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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형...”

혼란 속에서 정신을 차린 이연석이 다급하게 이승하를 불렀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임태진은 떠나가는 이승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이승하 씨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연석은 웃으며 말했다.

“이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이니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 겁니다. 가끔 이상하게 성질을 부릴 때가 있어요. 태진 씨와 서유 씨가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간단하게 설명을 마친 뒤 이연석은 술잔을 들며 임태진과 서유에게 사과의 의미로 한 잔 마셨다.

“제가 형을 대신해 벌주를 마실게요.”

원샷한 뒤 이연석은 술잔을 내려놓고 부드럽게 말했다.

“다들 계속 즐기세요. 전 형한테 가보겠습니다.”

그는 예의 바르게 뒷수습을 끝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태진도 더 붙잡을 생각이 없었기에 이연석이게 말했다.

“다음에 다시 약속을 잡죠.”

이연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셔츠를 입은 뒤 재킷을 들고 서둘러 떠났다.

안희연도 더 놀고 싶었지만 이연석이 떠나는 것을 보고 손에 들린 카드를 던져버리며 따라나섰다.

그들이 떠나자 룸 안은 텅텅 빈 것 같았다. 임태진은 조금 다운된 기분에 미간을 문질렀다.

원래는 이승하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프로젝트 얘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일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사람이 가버렸다.

임태진도 더 놀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손을 흔들어 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룸 밖으로 쫓아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그는 고개를 돌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서유를 바라보았다.

“너 이승하하고 아는 사이야?”

처음에는 그저 의도적으로 서유를 곤란하게 만들던 이승하가 임태진이 그녀와 잤다고 말하자 더욱 그녀를 힘들게 했다.

이것으로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게다가 얕은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서유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예쁜 얼굴에서 와인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 모습은 오히려 하얀 얼굴과 대비되어 망가짐 속에서도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얼굴의 와인을 닦아내며 담담하게 한 마디 뱉었다.

“알아요.”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임태진은 허리를 숙여 서유와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어떻게 아는데?’

서유는 그가 뭘 의심하는지 알곡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내가 연지유 씨와 닮았다는 사실을 알고 이 대표님에게 서류를 가져다드릴 때 이 대표님의 잔에 약을 탔어요. 이 대표님하고 자고 나면 신데렐라가 되어 편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 대표님이 넘어오지 않아서 난 쫓겨났어요. 아마 그것 때문에 날 더럽고 비천하다고 하는 걸 거예요.”

그녀의 말에 임태진의 의문은 절반쯤 풀렸다.

그는 원래 이승하와 서유가 남녀 사이인 줄 알았다.

한 남자가 의도적으로 한 여자를 곤란하게 만들 때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유가 이승하를 유혹하려다 실패해 밉보였을 줄은 몰랐다. 그런 일 때문에 방금 이승하의 모욕과 복수를 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서유가 이승하를 유혹해 잠자리를 가지려고 했다는 것이 조금 의외였다. 그녀는 돈에 관심이 없지 않았던가?

서유는 마치 임태진의 마음속 의심을 눈치챈 듯이 담담하게 말했다.

“예전에 이승하 씨를 사랑했었어요.”

그녀의 눈빛에서 사랑을 했던 흔적이 희미하게 보여 임태진은 그녀의 말을 믿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임태진은 의심을 거둔 뒤 서유를 끌어 올려 자기 무릎에 앉혔다.

차가운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과 목덜미에 흐르는 와인을 닦아주며 그녀를 마음껏 쓰다듬었다.

“자기야, 너도 그렇게 적극적일 때가 있는 줄은 몰랐어. 감히 이승하를 침대로 유혹할 생각을 다 하고.”

아쉽게도 이승하는 여자의 마음을 몰랐다. 만약 그였다면 이미 서유를 품에 안았을 것이다.

서유는 몸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역겨움을 참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임 대표님, 제가 어느 날 대표님을 사랑하게 되면 그렇게 적극적으로 변할 거예요.”

임태진은 와인에 흠뻑 젖은 그녀의 섹시한 등에 키스하며 말했다.

“내가 기다릴 수가 없는데, 가만히 있어.”

말을 마친 그는 서유의 드레스를 벗기기 시작했다.

서유는 충격을 받아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행동이 임태진을 더 흥분시켰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임태진은 서유를 안고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다.

“임 대표님.”

서유는 임태진에게 백허그를 당한 상태였기에 몸을 더듬는 그의 손을 막아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기 가방이 보였지만 맞은편 소파에 있어 잡을 수가 없었다.

서유는 손이 식은땀에 젖을 정도로 불안했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임 대표님, 이 대표님한테서 프로젝트 따내고 싶으시죠. 그거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 제발 저 좀 놔주세요.”

임태진은 그녀의 드레스를 벗기려고 했지만 프로젝트라는 말에 멈칫했다.

“네가 프로젝트를 따내 준다고?”

그녀는 이승하를 침대로 유혹하려다 실패해서 밉보였는데 어떻게 프로젝트를 따내게 도와준다는 것일까?

서유는 단호하게 말했다.

“비록 예전에는 이 대표님을 유혹하는 데 실패했지만 한순간이라도 이 대표님은 절 연지유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동영상을 찍은 것도 있는데. 그걸로 협박하면 분명 프로젝트를 임 대표님에게 넘겨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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