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2화

강유리는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지 않았다. 단지 병원에 안 가봐도 되는지 물을 뿐이었다.

상처받은 마음이 달래지니 가볍게 손을 흔들며 괜찮다고 하는 육경서다.

침실도 돌아온 강유리는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

칼퇴는 드문 일이었다. 오늘같이 약속이 없는 날에 그녀는 따뜻한 물에 시원한 반신욕을 했다.

그러고 보니 갈아입을 옷을 챙기는 것을 깜빡했다.

욕실로 들어오기 전 내내 내일에 있을 극본 경매를 생각하고 있었다. 좀 더 많이 낙찰받고 싶었지만, 이 작은 회사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고 내부에 자질구레한 일들이 있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제일 중요한 것을 잊어버렸다.

귀를 쫑긋 세우고 문밖의 상황을 살폈다. 조용한 것으로 보아 육시준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맨발로 바닥을 딛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육시준이 방문에 기대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강유리는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발가벗은 몸에 찬 공기가 닿았다.

회피할 생각이 없는 그의 시선이 그대로 날아와 그녀에게 꽂혔다.

그는 차분하게 안으로 들어와 방문을 닫았다.

“이런 취미가 있었어?”

“아니야. 이건 오해야.”

강유리는 침착한 척하려 했다. 그녀는 뒤로 두발짝 물러나 문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머리만 빼꼼 내민 상태로 말했다.

“옷을 깜빡했어. 좀 가져다줄 수 있어?”

그녀의 행동을 쭉 지켜보던 육시준의 눈빛이 점점 예사롭지 않게 변했다.

그녀가 잡고 있는 문은 매트한 텍스쳐의 유리로 된 것이어서 아무것도 가리지 못했다. 굴곡진 곡선을 더 돋보이게 할 뿐이어서 그를 더욱 유혹할 뿐이었다.

“그러고 서 있지만 말고 언른!”

발그스름한 그녀의 얼굴엔 조급함이 어려있었다.

하지만 육시준은 도리어 담담하게 대꾸했다.

“난 아직 동의 안 했어.”

강유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뭘?”

육시준이 긴 다리를 옮겨 그녀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강유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애써 유지하고 있던 평정심을 하마터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