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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다. 수화기 너머로 여유만만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강유리!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이렇게 성신영을 모욕하고 심지어 성씨 가문까지 욕되게 해서 네가 얻는 게 뭔데? 너에게 조금 남아있었던 호감마저도 사라졌어!”

화가 난 그의 목소리는 엄숙하고 낮았다. 얼굴도 험상궂게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강유리는 한치의 동요도 없었다.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분명하지 않아? 빼앗은 건데 온전히 잡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봐야지 않겠어? 그리고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선...흠...”

그녀는 가볍게 웃어 보일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투에는 냉소와 멸시가 가득했다.

임천강은 강유리의 속내를 들추지 않았다. 그저 씩씩거리며 겨우겨우 분노를 삼키고 있었다.

“그 역할이 그렇게 중요해? 그 앤 너의 동생인데 양보할 수 없는 거야?”

“새 사람을 고용할지언정 그 애는 안 돼.”

강유리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씨 가문의 사람들은 성신영에게 기울어져 있었으며 그들은 모두 이런 뻔뻔한 태도였다. 항상 그녀의 편이 되어주던 임천강에게 처음 이런 말을 들었다. 심지어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술술 잘도 뱉어내고 있었다.

“네가 이렇게 매정할 줄 몰랐어. 목적을 위해서 나한테까지 계획을 세워? 정말 실망이야!”

“그래? 그거참 미안하게 됐네. 앞으로 더 실망하게 될 거니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둬.”

가볍게 말하고 있는 그녀지만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화가 단단히 난 임천강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두고 봐!”

통화가 끝나지 않았지만, 강유리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럴 시간이면 일찍 돌아가 남편이랑 저녁을 함께 하는 게 낫겠다.

강유리가 JL빌라에 도착했을 때 육시준은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는 소파에 앉아 궁시렁거리고 있는 육경서만 있었다.

고개를 들어 귀가하는 강유리를 흘끗 보고는 이내 뾰로통하니 시선을 거뒀다.

“왜 그래요?”

신발을 갈아신고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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