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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승하의 뒷모습이 점차 멀어질 때야 이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지나갔다는 것을 알아챈 임태진은 얼른 서유를 놓아주고 그에게 인사를 하러 달려갔다.

하지만 이승하는 곧바로 차에 올라타 문을 거칠게 닫아버렸다. 밖에 대기하고 있던 열 몇 대의 호화스러운 차들이 그의 출발과 함께 떠났다.

허탕을 쳤으니 다시 서유나 찾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한 임태진이 뒤돌아서 보니 그녀는 이미 고객용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도망가고 없었다.

그는 조금 전 서유의 볼에 키스했던 입술을 어루만지며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처럼 흥분으로 눈을 번뜩였다.

“임구, 서유의 집 주소를 알아 와.”

그의 뒤를 따라오던 임구가 바로 ‘네.’하고 대답했다.

집에 돌아온 서유는 손에 든 가방을 내려놓고 약간 넋이 나간 듯한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니 그곳에 찍힌 번호가 그녀를 인상 쓰게 만들었다.

‘소수빈이 왜 내게 전화를 걸지?’

잠시 의아했지만 이내 잠금화면을 풀고 전화를 받았다.

“수빈 씨, 무슨 일이죠?‘

격식을 차린 소수빈의 목소리가 안에서 흘러나왔다.

“서유 씨, 조금 전 아파트를 청소할 때 남겨두신 물건을 발견했어요. 시간이 날 때 와서 가져가실래요?”

서유는 이승하가 그녀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남긴 물건 때문이었다니. 심장이 다시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냥 버려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깔끔하게 소수빈과 이승하의 연락처를 모조리 삭제해버렸다.

그녀는 어쩌면 이승하가 자신에게 먼저 연락할 거라는 망상을 어제까지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락처를 아까워서 지우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제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완전히 마음이 죽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끄고 소파에 새우처럼 웅크려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나게 되었다.

요즘 가혜는 늦게까지 야근을 하는 일이 잦아 아예 열쇠를 그녀에게 준 상태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가혜가 퇴근했다고 생각한 서유는 얼른 달려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가혜가 아닌 임태진이었다!

그의 카사노바 같은 얼굴을 마주하자 서유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본능적으로 문을 닫으려는 찰나, 임태진이 팔을 뻗어 문을 억지로 열었다. 그의 이런 돌발 행동에 놀란 서유가 뒷걸음질 쳤다.

“임 대표님, 이게 지금 무, 무슨 짓이에요?”

‘이 빌어먹을 변태 새끼가 집까지 쫓아왔어!’

임태진은 놀란 토끼 같은 서유를 보며 잔뜩 흥분했다.

그는 두 손으로 문을 받치고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뭘 그렇게 두려워해? 내가 너 잡아먹기라도 하겠어?”

그의 눈은 혼혈인을 연상케 하는 은색이었는데 뚫어지라 바라볼 때면 먹이를 사냥하는 흥분감이 엿보였다.

“서유 씨, 나랑 안에서 얘기 좀 할까?”

정중하게 묻는 말이 서유에겐 그 무엇보다 무섭게 들렸다.

임태진이 어떤 인간이고 무슨 짓을 할지 그녀가 똑똑히 알고 있는데 절대 들여보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답했다.

“죄송하지만 여긴 친구 집이라 안 됩니다.”

말을 마치고 얼른 문을 닫으려 했지만 임태진이 기다란 다리로 먼저 안으로 훌쩍 들어와 문을 닫아버렸다.

그가 들어와 문까지 닫아버렸으니 이제 서유는 도망갈 기회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녀의 얼굴이 어둡게 바뀌었다.

“무슨 생각인 거죠?”

“너랑 자고 싶어.”

그렇게 말하며 그는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았는데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 않고 음흉하게 웃었다..

잠들기 전, 서유는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어 목 라인이 깊게 파여있었다.

임태진은 그녀보다 키가 훨씬 컸으니 내려다보면 훤히 다 보였다.

그녀는 빠르게 잠옷을 꽉 여며 가슴팍을 가렸다. 하지만 너무 꽉 여며서 오히려 글래머한 몸매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조그마한 그녀의 얼굴은 병약하게 야위고 창백했지만 보고 있으면 애틋한 느낌을 주었다.

흠잡을 데 없이 잘 어우러진 오밀조밀한 눈코입, 마치 호수처럼 맑고 깨끗한 눈은 하늘의 운하를 담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풍성한 웨이브 머리, 호흡에 따라 오르내리는 봉긋한 가슴, 팔 하나에 전부 잡힐 것만 같은 허리와 희고 긴 다리…

이토록 섹시한 몸매를 가진 그녀를 보고 있으면 남자들은 아마 눈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임태진 역시 그녀의 얼굴과 몸매에 빠지게 되었다. 그날 문서를 조달하러 왔을 때, 할 수만 있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그녀를 범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얇은 잠옷을 입고 자기 앞에 서 있는데 그가 어찌 참을 수 있을까?

온몸이 후끈후끈 달아올랐고 이성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그가 서유를 거칠게 벽으로 밀어붙였다.

“2억 줄게. 나랑 한 번 하자.”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왔다. 서유는 그의 가슴팍을 두 팔로 밀어내며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다.

“그만 하세요! 전 몸 파는 여자가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팔려서 사는 운명에서 갓 벗어났는데 이렇게 빨리 또 누군가 돈으로 그녀를 사려고 들 줄은 몰랐다.

‘웃긴 인생이네.’

“10억에 별장 하나 더해 줄게.”

“천억을 준다고 해도 싫어요. 이거 놓는 게 좋을 겁니다. 경찰 부를 거예요!”

“어디 한 번 해봐. 누가 감히 날 잡아가는지 내가 지켜볼게.”

전혀 두렵지 않은 듯, 임태진은 계속해서 미친 듯이 그녀의 얼굴에 키스를 퍼부었다.

서유는 모든 힘을 다해 피했지만 그의 입술이 이마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 차가운 촉감은 마치 뱀의 혀가 닿은 것처럼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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