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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임태진이 비서 임구를 보내 그녀를 데리러 왔다.

서유는 가방을 꽉 붙잡고 마이바흐 한 대에 올라탔다.

임구가 그녀를 바로 임태진의 집에 데려갈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쇼핑몰에 도착했다.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몇 명이 그녀를 에워싸고 허리까지 드리워진 긴 웨이브 머리를 정교하게 묶었고 연예인 뺨치는 메이크업까지 해주었다.

어마어마한 가격의 이브닝드레스 한 세트는 마치 맞춤 제작한 듯 그녀의 몸에 꼭 맞았는데 모든 것이 완벽했다.

게다가 목에 수십억을 호가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거니 그녀의 고귀함과 우아함을 한껏 돋보여 인간이 아니라 여신 같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그녀는 거울 속의 화려한 자신을 바라봤다. 마치 자신이 아닌 듯 낯설었는데 오히려 연지아의 모습을 더 닮아있었다.

만약 이승하가 지금의 그녀를 보게 된다면 일부러 연지아를 따라 하고 있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스타일을 완전히 변화시킨 후, 임구는 그녀를 나이트 레일로 데려갔다.

그곳은 서울의 가장 큰 돈세탁 소굴, 유명인이나 재벌가들만 드나드는 장소였다.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감시 카메라 따윈 없었다. 있다고 해도 데이터를 손에 넣는 건 거의 불가능이었다.

많은 재벌가 자제들이 이곳에서 더럽고 추악한 일을 벌이길 좋아했다.

임태진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십중팔구 그녀를 짓밟기 위해서였다.

곧 그에게 처참히 범해지리라 생각하니 심장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층수를 따라 점점 빠르게, 불안하게 요동쳤다.

꼭대기 층에 거의 도착할 때쯤에야 겨우 정신을 다잡고 손에 들린 가방을 꽉 잡았다.

그녀는 임구를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룸 입구까지 오게 되었다.

임구가 VIP 귀빈 카드를 꺼내 긁자 화려하고 웅장한 자동문이 스르륵 열렸다.

문이 열리자 그 안에서 야릇한 분위기의 조명이 쏟아졌고 느긋한 외국 음악이 낮게 귓가에 울려 퍼졌다.

꽤 의외였다.

그녀는 임태진의 품위가 클럽 같은 분위기를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곳은 인테리어가 우아하고 깔끔했으며 음악도 귀청이 찢어질 듯한 클럽 음악이 아니었고 오히려 듣기 좋았다.

문 앞에 서서 상황을 살펴보고 있을 때, 커다란 손이 서유의 허리를 확 끌어안았다.

임진택이 그녀를 품에 안고 고개를 숙여 볼에 키스했다.

“자기 오늘 너무 예쁘다.”

역겨운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려 그의 스킨십을 피하던 순간, 소파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색 셔츠를 입고 살짝 앞 단추를 풀어헤친 그의 깊게 파인 쇄골은 매혹적이었다.

팔을 걷어 올려 건장한 느낌이 물씬 풍겼으며 뼈마디 굵은 손가락으로 와인잔을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조명 아래 와인이 핏빛으로 반짝였는데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충혈된 눈빛처럼 섬뜩했다.

이승하가 이곳에 나타날 줄 몰랐던 서유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그녀는 이승하와 임태진이 같은 물에서 노는 사람이 아닐 거로 여겼다.

적어도 LS 그룹은 아시아권에서 재벌가에 속했으며 아시아 경제의 명줄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태안 그룹은 서울 내에서 거물급에 속할 뿐이었다. LS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정도였다.

둘은 어떻게 봐도 어울리지 않았지만 사적으로 이런 클럽에서 모였다는 게 놀라웠다.

서유는 그날 이승하에게 전화를 걸지 않은 것은 옳은 선택이라 느껴졌다. 이승하가 그녀를 위해 자신의 친구를 난감하게 하진 않을 테니까.

심장이 떨렸다. 차갑기 그지없는 이승하가 그녀가 누구에게 키스를 당하든 상관하지 않을 것 같았다.

시선을 돌리며 서유는 임태진을 향해 물었다.

“임 대표님, 왜 저를 이곳으로 불렀죠?”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이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그가 답했다.

“우선 내 친구들 좀 소개해주고 우리 둘이 이따가 짜릿한 ‘놀이’를 해볼까?”

그 말에 서유는 표정이 굳어졌다. 얼른 방법을 구해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임태진을 대처할까 고민하던 중에 임태진이 그녀를 이승하 앞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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