 집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이 거실에 들어서자 문현미가 윤혜인을 다정하게 안아주며 안쓰럽고 사랑스럽게 그녀를 쳐다보았다.“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말랐네. 네놈이 우리 혜인이를 잘 돌보지 못한 거 아니야?”문현미가 윤혜인의 조그마한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준혁에게 따져 묻자 이준혁은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어머님, 제가 따로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윤혜인이 얼른 나서서 중재했고 문현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왠지 예상이 되는 듯했다.“그래.”한숨을 푹 내쉬던 문현미가 윤혜인의 손을 잡고 베란다로 갔고 베란다에 놓인 의자에 앉자마자 문현미가 윤혜인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아가야, 이제 편하게 말해봐.”“어머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제가 결혼 생활 2년 동안 한 번도 어머님을 제대로 모신 적이 없어서 너무 죄송해요.”“아니야, 그건 이 엄마가 잘못했어. 2년 동안 네 시아버지와 해외에서 지내면서 너에게 소홀했던 거 같아.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어. 내가 이렇게 돌아왔으니 이제부터 네 곁에서 너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어여쁜 윤혜인의 눈망울이 어느새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어머님, 너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어머님의 기대를 저버리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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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이때, 이태수가 갑자기 문현미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더니 언성을 높였다.“다들 날 곧 죽을 늙은이 취급하는 거야? 대체 언제까지 날 속일 생각이야?”“할아버지, 아니에요…”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윤혜인이 다급하게 변명하려 했지만 화가 잔뜩 난 이태수가 호통을 쳤다.“너희들 얘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지금 당장 준혁이 그놈에게 내 방으로 들어오라고 해!”이내, 이준혁이 이태수의 방으로 들어왔고 그를 보자마자 이태수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준혁이 네가 혜인이와 이혼하는 거야?”할아버지의 질문에 이준혁은 입술을 오므린 채 묵인했고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태수가 퍼렇게 질린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러니까 지금 이게 다 사실이라는 거네?”아무 말도 없던 이준혁이 할아버지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고 이 돌발 행동에 다들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특히 윤혜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주먹을 꽉 쥐고 있었으며 이준혁이 임세희를 위해 무릎까지 꿇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모든 걸 내려놓긴 했지만 여전히 아픈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으며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졌다.이준혁이 무릎까지 꿇은 모습에 이태수는 화가 더욱 치밀었으며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든 채, 이준혁을 가리켰다.“너! 너…!”쿵!그 순간, 지팡이가 이태수의 손에서 흘러내렸고 이태수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눈치가 빠른 이준혁이 재빨리 할아버지를 부축한 채 차를 대기시키라고 소리를 질렀다.“할아버지!”“아버지!”윤혜인과 문현미가 이태수에게 달려갔고 순식간에 저택안은 엉망진창이 되었다.이준혁은 빠르게 할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고 윤혜인과 문현미는 다른 차를 타고 그의 뒤를 따랐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윤혜인과 문현미는 병실로 달려갔다. 평소에 카리스마 넘치던 문현미도 넋이 나간 채 다리가 떨려서 제대로 서있기 힘들었고 윤혜인도 안절부절못했다.정말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녀는 평생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며 이씨 가문의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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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나한테 거짓말할 생각하지 마!”겨우 차분해진 이태수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경고했고 이준혁이 대답했다.“아니에요, 할아버지, 저와 혜인이는 조금 다퉜을 뿐이에요.”하지만 이준혁이 아무리 얘기해도 이태수는 전혀 믿지 않았으며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고개를 돌려 윤혜인에게 물었다.“혜인아, 저놈 말이 사실이야?”순간, 머릿속이 하얘진 윤혜인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눈치만 보다가 다음 순간, 이준혁이 그녀를 품에 와락 껴안은 채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혜인아, 할아버지가 물으시잖아.”그 모습에 이태수가 윤혜인을 확 잡아당기더니 버럭 화를 냈다.“감히 혜인이를 협박할 생각은 하지도 마! 아가야, 이리로 와, 할아버지에게 솔직하게 얘기해봐. 정말 저놈이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이 다퉜던 거야?”이태수는 겉으로 이준혁을 원망하는 듯했지만 기대에 찬 눈빛만은 숨길 수가 없었고 입술을 살짝 깨물던 윤혜인이 억지 웃음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할아버지.”“그렇다면 너무 다행이야! 이 할아버지가 너희 때문에 심장이 멎을 뻔했어!”이태수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하자 눈시울이 붉어진 윤혜인이 이태수의 손을 꼭 잡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 꼭 건강하셔야 해요.”“아가야, 울지 마! 할아버지는 아직 건강하다고 했잖아! 걱정하지 마. 그리고 할아버지는 이제 거의 90세야, 하늘이 데려가고 싶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뭐. 이 할아버지의 유일한 한이 너희 두 사람이 낳은 아이를 못 보고 죽게 되는 거야.”“할아버지, 그런 말 마세요! 할아버지는 오래오래 장수하실 거예요!”윤혜인이 울먹거리며 말했다.“그래, 이 할아버지가 우리 혜인이 아이를 낳는 것까지 보고 죽어야지. 우리 증손녀도 혜인이처럼 예쁘고 착할 거야!”이때, 병실로 들어온 간호사가 이태수에게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고 타일렀고 윤혜인이 얼른 할아버지를 침대에 눕혔다.이태수는 침대에 누우면서도 이준혁에게 경고를 날렸다.“준혁이 네놈!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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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지금은 이혼 못 해, 할아버지 때문에…”이준혁이 굳은 얼굴로 낮게 말했다.“그럼 할아버지가 안정이 되면 그때 다시 나한테 연락해요. 전 언제든 시간 있으니까요.”눈물을 닦은 윤혜인이 단호하게 돌아서서 떠났다.이젠 무감각해진 마음 덕분에 통증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두어 걸음 내딛었을 때,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혜인 씨, 준혁 오빠…”임세희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다가 이준혁 곁에 닿을 때쯤 갑자기 몸이 휘청거렸고 이준혁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네가 여긴 어떻게 왔어?”이준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묻자 임세희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병원에 재검사 받으러 왔다가 오빠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올라가는 걸 봤어. 준혁 오빠, 할아버지는 괜찮으셔? 나 할아버지 보러 가고 싶어.”이때, 윤혜인이 임세희의 앞을 막더니 굳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임세희 씨, 할아버지께 폐를 끼치지 마세요. 할아버지는 임세희 씨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준혁 오빠, 난 단지 할아버지가 걱정돼서 한 말인데 혜인 씨가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적대심을 보이는 거야…”임세희가 불쌍한 척하며 울먹거렸고 윤혜인은 그런 그녀의 연기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막 응급실에서 나온 할아버지가 임세희를 만났다가 화가 나서 병이 재발하기라도 하면 매우 위험하다.윤혜인은 이준혁도 그 정도 눈치는 있을 거라고 믿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이준혁이 임세희를 설득했다.“세희야, 넌 지금 할아버지 앞에 나타나면 안 돼.”뭐라고?울먹거리던 임세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이준혁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준혁 오빠는 날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 수 있었던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 저렇게 대놓고 할아버지를 만나지 말라는 말을 하다니! 준혁 오빠 아버지를 제외한 이씨 집안 사람들이 다 나를 싫어한다는 건 나도 잘 알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 날 좀 어르고 달랠 수는 있잖아?’임세희가 윤혜인을 힐끗 쳐다보다가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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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지나가던 간호사와 청소 아주머니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임세희는 처음 당하는 수모에 얼굴에 하얗게 질린 채 엉엉 울기 시작했다.“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저를 싫어한다는 걸 잘 알아요… 그래도 전 괜찮아요… 하지만 전 정말 단순하게 할아버지가 걱정돼서 보러 온 거예요… 절대 나쁜 마음을 품은 게 아니에요…”“네가 환영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 왜 그렇게 뻔뻔하게 계속 들러붙는 거야! 할아버지 보러 왔다고? 할아버지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남의 가정에 끼어들어 남의 가정을 파탄내는 사람이야! 넌 할아버지를 보러 온 게 아니라 할아버지 화를 돋우러 온 거잖아!”문현미는 구경하는 사람이 많든지 말든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임세희에게 호통을 쳤고 곁에서 지켜보던 이준혁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엄마, 이러지 마세요.”문현미는 이씨 집안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써 공공장소에 이렇게 언성을 높이면 안 좋은 소문이 날 것이 분명하다.“이제부터 날 엄마라고 부르지 마. 할아버지가 너 때문에 화가 나셔서 저렇게 됐는데 넌 어떻게 저런 사람을 이곳까지 데리고 와! 넌 미친 거야!”“엄마, 세희를 그렇게 얘기하지 마세요. 엄마가 생각하시는 그런 거 아니…”“준혁 오빠!”이준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세희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이준혁이 혹시라도 그들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얘기를 하게 될까 봐 너무 조마조마했다. 그렇게 되면 전에 그녀가 했던 거짓말들이 전부 들통나는 셈이다.임세희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을 이어갔다.“준혁 오빠, 그만해. 아주머니께서 저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아주머니, 전 정말 준혁 오빠를 사랑해요. 저희는 진심으로 서로 사랑하고 있는 사이라고요…”임세희의 돌발 선언에 눈살을 확 찌푸린 이준혁이 해명을 하려던 그때, 임세희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아주머니, 제발 저희를 허락해 주세요. 아주머니께서 동의하지 않으시면 전 계속 이곳에서 무릎 꿇고 있을 거예요!”앞뒤 상황을 모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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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임세희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으며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준혁 오빠가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어!’이때, 이준혁이 경호원에게 지시를 내렸다.“세희를 병실에 데려다주고 할아버지 병실 앞을 잘 지키고 있어.”말을 마친 이준혁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고 임세희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그렇다고 떠나는 이준혁을 잡을 수도 없었다.아직은 때가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이준혁의 반감을 사는 꼴이다.임세희는 이준혁의 뒷모습을 보며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으며 왠지 점점 저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히지 않았다.이준혁이 이렇게 된 건 윤혜인 저 나쁜 계집애가 중간에서 이간질한 게 분명하다.이런 생각에 임세희가 두 주먹을 꽉 쥔 채 절대 이준혁 저 남자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감히 준혁 오빠를 빼앗아가려고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준혁 오빠가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나여야해! 두고 봐, 준혁 오빠가 다시 예전처럼 나만 바라보고 나만 아끼게 만들 거야!’한편, 병실 안에서.병실로 돌아온 이준혁은 씩씩거리고 있는 문현미를 보며 물었다.“혜인이는요?”“무슨 혜인이? 혜인이가 누군데!”문현미가 코웃음을 치며 되묻자 이준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엄마, 왜 이렇게 유치하게 굴어요?”“내가 유치해? 너야말로 네 마음이 어떤 지도 모르면서 유치하게 굴고 있는 거야!”문현미가 팔짱을 끼더니 말을 이어갔다.“내가 조금 전에 도우미 아주머니한테서 들었는데 네가 할아버지에게 혜인이와 이혼을 안 한다고 말했다며? 그게 정말 네 진심인 거야? 아니면 그냥 할아버지를 안정시키기 위해 한 거짓말이야?”“뭐가 달라요? 어쨌든 할아버지는 지금 자극을 받으면 안 되잖아요.”이준혁이 무뚝뚝하게 대답하자 문현미가 입술을 꽉 깨물며 호통을 쳤다.“당연히 다르지! 만약 네가 할아버지 때문에 이러는 거면 나도 나서서 네 할아버지를 설득할 거야. 넌 더 이상 혜인이를 괴롭히지 말고 하루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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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문현미는 수상한 아들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내 탓이지 뭐, 굳이 혜인이를 베란다까지 끌고 가서 얘기하자고 했는데. 네 할아버지가 오늘 따라 낮잠을 그렇게 조금 주무실 줄은 몰랐지…”문현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이 빠른 걸음으로 병실을 나섰고 엘리베이터로 달려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문현미는 그제야 조금 안심됐다.그래도 구제불능은 아니네!한편, 병원 지하 주차장에서.차 안에 히터를 빵빵하게 틀었는데도 윤혜인은 온몸이 떨릴 정도로 추웠다. 조금 전에 꼭 끌어안고 있던 임세희와 이준혁이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말에 윤혜인은 뺨을 강하게 맞은 듯 얼얼했다.2년 동안의 결혼 생활은 결국 웃음거리로 끝나버렸고 그녀가 보여준 진심은 그렇게 그들에게 무참히 짓밟혔다…두 눈을 꼭 감고 좌석에 기댄 윤혜인은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노력했다.이때, 갑자기 차문이 열리더니 이준혁이 차안으로 들어왔다.“피곤해?”윤혜인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이준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지만 윤혜인이 고개를 돌려 피해버렸다.허공에 손이 멈춘 이준혁은 눈썹을 들썩이다가 이내 꾹 참고는 손을 거두었다.“미안해, 할아버지 일은 내가 널 오해했어.”이준혁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하자 윤혜인은 살짝 놀라웠지만 단지 그 순간뿐이었다.늘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이준혁은 절대 누군가에게 그 귀한 머리를 숙일 리가 없으며 더군다나 여자에게는 더더욱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윤혜인은 가까이에 있는 이준혁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그는 오늘도 여전히 나무랄 데 없이 잘생겼다. 예전에는 이 얼굴에 그토록 미쳐 있었는데 이젠 왠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한 때는 다정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싸늘하게 돌변하는 저 얼굴. 윤혜인은 대체 어떤 게 진짜 이준혁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멍하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윤혜인 때문에 괜히 목젖이 흔들리던 이준혁은 예전처럼 손을 뻗어 그녀의 코끝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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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선배, 이건 힘들 거 같아요.”윤혜인이 손에 쥔 명함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난감한 듯 말했다.물론 그녀도 이 작업실에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도 전에 이 작업실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었으며 이곳 직원은 최저 학력도 디자인 학과 박사였다. 그뿐만 아니라 다들 해외 유학파들이었기에 안목과 작품들이 더할 나위 없이 대단했다.“힘들 게 뭐가 있어. 네가 대학교 때 디자인했던 작품을 임 대표님께 보여줬는데 너에게 아주 큰 관심을 보였어.”윤혜인은 한구운이 그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기에 더욱 난감하고 미안했다.그녀가 뭘 고민하는지 잘 알고 있는 한구운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다독였다.“걱정하지 마. 임 대표님은 내가 추천한 사람이라고 절대 편의를 봐주진 않아. 넌 네 노력으로 이 일자리를 따내야 돼. 원고를 그릴 시간이 하룻밤밖에 없는데 괜찮겠어?”“그럼요, 문제없어요.”유일한 걱정이 사라지자 윤혜인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낙하산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거라면 그녀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이때, 소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사전에 윤혜인과 약속이 잡혀 있었던 소원은 커피숍 앞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선배님, 죄송해요. 제가 다음엔 꼭 식사를 대접할게요.”윤혜인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하자 한구운이 다정하게 웃었다.“괜찮아.”커피숍에서 나와 소원의 차를 타고 떠나는 윤혜인을 지켜보던 한구운은 환한 미소가 점점 사라지더니 이내 무서울 정도로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한편, 소원과 윤혜인은 블루라인 와인바로 들어섰고 한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았다.아직 저녁 7시밖에 되지 않았기에 와인바에는 아직 손님이 많지 않았다. 웨이터가 다가오자 소원은 이런저런 술을 다양하게 잔뜩 시켰고 술을 마시지 않는 윤혜인을 위해 자몽 주스도 한 잔 주문했다.오랜만에 만난 윤혜인을 보며 소원이 다급하게 물었다.“그래서 요즘 이준혁과 어떻게 지내?”“곧 이혼할 거야.”임세희가 오늘 하루만 해도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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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임세희는 취조하는 듯한 이준혁의 눈빛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소식은 그녀가 임씨 아주머니를 시켜 이준혁 본가 도우미를 매통하여 얻은 정보였기에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세희야, 난 누가 나한테 거짓말하는 걸 제일 싫어해!”임세희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이준혁이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준혁 오빠,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말을 하던 임세희는 갑자기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물까지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냥 추측한 거야.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잘하는데 당연히 그런 일은 할아버지께 비밀로 했겠지!”이준혁은 여전히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믿지 않는 눈빛이었다.임세희는 그의 눈빛에 화가 치밀어 올라서 참고 있던 말을 내뱉고 말았다.“준혁 오빠, 설마 혜인 씨를 좋아하게 된 거야? 그래서 이혼하기 싫은 거야?”오늘 이 질문을 여러 번 들은 이준혁은 눈살을 확 찌푸렸다.그가 윤혜인을 좋아하게 된 거라고? 그럴 리가! 그는 절대 아무도 좋아하게 될 리가 없다!그 순간, 머릿속에는 눈시울을 붉히고 있던 윤혜인의 모습이 떠올랐고 갑자기 마음이 움찔했다.이준혁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입 밖에 꺼내지 못하고 있다.임세희는 아무 대답도 없는 이준혁을 보며 분노가 차올랐고 절망스러웠다!그녀가 계속 이준혁에게 따져 물으려던 찰나, 임씨 아주머니가 병실로 들어와 그녀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고개를 저었다.그러더니 갑자기 과장된 연기로 엉엉 울기까지 했다.“우리 가여운 아가씨, 조금 전에 의사가 흥분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러다가 또 쓰러지면 어떡하시려고 그래요!”순간, 임씨 아주머니의 의도를 눈치챈 임세희도 아주머니를 와락 끌어안더니 슬피 울었다. 눈물을 줄줄 흘리는 두 사람을 보며 이준혁은 그제야 임세희가 환자라는 사실이 떠올랐고 이내 날카로운 눈빛을 거뒀다.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세희야, 네가 꼭 나에게 시집오고 싶은 지 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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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아니, 친구가 차린 부업을 엎어버린 다니! 지금 그게 할 소리야?”김성훈의 호통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 이준혁이 병실을 나서기 전에 임세희를 안아 침대에 다시 눕혔다.이 모습에 임세희는 다시 의기양양했다. 그녀가 이렇게 불쌍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이준혁은 무조건 마음이 약해지니까! 이렇게 고분고분 그녀를 다시 안아주니까!두 사람은 알고 지낸 세월이 이렇게 긴데 이준혁은 그녀에게 정이 들지 않았을 리가 없다. 다만 그는 아직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모르고 있을 뿐이다.이런저런 생각에 눈물을 글썽이던 임세희가 손을 뻗어 이준혁의 목을 감싸려던 순간, 이준혁이 고개를 돌려 임씨 아주머니를 보며 싸늘하게 경고했다.“앞으로 아가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면 아주머니는 이제 그만 고향으로 내려가서 노후를 즐겨도 될 것 같습니다!”이 말은 당부이자 적나라한 경고였기에 듣고 있던 임씨 아주머니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아주머니는 임세희가 태어난 순간부터 그녀를 모시고 있었고 이 사실을 이준혁도 알기에 평소에 아주머니에게 예의를 갖췄다.오늘처럼 이렇게 직설적으로 경고를 한 건 처음이었다.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임씨 아주머니가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임세희는 뒤에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뒤로 안 돌아보고 떠나는 이준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와 그를 쫓아가려던 그때, 임씨 아주머니가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아가씨, 겨우 남은 준혁 도련님의 인내심까지 도전하지 마세요.”임씨 아주머니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온몸에 힘이 풀려버린 임세희가 침대에 축 늘어져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아줌마, 나 진짜 너무 무서워요. 준혁 오빠가 나 진짜 버리고 가면 어떡해요? 진짜 나 필요 없다고 하면 어떡해요?”임씨 아주머니가 임세희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아가씨, 준혁 도련님은 잠시 이혼을 미뤘을 뿐이에요. 두 사람을 이혼하게 만들 방법은 많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일단 참고 지켜보는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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