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때, 문 앞에 익숙한 그림자가 났다. 양복과 구두를 신고 매혹적인 느낌을 풍기는 남자가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걸어왔다.그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장경호이다.그는 서류 가방을 손에 들고 매너 있게 남자와 반 발짝 떨어져 걸었다.이들의 등장으로 회관은 잠시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추측하기 시작했다.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장 대표님을 공손하게 만드는 걸까?강유리도 이런 기이한 광경에 한참을 멍해 있다가 이내 확신했다.육씨 가문의 육시준, 보통 고위층일 리가 없다. 사실 장경호의 공손한 연기에는 어느 정도의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그런데 육시준이 어떻게 직접 경매에 참여한 걸까?그녀는 육시준에게서 들은 말이 없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육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어떻게 왔어?]육시준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이내 경매는 시작되었고 강유리는 휴대폰을 도로 넣었다.IP는 하나하나 지나갔고 이내 “심쿵해”의 경매 순서가 다가왔다. 경매 시작가는 1억 5천만 원으로부터 3억으로 훌쩍 뛰었다.이때 강유리가 외쳤다. “3억 5천만.”맑은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를 향했고 이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유강 엔터 성홍주의 큰딸, 회사 승계 받은지 얼마 안 됐어.”“아, 그 인터넷에서 매제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떠도는 찌라시의 주인공인 강유리?”“아마추어야? 3억 5천 만으로 인지도도 별로 없는 캠퍼스 소재를 경매해? 하도 성씨 가문의 재력이 든든하니까 저렇게 생각 없이 질러도 살아남지!”“……”회관은 조용했다. 특히 앞줄은 더 조용하기에 이런 작은 목소리도 선명하게 들렸다.임천강은 저도 몰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시준을 바라보았다. 육시준의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에 임천강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어느 남자라도 자기의 아내가 전 남자친구와 얽히는 모습은 참을 수 없다.육시준도 마찬가지다.그날 육시준이 강유리를 위해 나선 것은 아마 그저 우연일 것이다.오늘 이
“생각을 바꿨어.”경매에 오는 길에 그는 이번에 유강엔터에서 “심쿵해”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처음에는 의심했지만 강유리의 태도를 보아하니…임천강의 생각에 호응하듯 강유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25억.”강유리가 마음먹은 작품이라면 보통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임천강은 계속 따랐다.“26억.”멀지 않은 거리에서, 임천강은 강유리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임천강이 일을 제대로 못 하거나 그녀의 뜻을 거스르면 한바탕 욕을 먹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임천강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후련했다. 이 순간, 전에 쌓였던 불만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는 등을 곧게 펴고 낙찰을 기다렸다.“50억.”갑자기 곧고 강한 목소리가 앞줄에서 들려왔다.장경호이다.현장에는 사람들의 숨소리만 들려왔다.평범한 극본 하나가 10억도 터무니없는 가격인데 이제는 50억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엔터 계의 거물이 직접 나섰다.“설마? 로열에서 이 극본을?”“그냥 도와주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요?”“신인을 괴롭히다니, 스타인에서 매너가 없었어요.” “게다가 한 집사람들끼리… 싫으면 거절하면 되죠. 왜 굳이 밖에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려고 하죠?”“……”누군가 말을 꺼냈고, 비난은 화살은 한쪽으로 몰렸다.아무래도 임천강이 가격을 조금씩 올리다 보니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모욕을 주려는 행위로만 보였다.대부분 사람은 약자를 동정하는 심리가 존재했다. 게다가 지금은 대단한 인물이 선두로 그녀를 “동정”하고 있다.일부분은 그저 우스갯소리를 보는 마음이다.“스타인의 체면이 아주 제대로 구겨지겠네! 역시나 그릇이 작아. 빨리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야지!”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고, 특히 마지막 말을 들은 임천강은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임천강도 알고 있다. 스타인은 로열과 아직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본인도 육시준보다 훨씬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얼마 지나지 않아 강유리는 회사에 돌아와 회의를 열어 화풀이했다.직원들은 불만족스러웠다. 그들은 강유리가 사이버 폭행을 당하고 그들에게 화풀이한다고 생각했지만, 감히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유리 씨, 우리 회사 실력이 스타인보다 떨어지다 보니 빼앗길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유 PD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강유리는 차가운 시선으로 상대를 노리며 입을 열었다.“그래요? 단지 실력이 스타인보다 부족해서 그런 거 맞아요?”유 PD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아니라면요?”“제가 알기론 “심쿵해”는 스타인의 계획에 없었어요. 그런데 임천강이 갑자기 목표를 바꿨어요. 그 이유가 대체 뭘까요?”“……”유 PD는 눈빛이 번쩍이더니 이내 시치미를 떼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진실을 밝히길 바라는 건가요?”강유리는 피식 웃었다.“임천강이 일부러 절 겨냥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죠?”유 PD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람들은 침묵했지만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그렇다면 로열은요? 설마 절 돕기 위해 나섰을까요?”강유리가 계속 질문했다.로열은 엔터 계의 거물로 다른 회사와 얽히는 것을 꺼린다.협력 관계에 있다고 해도 예외는 없다.오늘의 움직임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유 PD는 그녀의 거만한 눈빛에 왠지 모르게 자신이 없어졌다.“로열의 움직임을 누가 짐작할 수 있겠어요? 그저 단순히 경매에 참여했을 수도 있죠.”강유리는 이 말을 기다렸다.“만약 그렇다면 가격이 배로 뛰었는데도 스타인의 임천강은 포기하지 않았죠. 그런데도 이 극본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다들 푼돈도 따지는 장사꾼인데, 임천강이 그렇게 멍청할 것 같아요?”“가치가 없다고 한 적 없어요! 하지만 결과는 이미 정해졌는데, 지금 따져봤자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어요?”“달라지는 게 있죠. 누군가 회사 상업 기밀을 유출했으니까요.”유 PD는 잠시 멈칫하더니 경멸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정도의 정보는 사람들이 다 알아요.
하석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우리가 가지고 있는 증거로 충분히 유 PD를 끝장나게 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하세요?”강유리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끝장나게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로 완전히 무너질 사람은 아니에요.”“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비록 유 PD는 못됐지만 어느 정도의 실력은 확실히 있어요. 대가가 없이 끝장내는 건 스타인에 사람을 보내는 주는 것과 다름없어요.”강유리는 그렇게 호의적인 사람이 아니다.‘남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하라고 해.’하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유리의 말에 일리가 있다.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여론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하석훈은 태블릿을 꺼내어 몇 번 터치하더니 그녀에게 넘겨주었다.“상대가 이렇게까지 기어오르는데 계속 기다리기만 하실 건가요?”십 분 전, 성신영은 인스타그램에 게시글을 올렸다.[난 언니의 생각도 모르고 너무 행복했었나 봐요. 하루 종일 생각했지만 어떻게 언니를 마주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마음의 문”에서 하차하고 잠시 쉬기로 했어요. 그리고 저와 천강이의 감정은 언니를 위해서라도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해요.]말 사이사이마다 모두 어쩔 수 없이 물러서는, 억울하지만 착한 척의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신영 씨 너무 착해요. 뻔뻔한 인간 때문에 물러서지 말아요!”“언니의 자격도, 사람의 자격도 없는 인간이에요!”“회장님은 실검 안 봐요?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요! 막내딸이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데!”“왜 신영 씨가 다시 생각해요? 불륜녀에게 그런 가치가 있어요?”“……”욕설 속에 누군가 임천강을 태그해 성신영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보라고 윽박질렀다.임천강도 이내 나타나 입장을 표명했다.[제 마음속에는 오직 신영이 뿐이에요. 이번 ‘심쿵해’는, 오직 신영이를 위한 극본이에요. 신영아, 넌 영원히 나의 여주야!]그제야 팬들은 안심되어 그들의 사랑을 축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이 극본은 스타인에서 거액을 들여 로열의 손에서 뺏어 온 것이라고 댓글을 쓰자 누리꾼
2분 뒤, 하루 종일 욕을 먹었던 강유리가 드디어 사진과 게시글을 올렸다.강유리- [슈가 대디 사진 저장한 건 아주 칭찬해. 하지만 비슷한 걸 올린 건 네 잘못이야. @임천강]그녀는 캡처 사진 9장을 함께 게시했다.이체 날짜는 전부 다르지만 상대는 확실히 이 돈을 받았으며, 돈을 받은 뒤에는 하트 이모티콘을 전송했다.첫 번째 계좌이체에는 생일 축하한다는 글도 첨부되어 있다…많은 누리꾼이 점점 격앙된 심정으로 악플을 달고 있는 그때, 강유리의 게시글은 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이게 뭐야?”“슈가 대디?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강유리 by 임천강?”“대박! 나 진짜 깜놀!”“하하하하하하, 강유리가 임천강의 슈가 대디래. 나 정말 웃겨 죽는 줄!”“유언비어 퍼뜨리면 몇 년 선고받지?”“……”게시글을 올리자마자 강유리는 수많은 댓글을 받았고, 휴대폰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진동이 울렸다. 그녀는 무음모드로 설정하고 계속 두 번째 게시글을 올렸다.강유리- [“마음의 문” 제작진을 대표해 너의 하차에 고마움을 표한다! @성신영, 감정이라면… 저번에 나한테 두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하니 부디 허락해 달라며? 그런데 왜 다시 생각해? 그렇게 쉬운 사랑이었니?”하석훈은 그녀의 폭주에 멍해졌다.반응하기도 전에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사무실 문이 열렸고, 여한영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사진 진짜예요?”여한영은 하루 종일 회사가 이대로 몰락할까 봐 마음이 심란했다.강유리의 손에서 완전히 끝장날까 봐.오전에 사태가 커지지 않은 틈을 타서 해결하길 바랐는데 강유리는 그 말을 듣지 않고 기어코 본인이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국 경매에도 성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까지 비난받게 되었다.더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여한영은 사표까지 준비했는데 이런 반전이 생겼다…강유리는 머리를 들어 여한영을 힐끔 보았다. 그녀는 이 영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본부장님, 노크는 왜 안 하세요?”여한영은 멈칫
특히 늙은 여우 같은 여한영은 성홍주를 썩 내키지 않아 할뿐더러 강유리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명철보신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이 일에 대해 말을 아꼈다.하석훈은 다른 화제를 이끌어냈고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 극본만 낭비했지 뭐예요. 앞서 여러 가지 플랜을 짠 것도, 수차례 평가를 진행한 것도 모두 남 좋은 일만 한 셈이네요.”“아니요. 저는 그것이 없어도 되거든요.”“네?”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강유리는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급해 말아요. 곧 알게 될 거니깐요.”하석훈은 느릿한 성격인지라 그녀의 말을 듣고서 시름을 놓았고 더 캐묻지 않았다. 여한영은 대수롭지 않았다. 그는 스캔들에 대해 해명하면 그만이니까.그러고는 휴대폰을 쥐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나갔다. 관건적인 시간에 여론에 작은 불씨를 더하면…강유리는 SNS를 두 번 올렸는데 큰 파장을 일으켰다.성신영의 팬들 그리고 성신영과 임천강 커플을 응원하는 팬들까지 그들을 위해 주야장천 댓글을 달았다.팬이 아니거나 그저 이 사태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재미 삼아 댓글에 질문을 던졌다.“무슨 일인데? 아는 사람 있으면 댓글 달아 봐. 지금 엄청 뜨는 핫이슈란 말이야.”“반 시간 째인데 왜 입장 안 밝힘?”“아니, 계좌 이체 기록은 진짜인 것 같은데. 바보도 아니고 합성사진을 올리겠냐고.”“내가 아는 사람 통해서 들은 건데, 임천강이 임씨 가문 사생아였대! 가문에서 인정하지 않은 자식이었는데 강씨 가문과 엮이면서 임씨 가문에 발을 들인 거래!”“스타인 엔터가 임씨 가문에 도움이 되니까 인정받은 거지! 말이 되지도 않는 소설 같은 얘기는 넣어둬라고.”“여러분, 스타인 엔터가 잘 된 데에는 강유리 몫도 있는 것 같아!”“내 말이! 매달 계좌에 돈을 이체했다니깐.”“그 자금으로 뭘 했는지 말도 안 했잖아. 동업자인가?”“동업자가 왜 댓글에 하트를… 암튼 난 안 믿어! 강유리 두 번째 SNS를 보고 성신영이 올린 게시물을 보면 성신영 이 여자, 보통 여우가 아니야!”댓글
성신영이 스케줄을 갑자기 변동한 것도 자부하는 면이 있었기에 일부러 바쁜 척했던 것이다. 그래서 난처해하면서 내일 사인하려고 했던 것이다.그런데 브랜드 측에서 오히려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성신영은 브랜드 측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고 계약서에도 별문제가 없었다.그런데 지금 이 말은 무슨 뜻이지?그녀와 매니저는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고 브랜드 측 관계자들이 떠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매니저는 걸려온 전화를 받고서 굳어진 표정으로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신영아, 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아.”“뭔데?”성신영은 휴대폰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계좌 이체 기록을 캡처한 사진들, 강유리가 그녀를 언급한 게시물을 확인하더니 표정이 점차 굳어갔다.강 건너 불구경하듯 강유리더러 진실을 알려달라는 유저들의 댓글을 본 그녀는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그녀는 강유리한테 그들의 사적인 사진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성신영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웹사이트를 끄고는 임천강한테 전화를 걸었다.스타인 엔터.임천강 쪽 상황도 별반 좋지 않았다.그는 임호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이 못난 놈! 천한 년의 피는 못 속이는구나! 너한테 직접 해결할 시간을 주마. 잘 처리해야 할 거야. 내가 경고하는데 이번 일 제대로 처리 못하면 앞으로 날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거라!”임호는 말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고 화가 치밀어 오른 임천강은 책상 위에 파일들을 모두 바닥에 던져버렸다.이 미친년. 감히 SNS에 올려?한 달에 그깟 몇천만 원을 주고서는 이렇게 상세하게 기록했단 말이야? 신영이한테 옷과 가방을 사주고 친구들과 클럽 한 번 가면 없어질 돈을…그깟 돈으로 생색내는 건 여전하네!“임 대표님, 여론의 영향으로 합작이 연기된 게 한두 건이 아닙니다! 실시간 검색어에 대표님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고 사이트 측에서도 검색어를 내려줄 의향이 없다 합니다. 어떡하죠?”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천강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책상을 짚고 겨우 서있었다.
얼마나 바쁘기에 몇 시간 동안 전화도 안 보는 거야?연예계 쪽 일을 하면서 이 상황을 모를 리 없잖아?알면서 모른 척하는 건가? 내 문자도 답장 안 해주고… 바쁜 게 아니라 화났네.그렇게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JL빌라의 불이 켜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강유리는 객실에서 게임하고 있는 육경서를 발견했다. 그는 큰 스크린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시끄러운 게임 소리 때문에 그녀가 들어오는 줄도 몰랐다.오씨 아주머니는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가방을 대신 들어주었다. 또한 그녀에게 슬리퍼를 갖다주면서 말했다.“사모님, 오늘은 일찍 퇴근하셨네요.”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리번 두리번거렸다.“시준 씨는요?”“아직 집에 안 오셨어요. 저녁에 집에서 안 드시겠다고 하셨어요.”“네?”강유리는 신발을 벗다가 멈칫했다.그녀는 오씨 아주머니를 쳐다보면서 의아해했다.“아주머니한테는 밥 먹으러 안 온다고 말했어요?”“네.”오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복잡한 눈빛에 당황해하면서 말을 이었다.“예전에는 집에 오셔서 저녁을 드셨는데 때로는 업무상 술자리가 있으셔서요.”“술자리가 있다는 것까지 자세히 알려주던 가요?”오씨 아주머니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사모님께서 화나신 것 같은데…그녀의 생각대로 강유리는 불만을 토로했다.“저한테도 말하지 않은 걸 아주머니한테 다 알려줬네요!”오씨 아주머니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하려 했다. 이때, 육경서가 게임을 일시정지하고는 뒤돌아 말했다.“다른 남자한테 생일 케이크를 선물하신 분이 왜 형한테 그래요? 도긴개긴이죠.”그의 말에는 다른 뜻이 있었다.“네?”강유리는 그를 째려보더니 가까이 다가갔다.“지나간 일로 왜 이러세요? 함부로 말하지 마요!”육경서는 코웃음을 치고는 그의 형을 대변해 말을 이었다.“어젯밤에는 다른 방에서 자겠다 하고 오늘에는 다른 남자와 스캔들이 났으니… 저라도 말 안 하겠어요!”강유리는 그 자리에 얼었다.“그 사람이 그러던 가요? 불만 있으면 어젯밤에 직접 얘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