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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얌전히 따라오십시오."

다짜고짜 진숙영을 지점장실로 끌고 간 보안 요원 중 한 명이 그녀를 힘껏 소파에 처박았다. 그가 지점장의 눈치를 살피며 살살 아부했다.

"지점장님, 말씀대로 끌고왔습니다."

혹시나 지점장의 눈에 들어 내일 당장 보안 팀장으로 승진할지도 몰랐으니, 그에게 잘 보여야 했다.

진숙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따졌다.

"뭐 하는 짓이야. 당장 이거 놓지 못해?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이래!"

지점장이 냉소했다.

"뭐야,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순순히 인정하시지."

진숙영은 잠시 멍해졌다. 대체 뭘 인정하란 말인가?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뻔뻔하기는."

여직원이 진숙영을 위아래로 기분 나쁘게 훑었다.

주름지고 건조한 피부에 낡고 허름한 옷... 기껏해야 건물 청소나 할 법한 사람이었으니 절대 이 블랙 카드의 주인이 아니었다.

"이 카드, 어디서 훔쳤어?"

여직원은 진숙영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벙찐 진숙영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자신이 번 돈으로 당당하게 살아온 그녀였다. 한데 어떻게 도둑이라는 누명을 쓴단 말인가?

"헛소리하지 마!"

블랙 카드를 노려보던 진숙영이 이를 악물었다.

"이건 우리 딸 카드야."

"정말 웃기는 여자네. 끝까지 발뺌이지. 경찰 앞에서도 그럴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여직원이 한껏 비아냥댔다.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은행에서 막중한 피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첫 번째 징계 대상은 다름 아닌 자신일 테고.

"이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다니, 늙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

여직원의 말은 비수가 되어 진숙영의 심장을 아프게 찔러댔다.

잔뜩 화가 난 진숙영이 여직원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짝-

그러나 보안 요원이 진숙영의 뺨을 후려갈기며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죽고 싶어? 얌전히 있으라고 했지!"

손바닥 자국을 따라 진숙영의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다. 그녀의 여린 자존심도 한없이 짓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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