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우리가 가지고 있는 증거로 충분히 유 PD를 끝장나게 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하세요?”강유리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끝장나게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로 완전히 무너질 사람은 아니에요.”“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비록 유 PD는 못됐지만 어느 정도의 실력은 확실히 있어요. 대가가 없이 끝장내는 건 스타인에 사람을 보내는 주는 것과 다름없어요.”강유리는 그렇게 호의적인 사람이 아니다.‘남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하라고 해.’하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유리의 말에 일리가 있다.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여론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하석훈은 태블릿을 꺼내어 몇 번 터치하더니 그녀에게 넘겨주었다.“상대가 이렇게까지 기어오르는데 계속 기다리기만 하실 건가요?”십 분 전, 성신영은 인스타그램에 게시글을 올렸다.[난 언니의 생각도 모르고 너무 행복했었나 봐요. 하루 종일 생각했지만 어떻게 언니를 마주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마음의 문”에서 하차하고 잠시 쉬기로 했어요. 그리고 저와 천강이의 감정은 언니를 위해서라도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해요.]말 사이사이마다 모두 어쩔 수 없이 물러서는, 억울하지만 착한 척의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신영 씨 너무 착해요. 뻔뻔한 인간 때문에 물러서지 말아요!”“언니의 자격도, 사람의 자격도 없는 인간이에요!”“회장님은 실검 안 봐요?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요! 막내딸이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데!”“왜 신영 씨가 다시 생각해요? 불륜녀에게 그런 가치가 있어요?”“……”욕설 속에 누군가 임천강을 태그해 성신영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보라고 윽박질렀다.임천강도 이내 나타나 입장을 표명했다.[제 마음속에는 오직 신영이 뿐이에요. 이번 ‘심쿵해’는, 오직 신영이를 위한 극본이에요. 신영아, 넌 영원히 나의 여주야!]그제야 팬들은 안심되어 그들의 사랑을 축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이 극본은 스타인에서 거액을 들여 로열의 손에서 뺏어 온 것이라고 댓글을 쓰자 누리꾼
2분 뒤, 하루 종일 욕을 먹었던 강유리가 드디어 사진과 게시글을 올렸다.강유리- [슈가 대디 사진 저장한 건 아주 칭찬해. 하지만 비슷한 걸 올린 건 네 잘못이야. @임천강]그녀는 캡처 사진 9장을 함께 게시했다.이체 날짜는 전부 다르지만 상대는 확실히 이 돈을 받았으며, 돈을 받은 뒤에는 하트 이모티콘을 전송했다.첫 번째 계좌이체에는 생일 축하한다는 글도 첨부되어 있다…많은 누리꾼이 점점 격앙된 심정으로 악플을 달고 있는 그때, 강유리의 게시글은 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이게 뭐야?”“슈가 대디?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강유리 by 임천강?”“대박! 나 진짜 깜놀!”“하하하하하하, 강유리가 임천강의 슈가 대디래. 나 정말 웃겨 죽는 줄!”“유언비어 퍼뜨리면 몇 년 선고받지?”“……”게시글을 올리자마자 강유리는 수많은 댓글을 받았고, 휴대폰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진동이 울렸다. 그녀는 무음모드로 설정하고 계속 두 번째 게시글을 올렸다.강유리- [“마음의 문” 제작진을 대표해 너의 하차에 고마움을 표한다! @성신영, 감정이라면… 저번에 나한테 두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하니 부디 허락해 달라며? 그런데 왜 다시 생각해? 그렇게 쉬운 사랑이었니?”하석훈은 그녀의 폭주에 멍해졌다.반응하기도 전에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사무실 문이 열렸고, 여한영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사진 진짜예요?”여한영은 하루 종일 회사가 이대로 몰락할까 봐 마음이 심란했다.강유리의 손에서 완전히 끝장날까 봐.오전에 사태가 커지지 않은 틈을 타서 해결하길 바랐는데 강유리는 그 말을 듣지 않고 기어코 본인이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국 경매에도 성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까지 비난받게 되었다.더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여한영은 사표까지 준비했는데 이런 반전이 생겼다…강유리는 머리를 들어 여한영을 힐끔 보았다. 그녀는 이 영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본부장님, 노크는 왜 안 하세요?”여한영은 멈칫
특히 늙은 여우 같은 여한영은 성홍주를 썩 내키지 않아 할뿐더러 강유리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명철보신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이 일에 대해 말을 아꼈다.하석훈은 다른 화제를 이끌어냈고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 극본만 낭비했지 뭐예요. 앞서 여러 가지 플랜을 짠 것도, 수차례 평가를 진행한 것도 모두 남 좋은 일만 한 셈이네요.”“아니요. 저는 그것이 없어도 되거든요.”“네?”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강유리는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급해 말아요. 곧 알게 될 거니깐요.”하석훈은 느릿한 성격인지라 그녀의 말을 듣고서 시름을 놓았고 더 캐묻지 않았다. 여한영은 대수롭지 않았다. 그는 스캔들에 대해 해명하면 그만이니까.그러고는 휴대폰을 쥐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나갔다. 관건적인 시간에 여론에 작은 불씨를 더하면…강유리는 SNS를 두 번 올렸는데 큰 파장을 일으켰다.성신영의 팬들 그리고 성신영과 임천강 커플을 응원하는 팬들까지 그들을 위해 주야장천 댓글을 달았다.팬이 아니거나 그저 이 사태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재미 삼아 댓글에 질문을 던졌다.“무슨 일인데? 아는 사람 있으면 댓글 달아 봐. 지금 엄청 뜨는 핫이슈란 말이야.”“반 시간 째인데 왜 입장 안 밝힘?”“아니, 계좌 이체 기록은 진짜인 것 같은데. 바보도 아니고 합성사진을 올리겠냐고.”“내가 아는 사람 통해서 들은 건데, 임천강이 임씨 가문 사생아였대! 가문에서 인정하지 않은 자식이었는데 강씨 가문과 엮이면서 임씨 가문에 발을 들인 거래!”“스타인 엔터가 임씨 가문에 도움이 되니까 인정받은 거지! 말이 되지도 않는 소설 같은 얘기는 넣어둬라고.”“여러분, 스타인 엔터가 잘 된 데에는 강유리 몫도 있는 것 같아!”“내 말이! 매달 계좌에 돈을 이체했다니깐.”“그 자금으로 뭘 했는지 말도 안 했잖아. 동업자인가?”“동업자가 왜 댓글에 하트를… 암튼 난 안 믿어! 강유리 두 번째 SNS를 보고 성신영이 올린 게시물을 보면 성신영 이 여자, 보통 여우가 아니야!”댓글
성신영이 스케줄을 갑자기 변동한 것도 자부하는 면이 있었기에 일부러 바쁜 척했던 것이다. 그래서 난처해하면서 내일 사인하려고 했던 것이다.그런데 브랜드 측에서 오히려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성신영은 브랜드 측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고 계약서에도 별문제가 없었다.그런데 지금 이 말은 무슨 뜻이지?그녀와 매니저는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고 브랜드 측 관계자들이 떠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매니저는 걸려온 전화를 받고서 굳어진 표정으로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신영아, 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아.”“뭔데?”성신영은 휴대폰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계좌 이체 기록을 캡처한 사진들, 강유리가 그녀를 언급한 게시물을 확인하더니 표정이 점차 굳어갔다.강 건너 불구경하듯 강유리더러 진실을 알려달라는 유저들의 댓글을 본 그녀는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그녀는 강유리한테 그들의 사적인 사진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성신영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웹사이트를 끄고는 임천강한테 전화를 걸었다.스타인 엔터.임천강 쪽 상황도 별반 좋지 않았다.그는 임호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이 못난 놈! 천한 년의 피는 못 속이는구나! 너한테 직접 해결할 시간을 주마. 잘 처리해야 할 거야. 내가 경고하는데 이번 일 제대로 처리 못하면 앞으로 날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거라!”임호는 말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고 화가 치밀어 오른 임천강은 책상 위에 파일들을 모두 바닥에 던져버렸다.이 미친년. 감히 SNS에 올려?한 달에 그깟 몇천만 원을 주고서는 이렇게 상세하게 기록했단 말이야? 신영이한테 옷과 가방을 사주고 친구들과 클럽 한 번 가면 없어질 돈을…그깟 돈으로 생색내는 건 여전하네!“임 대표님, 여론의 영향으로 합작이 연기된 게 한두 건이 아닙니다! 실시간 검색어에 대표님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고 사이트 측에서도 검색어를 내려줄 의향이 없다 합니다. 어떡하죠?”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천강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책상을 짚고 겨우 서있었다.
얼마나 바쁘기에 몇 시간 동안 전화도 안 보는 거야?연예계 쪽 일을 하면서 이 상황을 모를 리 없잖아?알면서 모른 척하는 건가? 내 문자도 답장 안 해주고… 바쁜 게 아니라 화났네.그렇게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JL빌라의 불이 켜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강유리는 객실에서 게임하고 있는 육경서를 발견했다. 그는 큰 스크린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시끄러운 게임 소리 때문에 그녀가 들어오는 줄도 몰랐다.오씨 아주머니는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가방을 대신 들어주었다. 또한 그녀에게 슬리퍼를 갖다주면서 말했다.“사모님, 오늘은 일찍 퇴근하셨네요.”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리번 두리번거렸다.“시준 씨는요?”“아직 집에 안 오셨어요. 저녁에 집에서 안 드시겠다고 하셨어요.”“네?”강유리는 신발을 벗다가 멈칫했다.그녀는 오씨 아주머니를 쳐다보면서 의아해했다.“아주머니한테는 밥 먹으러 안 온다고 말했어요?”“네.”오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복잡한 눈빛에 당황해하면서 말을 이었다.“예전에는 집에 오셔서 저녁을 드셨는데 때로는 업무상 술자리가 있으셔서요.”“술자리가 있다는 것까지 자세히 알려주던 가요?”오씨 아주머니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사모님께서 화나신 것 같은데…그녀의 생각대로 강유리는 불만을 토로했다.“저한테도 말하지 않은 걸 아주머니한테 다 알려줬네요!”오씨 아주머니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하려 했다. 이때, 육경서가 게임을 일시정지하고는 뒤돌아 말했다.“다른 남자한테 생일 케이크를 선물하신 분이 왜 형한테 그래요? 도긴개긴이죠.”그의 말에는 다른 뜻이 있었다.“네?”강유리는 그를 째려보더니 가까이 다가갔다.“지나간 일로 왜 이러세요? 함부로 말하지 마요!”육경서는 코웃음을 치고는 그의 형을 대변해 말을 이었다.“어젯밤에는 다른 방에서 자겠다 하고 오늘에는 다른 남자와 스캔들이 났으니… 저라도 말 안 하겠어요!”강유리는 그 자리에 얼었다.“그 사람이 그러던 가요? 불만 있으면 어젯밤에 직접 얘기하
“저 눈 높거든요?”육경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고는 그녀의 뒤를 쫓아가 캐물었다.“우리 형 달래줄 거죠?”강유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꺽 대답했다.“아니요.”너무 오냐오냐해줬어. 이 남자를 너무 이뻐해 줘서 탈이 난 거야. 감히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내가 그한테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달래줘야 돼?반 시간 후.강유리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녀는 석류 특유의 붉은색 원피스를 입었는데 그녀의 몸매를 돋보여주었다. 또한 연한 화장을 하고는 긴 머리를 풀었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웠다.육경서는 타일에 앉아서 놀란 눈빛으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강유리는 그를 무시하고는 주방에 있는 아주머니한테 말했다.“오씨 아주머니, 저도 집에서 저녁 안 먹을 거니까 기다리지 마요.”육경서는 황급히 일어나서 물었다.“형수, 어디 가요?”강유리는 허리를 굽혀 예쁜 구두를 신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친구 만나러 가는데요.”육경서는 눈을 팽글팽글 돌리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아! 친구 만나러 가시는구나! 집에 돌아오시기 전에 로열 엔터에 들리시면 안 돼요? 형 데리고 와주세요.”“술자리 있다면서요.”“밥만 먹고 야근하러 갔을 거예요. 시간도 늦었는데 분명 회사에 있을 거예요.”“음…”강유리는 육경서한테 속내를 들킨 줄도 모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기분이 묘했다.야근이라고? 야근하면 집에 안 와도 되는 거야, 뭐야?차의 엔진 소리가 멀어지자 육경서는 싱글벙글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룸 안.육시준은 친구들의 대화에 별 감흥이 없었기에 멍을 때렸다.그는 괜히 와인잔만 만지면서 책상 위의 휴대폰만 힐끗 쳐다보았다.“야, 몇 년 만에 보는 건데도 쟤는 한결처럼 등신 같다? 오늘 이 자리는 나를 위한 환영회 아니야? 말 좀 하면 죽어?”송이혁은 곁에 있는 남자와 말하면서 그를 쳐다보았다.신하균은 고개를 끄덕였다.“얘 연애 세포 다 죽었잖아. 하하하. 누가 보면 연애하는 줄 알겠네. 휴대폰만 보는 거 봤지?”“천하의 육시준
육시준은 몸이 굳어버렸다.“내가 있는 곳으로 온다고?”“아니! 형이 불편해할까 봐 로열 엔터로 가라고 했어. 형이 회사에서 야근한다고 했거든.”육경서는 칭찬받고 싶은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나 잘했지? 그리고 형수 엄청 똑똑해! 형 친구들 만나면 형의 신분을 의심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 형이 신분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면 형이 되려 형수를 달래야 할걸.”육시준은 입을 삐죽거렸다.“그래서 잘했다고 칭찬해달라는 뜻이야?”그가 있는 곳은 JL빌라와 가까웠지만 로열 엔터와는 거리가 좀 있었다. 육경서 이놈 때문에 나랑 유리는 먼 길 돌아서 만나야 하잖아…또한 나는 로열엔터에 자주 있는 편이 아니고 고층 간부들 중 몇 명 빼고는 나를 다 모르는데. 유리가 거기를 들어가는 것도 말이 안 돼.“아이고, 형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이 동생 한 몸 바칠게!”육경서는 신이 나서 말했다.“형수 진짜 형을 많이 사랑하나 봐. 형 만나려고 화장하고 원피스까지 입으셨어.”그는 강유리가 회사에서 직장인 룩을 입는 모습은 많이 보았으나 오늘 밤에는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머리도 좀 만졌다라… 분명 누군가와 데이트하러 가는 것이다.친구는 무슨…거짓말!육경서는 아직도 기쁨에서 헤어 못 나왔고 자신의 관찰 능력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 달리 육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형수가 날 사랑한다고 하면 내가 가줘야 돼?”“아?”무슨 뜻이지?형이 지금 나보고 혼자 북 치고 장구 쳤다고 뭐라 하는 거야?임강준 비서님께서 형이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다고 했는데.그리고 안 가기로 했던 경매에도 갑자기 가겠다 하고…더 큰 자금으로 스타인 엔터를 누른 것도 형수한테 관심받으려고 그런 거 아니야?육경서는 잠시 사색에 잠겨 자신을 의심했다. 뭐가 문제인지 계속 생각했다. 그는 형수를 어떻게 다시 불러올지 생각하고 있었다. 육시준이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물었다.“네 형수 저녁은 먹고 나간 거야? 나간 지 얼마나 되었는데?”
어느 한 카페.창가 쪽 자리에는 머리가 길고 예쁘장하게 생긴 사람이 앉아있었다. 익숙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자연스럽게 일어나 두 팔을 벌리면서 다가왔다.“유리 누나, 오랜만이에요.”강유리는 그를 지나치고는 바로 맞은켠 자리에 앉았다.“유부녀니까 선 지켜.”남자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녀가 아무 반응도 없자 하는 수없이 호주머니에서 검은색 벨벳 주머니를 꺼냈다.“제 아내가 직접 누나한테 갖다주라고 했어요.”흥, 혼자 결혼한 것처럼 생색내기는. 도도한 건 여전하다니까?강유리는 벨벳 주머니에서 결혼반지가 담긴 작은 상자를 꺼냈다.반지의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그녀가 원하던 것이었다.“괜찮네. 스튜디오 시공은 잘 되어가고 있어? 나 요즘 회사 일 때문에 바빠서 가보지도 못했네.”“네. 순리롭게 되고 있어요. 월말에 귀국할 것 같아요.”“네가 수고가 많다. 마무리까지 부탁할게.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 시간 될 때 너랑 kaylen한테 밥 살게.”“네?”그 남자는 그녀가 이렇게 빨리 갈 줄 생각도 못 했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렇게 간다고?내가 무슨 심부름꾼인 줄 알아?아내가 반지 주인 누구냐고 물어봐달라고 했단 말이야!강유리는 정말 친구를 만나러 온 것이다. 물론 예약한 결혼반지를 가지러 온 것이지만 말이다. 카페를 가는 차 안에서 그녀는 계속 요즘 육시준과 있었던 일을 되새김질했다.어젯밤에 어색한 그 장면을 제외하고는 다 좋았다.육시준은 늘 그녀에게 있어서 완벽한 남편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백 점짜리 남편이었고 그녀에게 서프라이즈도 간간이 해주었다.어젯밤에 그녀가 다른 방에서 자겠다고 한 것, 오늘 터진 스캔들… 그가 화날 만도 했다.이 결혼반지를 설계할 때, 그녀는 육시준이 좋아하는 표정을 수만 번 상상했었다. 드디어 반지를 손에 넣었으니 얼른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뭐…내가 달래보지 뭐.로열 엔터 로비.강유리는 주차 후 들어갔고 일찍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경호를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