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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이제 제비뽑기를 시작할게요. 팀이 되면 자리를 바꿔야 해요. 나란히 앉으면 안 돼요.”

안희연은 숫자가 적힌 종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같은 숫자를 뽑는 두 사람이 한 팀이 된다.

처음 플레이 하는 인원은 숫자 1이나 2를 뽑은 4명이었고 나머지는 기다려야 했다.

서유는 불행하게도 숫자 2를 뽑았다.

고개를 들어 이승하를 보니 그는 1을 뽑았다. 마침 그녀와 상대 팀이 되었다.

똑같이 1을 뽑은 안희연은 서유를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가 널 어떻게 죽이는지 똑똑히 지켜봐.’

“2를 뽑은 사람 있어요? 누구예요?”

이연석은 고민하다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펼쳤다.

그는 서유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카드 게임 잘못하는데 서유 씨한테 달렸어요.”

서유는 난감해하며 그에게 마치 우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그녀는 얌전하고 꽤 모범적인 학생이었기에 이런 카드 게임은 거의 하지 않았다.

아까 안희연이 게임 룰을 너무 빠르게 얘기해서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 많이 놀아 봤을 것 같은 이연석도 카드 게임을 잘하지 못하다니 이건 일부러 그녀를 엿먹이겠다는 것이 아닐까? 그녀는 아까 제비뽑기할 때 안희연이 뭔가 수를 쓴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다.

서유는 안희연이 건네는 카드를 한장 한장 받을 때마다 어이가 없었다.

안희연은 손가락으로 카드를 섞더니 그녀에게 마지막 카드를 건넸다.

“서유 씨 시작하세요.”

그 매혹적인 목소리에 서유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드레스 한 벌 밖에 입지 않았기에 만약 게임에서 진다면 바로 다 벗어야 했다. 사람들 앞에서 맨몸을 보이는 모습이 마치 술집 아가씨와 다를 것이 없었다. 안희연은 아마도 방금 임태진이 말했던 ‘놀아본 적 없다’라는 말의 분풀이를 게임을 통해 그녀에게 하는 것 같았다.

서유는 안희연의 의도를 알았지만 손에 든 카드가 너무 허접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거기에 이연석은 게임을 더 못했기에 그녀는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불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하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그녀가 카드를 던질 때마다 그녀를 꺾었다.

서유는 화가 나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옆에 앉아 있던 임태진은 이 상황을 보고서는 다급하게 서유를 다기 무릎에 앉히며 위로했다.

“급해하지 마. 내가 구해줄게.”

서유의 주의력은 온통 손에 들린 카드에 쏠려 있었기에 자기가 임태진의 무릎에 앉아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임태진에게 물었다.

“이 카드 어떻게 해야 해요?”

임태진은 그녀의 손에 들린 카드를 가져가서 신속하게 던졌다.

안희연은 그 모습을 보더니 기분 나빠하며 눈을 희번덕거렸다.

“임태진 씨 그건 반칙 아니에요?”

임태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게임 룰에 정해진 건 없었잖아요.”

안희연은 흥하며 코웃음을 치고서는 손에 들린 카드를 던지며 소파에 기대앉았다.

서유는 그런 안희연을 보며 계속 찌푸렸던 미간을 살짝 풀었다.

그녀는 조금 기뻐서 미소를 지으며 임태진을 돌아봤다.

임태진은 그녀의 미소를 보자 가슴이 간질거려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차가운 촉감에 순간 서유는 정신을 차렸다. 그제야 자기가 임태진의 무릎에 앉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임태진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임태진은 그녀를 껴안은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계속 움직이면 여기서 바로 할 거야.”

그 말에 겁을 먹은 서유는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이승하와 다시 한번 시선을 마주쳤다.

이번에는 그의 빨갛게 달아오른 눈에 얼음처럼 차가운 한기가 느껴져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승하는...

그녀는 이승하가 자기를 신경도 쓰지 않는 줄 알았다. 그는 갑자기 카드를 전부 던지더니 그녀의 카드를 완전히 끝내 버렸고 반격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서유는 그의 손에 카드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고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안희연은 흥분하며 말했다.

“나도 마지막 카드밖에 남지 않았어요.”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는 손에 들린 카드를 테이블에 던졌다. 그러고서는 서유와 이연석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

“두 사람이 졌으니까 게임 룰대로 옷 한 벌을 벗어야 해요.”

이연석은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린 카드를 내려놓고 재킷을 벗었다.

안희연은 서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연석 씨는 이미 벗었으니까 이제 서유 씨 차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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