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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돈이 너무 적어서 귀찮은 게 틀림없었다.

"고객님, 잠시만요."

잔뜩 흥분한 은행 직원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받들고는 진숙영에게 양해를 구했다. 마치 보물을 감싸 안듯이 카드를 소중하게 품은 은행 직원이 재빨리 지점장에게 달려갔다.

문을 두드리는 것도 잊은 채 다짜고짜 쳐들어간 그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점장에게 말했다.

"지점장님. 큰... 큰일 났어요!"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던 뚱뚱한 중년 남성이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웬 소란이야. 무슨 일인데."

"이것 좀 보세요."

여직원이 급히 카드를 내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중년 여성분께서 이 카드 안에 있는 돈을 전부 출금하려고 해요."

은행 카드를 힐끗 바라본 지점장이 둔중한 몸을 움찔거렸다. 손에 쥐고 있던 물고기 사료가 와르르 어항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습할 겨를도 없이 블랙카드를 홱 낚아챈 지점장은 1분 동안 카드를 뚫어지게 관찰했다. 모든 디테일을 꼼꼼하게 살펴본 그가 마침내 결론에 다다랐다.

이건 VVIP 블랙 카드였다. 전국 은행에서 통용되며 안에는 적어도 2000억이 들어있었다.

이 많은 액수를 전부 인출한다고? 현금 2000억을 보유한 은행이 대체 어디 있다고?

"그 고객님 옷차림은 어땠어?"

간신히 냉정함을 되찾은 지점장의 머리가 그제야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무나 신청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 신청인은 매우 고귀한 신분을 갖고 있어야 했다. 상사의 말만 들어보았을 뿐, 그로서는 처음 실물로 접해보는 카드였다.

"딱히 특별한 건... 사실 좀 초라해 보이긴 했어요."

진숙영이 입은 외투는 십여 년 전에 유행했던 스타일이었다. 즉, 지금은 구할 수조차 없는 옷이었기에 여직원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설마, 카드를 주운 건 아니겠죠?"

이윽고 짧게 감탄사를 내뱉은 여직원이 되는대로 지껄였다.

"훔친 걸 수도 있고요… 지점장님, 어떡해요?"

"젠장,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 어떻게 이런 걸 훔칠 수가 있어!"

지점장이 분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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