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7화

남자의 그윽한 눈동자가 먹물을 머금은 듯 차츰 가라앉았다.

강유리의 머리속은 하얘졌다. 재빨리 폰을 잡고 황급히 화면을 껐다.

창피한 소리가 멈췄다.

방 분위기는 더 어색해졌다.

강유리의 얼굴은 터질 듯 빨개졌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일이 벌써 끝났어?”

육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침대맡으로 걸어가 한쪽 무릎을 꿇고 몸을 가까이 했다.

강유리는 그런 그를 보고 본능적으로 멀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드리워진 그림자는 신비한 마법이라도 있는 듯 그녀를 제자리에 멈추게 했다.

육시준은 손을 뻗었다. 긴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들어올리며 억지로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보게 했다. 무거운 숨이 드리우고 눈앞에 있는 검은 눈동자에는 감정이 뒤얽혔다.

“당신 꽤 목말랐나봐?”

“......”

강유리의 눈가에는 경련이 일었다. 기분이 복잡했다.

안방은 어두웠다. 창밖의 달빛이 커텐 사이사이로 들어와 버건디색의 나무바닥에 내려 온화하고 아름다운 색을 더했다.

시각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으면 다른 감각들이 유난히 또렷해진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무섭게 뛰는걸 듣고 애써 몇초 진정하며 입을 열었다.

“이건 오해야, 믿을수 있겠어?”

육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믿을것 같애? 하고 아무소리 없이 되묻는것 같았다.

“나는 그냥 공부하려고. 근데 이 소재가 약간 범위를 벗어났어, 무슨 뜻인지 알지?” 강유리는 애써 발버둥치며 해명했다.

육시준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몰라.”

강유리, “......”

해명 실패.

그녀의 얼굴에는 온통 ‘니가 이렇게 생각하면 나도 어쩔수 없지’ 라는 반포기 심정이었다.

남자는 깊은 눈빛으로 몸을 기울였다. 얇은 입술이 그녀와 점점 가까워졌다. “배우고 싶으면 선생님을 찾아.”

뜨거운 숨에 청량하고 차가운 좋은 향기가 섞여 있어 강유리의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그녀의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몸을 뒤로 내뺐다.

하지만 턱을 쥔 손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냘팠다. 크게 움직이면 그와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