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제꺽 화제를 돌렸다.“아마 주얼리를 제작하려는 생각일 수도 있어요. 지난주, 임강준 씨가 주얼리라 하면 제일가는 브랜드 여러 군데에 다 연락해 보았으나 딱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답니다.”강유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보는 눈이 제법이네요.”그녀는 말하면서도 가져온 검은색 벨벳 주머니를 쳐다보았다.내가 준비한 선물을 아주 좋아해 줄 거야.장경호가 사무실에서 나가자 강유리는 혼자서 조용히 앉아있었다.그녀는 10여 분이나 기다리면서 잡지도 보고 창문 쪽으로 다가가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기도 했다.육시준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그녀가 창문 쪽에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붉은색 원피스 아래로 보이는 길고 여린 다리, 끈 디자인으로 된 하이힐과 끈 아래로 보이는 가는 발목 그리고 그녀가 주는 야릇한 분위기.그녀는 서있는 것만으로도 사무실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강유리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정장 바지, 팔에 걸친 외투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우아한 분위기를 띤 남자였다.그는 늘 거리감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한없이 따뜻했기에 그녀를 웃게 만들었다.“왔어?”기다리는 시간 동안 그녀는 그를 맞이하는 표정, 말투, 음조까지 여러 번 연습해 보았다. 너무 친절하지는 말고 오만하게, 달래는 것보다는 그저 부드럽게.육시준은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에 마음이 움찔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걸어갔다.“여기는 왜 온 거야?”강유리는 그에게 달라붙으면서 대답 대신 물음을 던졌다.“내 문자에는 왜 답장 안 해줘?”육시준은 그녀를 피해 소파에 앉아서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왜일 것 같아?”그는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풍기는 분위기가 강압적이었다. 특히 그의 차가운 눈빛은 사람의 영혼을 깊숙이 꿰뚫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강유리는 그의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인터넷에 올라온 스캔들에 대해서는 다 해명했어! 너도 알다시피 난 그와 사귄 것도 맞아. 하지만 그는 그때 사진들을 이용해서 여론의 방향을…”“그 사진 속 여자 너 아니야?”
두 입술이 맞닿자 강유리는 참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냈다.그녀는 큰 눈을 깜빡이면서 심연처럼 깊은 그의 두 눈을 보면서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도 이내 그의 목을 끌어안고 서투르지만 뜨겁게 입을 맞췄다.그녀의 작은 행동에 육시준은 그동안 참았던 욕구가 터진 듯이 곧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더 깊게 키스했다.천천히 입술을 뗀 강유리는 그의 품에서 숨을 고르면서 살포시 안겨있었다. 그러고는 머리를 들어 그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키스도 했는데 이제는 화 좀 풀어 줘.”육시준은 그녀의 이마에 기대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이렇게 가르쳤어? 날 뇌물로 매수하겠다? 응?”“어젯밤에 네가 날 가르쳐 준 거잖아.”애교를 쓰고 달래고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거. 다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이제는 슈가 대디한테 이래라저래라 하겠다 그거지?강유리는 갑자기 생각난 듯 씩 웃었다.“너한테 줄 선물 있어.”그녀는 똑바로 앉더니 가져온 검은색 벨벳 주머니에서 예쁜 디자인으로 된 상자를 꺼내 그에게 주었다.“열어봐!”육시준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다가 상자를 열었다.순간, 그는 제자리에 굳었다.상자 안에는 디자인이 독특한 결혼반지가 두 개 들어있었는데 로고도 없고 브랜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LK그룹에서 여러 주얼리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었기에 육시준은 이 반지의 품질을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어때? 마음에 들어?”그녀의 달콤한 목소리에는 기대가 깃들어 있었다.육시준은 반지를 꺼내서 눈여겨보더니 딱딱한 말투로 물었다.“너 임천강과 사귈 때에도 자주 반지를 선물해 줬었나 봐?”강유리는 말문이 막혔다.이게 아닌데… 왜 내가 생각하던 반응이 아니지?두 사람이 알고 지낸 시간은 길지 않지만 강유리는 그의 감정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그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아까보다도 더 좋지 않았다.그녀가 임천강과 사귈 때 기념일마다 비싼 선물을 주었다. 또한 상품 내역서 캡처 사진이 공개되었으니 그녀는 입이 열
육시준은 입술을 깨물었다.“미안. 이런 건 내가 준비해야 하는 건데.”강유리는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의아해했다.내가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뭔 소리를 하는 거야?하지만 이런 것도 다 중요하지 않아. 이 반지로 남편을 달랬다면 그걸로 충분해.그녀는 큰 반지를 그의 손에 끼워주고는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금으로 된 벨벳 반지는 그의 하얗고 큰 손의 매력을 돋보여주었다.“네 소원 하나 들어줄게.”그의 맑은 목소리에 강유리는 의아한 듯 고개를 쳐들었다.“뭐?”육시준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네가 말했던 유강그룹에 관한 일. 내가 도와줄 수 있어.”반지의 차가운 촉감이 손에서부터 퍼지면서 그의 심장을 가격했는지 그는 난데없이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 했다. 아주 충동적이었다.어안이 벙벙했던 강유리는 웃어 보였다.“뭘 도와준다고 그래? 하하하. 유강그룹에는 유강엔터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도 함께 하고 있어. 내 남편 노릇이나 잘 해! 날 속이지 말고 배신하지만 않으면 돼!”육시준은 머뭇대다가 대답했다.“만약 내가 너한테 거짓말한 게 있다면 어쩔 거야?”강유리는 자신의 손에 반지를 끼다가 인상을 찌푸렸다.“언제?”육시준은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원래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켜버렸다.“만약에 말이야.”“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고 용서할 수 없는 두 가지가 뭔지 알아? 거짓말 그리고 배신이야. 과거는 과거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었어. 신경 쓸만한 가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날 배신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연약함이 묻어있었다.육시준은 마음이 움찔했다.20여 년 동안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공제했던 그에게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느낌은 처음이었다.임강준의 말이 맞았어. 진작에 내 신분을 알려줬어야 했는데…성씨 별장.식탁에 마주 앉은 그들의 분위기는 사뭇 엄숙했다.임천강은 고개만 푹 숙이고서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성홍주도 침묵했지
임천강이 임씨 가문보다 성씨 가문에 있은 시간이 더 길었다. 그는 성홍주의 태도를 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략 알 것 같았다.그는 마음이 무겁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이 늙은이는 날 항상 멸시했었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으면 나와 연을 끊으려고 애썼고…“그 캡처 사진들은 다 사실입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성홍주는 화가 난 나머지 책상 위의 재떨이를 들어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여자의 돈으로 생활했다는 오명을 쓰고서 우리 신영과 결혼하겠다고?”임천강은 피하지 않고 재떨이에 그대로 맞았다.“아닙니다, 아버님! 저는 신영이한테 목숨 다 바쳐 잘해줄 겁니다!”성홍주는 그를 비웃었다.“뭘 어떻게 잘해줄 건데? 입만 살아가지고. 아니면 그 평범한 얼굴로?”재떨이보다 더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의 비하가 담긴 말이었다.임천강은 주먹을 꽉 주었고 이마의 피는 얼굴을 타고 흘러내려왔다.그는 한참을 진정하다가 굴욕을 견뎌내고서 준비했던 멘트를 말했다.“이 일은 강유리가 먼저 시작한 겁니다. 우리 신영이를 망가뜨리고 저희의 신혼집을 유포했고 곧 기부금에 관한 일을 말하려 할 것입니다!”“강유리! 이 썩을 년이 진정 돌았나 보군. 병원에 있는 그 늙은이의 생사는 신경 쓰지도 않겠다는 건가?”성홍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런 캡처 사진까지 올리는 걸 보면 이제는 대놓고…”“누가 자네더러 먼저 그년을 건드리라 했는가!”성홍주의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사실 성홍주도 이 일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임천강이 먼저 사진을 유포해서 강유리가 그를 짝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 스캔들로 호화주택의 일을 덮자 했던 것이다.그가 이 일에 개입하지 않은 건 성신영의 명예와 행복을 위해서였지만 절대 임천강이 그의 이름에 먹칠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었다.인터넷에서 소문이 점점 이상하게 돌고 있다. 성씨 가문의 자매가 바보라서 다른 가문의 사생아한테 놀아나고
“사실 아버님까지 귀찮게 할 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스타인 엔터가 방금 거금을 들여 경매에서 작품을 낙찰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제가 신영이를 위해 맞춤 제작한 대본이에요. 스타인 엔터가 신영이에게 주는 첫 선물이기도 하고요. 아마 후반으로 접어들게 되면 이곳저곳 돈 들어갈 곳이 더 많아지게 될 건데… 저도 이제 더 이상 돈 나올 곳이 없어서요…”“…”임천강이 마지막에 했던 말이 성홍주의 의심을 샀다.하지만 아무리 임천강이 이쪽에 재능이 없다고 해도 스타인 엔터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임천강이 신영이를 이렇게나 생각해 주고 있다니, 성홍주는 마음이 뿌듯했다.그래서인지 성홍주의 얼굴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는 손을 휘적거리며 말했다. “상처 처리하고 그만 나가 봐. 돈은 내가 최대한 빨리 부쳐줄 테니까. 나머지 일은 자네가 알아서 해.”…강유리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선물 공세와 칭찬 공세가 육시준의 기분을 풀어준 듯, 풀어주지 못한 듯 애매했다.육시준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서재로 홀랑 들어가 버렸다.그는 그녀와 같이 저녁을 먹지도 않았고, 저녁에 안방으로 돌아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강유리는 식탁에 앉아 손에 젓가락을 쥔 채로 아무 표정 없이 그릇 안에 담긴 쌀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형수님?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아직도 기분이 안 풀린 거예요?” 육경서는 어느새 집에 들어와 있었다.“누가 그래요? 제가 저 사람 기분 풀어줬다고?” 강유리의 목소리는 조금 부자연스러웠다.“당연한 거 아니에요? 형수님이 알랑거리면 방으로 들어가던 모습, 기억 안 나요? 난 형수님이 어디 잘못된 줄 알았어요! 이제 와서 말하지만, 형수님이 그렇게 애교부리는 모습 정말 처음 봐요! 너무 대단한거 아니에요?”평소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던 강유리였다. 그런 사람이 애교를 부리다니. 이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전매력이 돋보였다. 어떤 부탁을 하든 다 들어줄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형은 냉정했다. 육시준은 시종일관 차가운 얼굴이었
육시준은 놓쳐버린 타이밍 때문에 오랫동안 고민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상처가 동반된 거짓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었다. 다시 적당한 타이밍을 찾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강유리는 억지를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처음부터 이 모든 사건들은 다 오해였으니까.게다가 이 여자의 두뇌회로는 무척이나 선명했다. 그의 신분을 알고 나면 오히려 엄청 기뻐할지도 모른다. 더 열심히 그의 비위를 맟춰주려고 할 수도 있다.단지 집으로 데려가는 것을 조금 뒤로 미뤄야 할 뿐이다…밤은 점점 더 깊어졌다.강유리는 먼저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했다. 그리고는 노트북으로 밀린 메일을 처리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육시준은 그녀에게 파티의 파자도 꺼내지 않았다. 설마 아직도 화가 난 건 아니겠지?그럴 리가 없는데!다 오해라고, 내가 똑똑히 설명해 줬는데!다 큰 남자가 고작 이런 일로 계속 각방 쓸 만큼 쪼잔할 리는 없겠지?육시준은 그녀가 거금을 들이며 먹여 살리고 있는 남자였다. 잘생기고, 다정하고, 주위를 세심하게 살피고, 강아지처럼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고, 잠도 잘 오게 해주는 남자였다… 근데 이런 남자를 보기만 해야 한다고?이런!이건 너무 손해인데!이 생각이 들자 강유리는 펄떡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갔다.문을 열자마자, 누군가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관성의 법칙 때문에 강유리는 바로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육시준은 마침 그때 방문을 두드리기 위해 손을 들고 있었고, 그렇게 그의 손은 여자의 이마에 정확하게 닿게 되었다. 그는 이마를 미는 것으로 여자의 중심을 잡아주려고 했다.“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야?”그의 목소리는 청량했고, 그 목소리에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강유리의 마음속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던 불빛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여자는 고개를 들더니 수려한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며 헤실헤실 웃었다. 여자는 이마를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당신 보러 나왔
육시준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렇게 침대까지 밀려난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육경서, 이 일만 망치는 놈…또 제멋대로 날 팔았네!강유리의 입장 발표는 그렇게 밤새 인터넷에 떠돌았다.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게 되었다. 계좌 이체 기록과 수없이 많은 명품 영수증이 함께 인터넷을 떠돌고 있었다.친절한 네티즌들은 알아서 제품들을 찾아내기까지 했다. 모두 임천강이 입었던 것들이었다.소문은 이렇게 사실이 되어가는 듯했다. 임천강은 강유리의 스폰을 받은 게 분명했다.#임천강 스폰##임천강, 강유리와 열애 의혹##강유리가 불쌍하다##누가 제삼자인가#관련 검색어들은 계속 차트에 랭킹 되고 있었다.사건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높아졌다.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네티즌들도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제수씨는 왜 아직도 죽은 척이야? 돈을 얼마나 많이 투자했는데, 고맙다고 말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임천강이 억만장자의 사생아라는 사실이랑 임천강에게 재산이 어마어마하게 있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런 반박도 받지 않겠어!”“내부 소식에 따르면 억만장자는 올해 서른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큰아들이 어디서 나!”“계략이 엄청난 거지새끼. 감히 강유리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모함을 해? 정말 웃기다니까!”“남자한테 돈 쓰면 평생 재수가 없어!”“얼굴도 예쁜데… 둘이 대체 뭘 잘못 먹었길래 이런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거야?”“근데 나만 성신영이 첩 같아?”“맞아! 너만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 상황, 팬인 우리도 딱히 할 말이 없어. 하지만 아무리 누가 뭐라 해도 이건 다 임씨 잘못이야. 신영이도 피해자라고!”“…”그리고 그때, 계속 침묵을 지키던 임천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는 감정을 한껏 때려 넣은 작문 하나를 업로드했다. 강유리와 일전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내용이었다.‘강유리씨는 사업 초창기 때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저는 그 도움에 엄청 감동했고, 나중에 이 은혜를 꼭 갚아
남들도 아는 도리를 강유리가 모를 리는 없었다.돈을 돌려받을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임천강이 굳이 그렇게 해주겠다는데, 거절하면 너무 아깝지 않겠어?“이렇게 하죠. 잠깐만 기다리시면 신주리 씨 매니저가 연락할 겁니다.”“???”여한영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신주리는 스타인 엔터에 소속된 인기 배우였다. 육경서와 비슷한 인기와 위치를 가지고 있었고, 연기와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배우였다…하지만 이 사건이 신주리와 무슨 상관이지?강유리는 전화를 끊더니, 저장되어 있진 않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자…”‘기’라는 글자는 목구멍에 막혀버렸다. 뭔가 갑자기 떠오른 듯, 그녀는 하려던 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여자는 침을 두어 번 삼키더니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계약할래? 조건은 예전이랑 똑같아. 위약금은 내가 낼게!”강유리가 유강엔터를 책임지게 됐을 때 제일 먼저 데리고 오고 싶었던 사람이 바로 신주리였다.단지 육경서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계획이 바뀌게 된 것뿐이었다.“허. 필요할 때만 자기고, 필요 없을 땐 문자에 답장도 안 하지?” 전화기 너머로 조금은 괴상한 말투가 울려 퍼졌다.신주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강유리에게 육경서랑 무슨 사이냐고 물어봤고 강유리는 신주리의 질문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박쥐였다.“그리고, 당신 회사 엄청 작잖아. 육경서 하나 키우는데도 벅차지 않아? 날 서포트 해줄 돈이 있기나 해?”“…”신주리가 뒤끝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다.문자에 답장 안 하는 게 내 주특기 아닌가?왜 아직도 옛날 일을 꺼내는 거지?강유리는 허허 웃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 친구잖아! 정 안되면 네가 날 먹여살리면 되지!”신주리는 혀를 차며 탄식했다. “평소에도 당신이 이렇게 귀여웠으면 좋겠네!”“…”귀엽다고?부자에게는 이런 딱지가 필요 없었다!“나 지금, 임천강이랑 대놓고 싸우고 있어. 네 계약 해지 관련된 여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