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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그 여인은 계속 빈정거렸다.

"차 렌트했어? 빨리 돌려줘, 긁히면 어쩌려고."

그녀는 포르쉐를 알고 있었다. 재개발로 벼락부자가 된 친척이 이 브랜드의 차를 뽑았는데 아마 2억원 정도 들었을 거다. 손가을의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참시 멈칫한 손가을은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제가 선물한 겁니다."

염구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딱딱하게 굳은 여인이 눈을 대굴대굴 굴렸다. 염구준이 선물한 거라고?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은 양반이? 듣기론 밥벌이도 제대로 못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맞아요, 구준 씨가 사줬어요. 더 안전한 차로 출퇴근하라고요."

손가을이 이웃집 아줌마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여인은 그 자리에 완전히 굳어버렸다.

고작 출퇴근을 위해서 이렇게 비싼 차를 뽑아줬다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 하지 않았던가? 직업도 없는데 이렇게 많은 돈은 어디서 났을까.

"우리 장모님과 무슨 얘기 중이셨습니까?"

염구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 별 얘긴 안 했어요... 난 이만 돌아가서 상이나 차려야겠네."

난처한 표정을 짓던 여인이 휙 자리를 떠났다. 진숙영에게 뱉었던 말들을 되돌려 받는 느낌에 두 뺨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진숙영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렇게 서둘러. 좀 더 얘기 나누지."

살이 피둥피둥 찐 여인은 황급히 꽁무니를 뺐다.

그동안 쌓였던 억울함이 한순간 해소되었다. 눈앞의 다정한 부부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사위는 딸아이에게 차를 사줬을 뿐만 아니라 손녀를 위해 성대한 생일 파티도 준비했다. 그는 꼭 마치 비밀을 숨기고 있는 사람 같았다.

손태석이 혀를 차며 말하길, 오늘 그들이 포르쉐를 몰고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저 이웃집 여자 때문에 심장병이 도졌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진숙영도 할 말이 많은 눈치였으나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손태석을 부축해 집으로 돌아갔다.

"방금 당신, 일부러 그 아줌마 약 올렸지?"

손가을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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