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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난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네가 수작 부린 거지? 설영준 대표랑 계약까지 마쳤는데 갑자기 변동이 생겼다면서 프로젝트 취소했어. 이거 너 때문이지?!”

송재이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나서야 앞에 선 남자가 똑똑히 보였다.

그는 바로 지민건이다!

지민건은 그녀의 반항도 무릅쓰고 뒤에 있는 벽으로 몰아붙였다.

송재이는 질식할 것만 같고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지만 지민건의 주절거리는 말속에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 다 알아챘다.

이 사건은 설영준과 연관이 있다. 바로 그가 지민건의 이익에 손해를 입혔다!

송재이는 이를 악물고 지민건이 한눈판 사이에 잽싸게 발로 걷어찼다.

중요 부위를 걷어차인 지민건은 고통이 몰려와 낯빛이 사색이 되었고 곧바로 손을 놓아주었다.

점잖았던 이미지가 철저하게 무너졌다.

그의 험상궂은 몰골을 다 지켜봐 왔지만 지금 이 순간 또다시 끔찍해질 따름이었다.

“나 보복당했어. 다 너 때문이야!”

송재이는 잠시 넋 놓고 있다가 그의 이 말을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보복을 당했다라...

설마?

그녀는 지민건을 쳐다보며 미간을 구겼다.

“그 사진들 네가 올린 거야?”

순간 지민건은 시선을 피했다.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설영준과 협력하는 그 중요한 시기에 이런 게시글을 올린다고?”

지민건도 참 어리석지. 스스로 총구에 달려들다니!

송재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사진 속 설영준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녀 본인만 떡하니 공개됐다.

그러니까 지민건은 오직 그녀를 겨냥해서 이런 짓을 벌인 것이다. 그날 밤 룸에서 송재이가 그의 체면을 짓밟았다고 이렇게 나왔다.

지민건은 사소한 원한도 다 갚는 인간이구나!

다만 사태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설영준은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의 반응은 단호할 따름이었다. 버럭 화를 내더니 이젠 아예 지민건의 연락조차 안 받는다.

답답하고 울분이 치솟던 지민건은 어디에 풀지 몰라 서성거리다가 오늘 송재이를 찾아와 다짜고짜 울분을 토하고 있다!

“생각보다 대단한데? 진짜 설영준이랑 엮여있네?”

경멸과 야유로 가득 찬 말투였다.

지민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설영준이 다 동의한 프로젝트를 취소한 이유가 송재이 때문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이전 같으면 송재이도 일말의 환상을 품었을 테지만 이젠 아니다. 설영준은 이미 그녀를 차단했으니!

그녀는 코웃음 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설마 설영준이 나 때문에 위약금까지 물어가면서 너랑 사이가 틀어지는 거라고 믿는 건 아니겠지? 그건 오버야, 난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지민건은 한창 격앙된 상태로 떠들어댔고 이에 송재이는 시끄러워서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가 이성을 잃고 더 위험한 짓을 벌일까 봐 내심 걱정됐다.

이때 순찰하던 경비원이 마침 이곳을 지나갔다.

“살려주세요!”

송재이가 망설임 없이 큰소리로 외쳤다.

지민건이 앞으로 나아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는데 다른 쪽에서 경비원이 구조 요청을 듣더니 신속하게 달려왔다.

송재이는 이때다 싶어 재빨리 그의 옆에서 도망쳤다!

지민건은 경비원이 다가오자 일이 더 번거로워질까 봐 송재이를 죽일 듯이 노려볼 뿐 더 쫓아가지 않았다.

“너 딱 기다려!”

말을 마친 지민건은 다른 쪽으로 달려갔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경비원이 다가오며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돌려 송재이를 살펴봤다.

“고마워요, 아저씨. 저 괜찮아요.”

송재이는 입술을 꼭 깨물고 순간 울컥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

며칠 뒤, 26일.

오후 5시 30분, 그녀는 새로 과외를 가르칠 학생의 집에 도착했다.

연우가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여자아이는 현관 앞에 서서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기대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기다렸다.

송재이는 전에 말을 못 하는 아이들과 지내본 적이 없다.

첫 만남 때 이미 민효연 씨가 송재이에게 말했었다. 이 아이는 선천적으로 이렇게 된 게 아니라 아이의 엄마가 뜻밖의 사고로 돌아가신 후 크게 앓고 나더니 그 뒤로 몸에 이상이 생겨났다고 한다.

송재이는 이 얘기를 듣고 연우가 너무 안쓰러워 앞으로 꼭 더 인내심 있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연우의 손을 잡고 집안에 들어와서 민효연 씨와도 인사를 나눴다. 곧이어 피아노 앞에 앉아 수업을 시작했다.

“저번에 연습하라고 한 곡, 우리 연우 일단 한 번 쳐볼래?”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났다.

“손 모양, 연우야. 아직도 표준이 아니야. 그리고 방금 두 음절 잘못 쳤어. 여기...”

연우는 고작 6살이지만 매우 얌전하고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이때 문 앞에서 불쑥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연우야!”

인기척 소리에 송재이도 고개를 들고 문 쪽을 바라봤는데 두 남녀가 밖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순간 송재이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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