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21화

잠시 생각하던 염구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가 엘 족장에게 전해라. 멸족 당하고 싶지 않다면 봉황국에서 발을 들이지도, 가까이하지도 말라고. 만약 다시 봉황국에 나타난다면, 죽으러 온 것으로 간주하고 끝장 낼 것이다.”

덤덤한 목소리였으나, 몸이 오싹해질 정도로 강력한 살기가 흩뿌려졌다. 폴은 심장이 덜컹하고 내려앉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가,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폴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릎을 꿇은 채 염구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반드시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그 말을 끝으로 폴은 지체없이 자리를 허겁지겁 떠났다.

“염….”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앨리스가 입을 잠깐 달싹거렸지만, 이내 체념한 듯 조용해졌다.

‘염구준은… 왜 폴을 놓아준 것일까? 그는 앨리스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데!’

“제가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염구준이 앨리스를 쓱 바라보더니, 천천히 회의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알아서 죽여줄 겁니다. 제가 죽이지 않아도 폴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예요. 제가 장담하죠!”

그날 밤, 엘 족장의 청석 고성.

가파른 돌계단 끝자락에 위치한 무겁고 두터운 고성 대문. 폴은 외투를 걸친 채,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벌벌 떨고 있었다.

그는 족장에게 지원요청을 하기 위해 봉황국을 떠나 한순간도 쉬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압도적인 분위기.

600년, 아주 길고도 깊은 역사를 가진 이 거대한 성은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겁고도 어두운 분위기를 뿜었다.

“들어오세요.”

하얀 베일에 긴 원피를 입은 한 여인이 천천히 대문을 열며 폴을 고성 깊숙이 있는 중앙 홀로 안내했다.

거기엔 검은 로브를 입은 여자가 딱딱히 굳은 자세로 벽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족장님!”

폴은 얼굴조차 들 수 없어 깊숙이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 된 채, 말했다.

“짐 삼촌을 포함해 세 철위들도 죽었습니다. 계획은 차질없이 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