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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흥 돋게 한 곡 연주해

오서희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청량하고 우아한 목소리에서 이 나이대 여성들 특유의 진중함이 묻어났다.

송재이는 3년간 설도영을 가르치면서 매주 설씨 일가로 찾아가 진실된 오서희의 모습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듣기 좋게 얘기해서 오서희는 보이는 것처럼 다정한 사람이 아니다.

송재이는 살짝 긴장한 듯 입을 열었다.

“네, 사모님. 무슨 일이세요?”

오서희는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 재벌가 사모님들은 다들 사교 능력이 뛰어난 법이다.

일단 송재이에게 근황을 물으며 다정한 척을 했고 이에 송재이는 황송한 마음으로 일일이 회답했다.

오서희는 돌연 화제를 바꾸고 본론에 들어갔다.

“송 선생님 혹시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 괜찮으세요? 저랑 우리 그이 결혼 30주년이거든요...”

오서희가 초대를 보내오다니.

마지막으로 오서희를 만났을 때 그녀는 사직 의사를 밝혔다.

오서희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담담하게 머리를 끄덕일 뿐 딱히 그녀를 만류하진 않았다.

송재이가 떠나려 할 때 그녀가 불쑥 등 뒤에서 이 한마디를 내던졌다.

“그래도 제 분수는 아네요. 제 것이 아닌 물건은 노리지 말아요!”

송재이는 몇 초간 넋 놓고 있다가 머리를 홱 돌렸다.

오서희는 이미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와 방금 그런 말을 한 사람이라곤 전혀 상상이 안 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뀌는 표정 변화에 송재이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송 선생님? 시간 되시죠?”

오서희가 직접 전화까지 한 이상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건 제 주제를 모르고 설치는 무례한 행위이다.

송재이는 귀한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입술을 꼭 깨물었다.

“네, 꼭 갈게요.”

...

시간이 빨리 흘러 어느새 토요일이 되었다.

송재이는 설씨 일가로 가기 전에 우선 백화점에 들렀다.

지난번에는 설영준을 도와 선물을 고르러 갔지만 이번에는 그녀 자신을 위해서였다.

누군가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러 가는 자리인데 빈손으로 갈 순 없지.

송재이는 문득 설영준이 선물 사러 갈 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 50대 여자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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