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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왜 이렇게 안절부절이야?

병원을 나선 송재이는 속이 울렁거려 너무 괴로웠다.

그녀는 나무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토하기 시작했다.

다 토한 후 편의점에 들어가 생수 한 병 사서 길옆에 선 채로 한 모금씩 들이켰다.

이때 누군가가 갑자기 어깨를 툭 내리쳤고 화들짝 놀란 송재이는 하마터면 생수병을 바닥에 떨어트릴 뻔했다. 다행히 설영준이 재빨리 생수병 밑굽을 받아들었는데 물이 튀기며 그의 옷소매를 다 적셨다.

설영준은 눈썹을 찌푸리고 송재이를 쳐다봤다.

“귀신 봤어?”

송재이는 가슴 찔린 듯 입을 닦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길거리에 설영준과 단독으로 서 있으려니 그녀는 저절로 스트레스가 쌓였다.

설영준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뭘 보는 거야?”

“여기 카메라 있어? 누가 또 몰래 촬영하는 거 아니지?”

“왜 이렇게 경계하는데?”

설영준은 그녀의 잔뜩 긴장한 모습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언짢았다.

송재이는 시선을 올리고 정색하며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약혼녀 이외의 여자랑 엮이면 풍류가 넘친다는 말을 듣지만 난 아니야. 파렴치하게 내연녀 노릇이나 한다고 손가락질해.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결백함을 잃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영준 씨가 내 생각 좀 해서 거리를 유지해줬으면 좋겠어.”

송재이는 뭐가 이렇게 급해서 다음 연애 상대를 만나려고 안달인 걸까? 설영준이 그녀의 앞길을 막기라도 할까 봐?

설영준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눈부신 햇살을 맞으며 서 있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과 고고한 기품은 늘 완벽 그 자체였다.

길을 지나가던 젊은 여자들도 저도 몰래 뒤돌아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우와, 너무 잘생겼어. 혹시 연예인 아님?”

당장 뛰쳐 가서 포옹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지경이었다.

유독 송재이만 그를 멀리 피하고 싶어 한다.

이 남자의 속을 알 수 없는 표정과 한없이 짙은 눈빛은 얼른 외면하고 싶었다.

“너한테 덤터기 씌운 일은 이미 다 해결했잖아. 뭘 더 걱정하는 거야? 왜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데?”

말을 마친 설영준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송재이는 몸부림치고 싶었지만 액션이 너무 크면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끌까 봐 아예 다른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설영준에게 끌려서 그의 차에 올라탔다.

쾅 하고 차 문이 닫혔다.

차 안의 열기가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송재이는 체온이 확 오른 듯 머리를 돌리며 그에게 빨개진 두 볼을 들키지 않으려 했다.

“지민건 프로젝트 취소한 거 단순히 걔가 그 사진들 올려서야?”

기왕 만난 김에 한 번 여쭤보기로 했다.

설영준은 고개 돌려 그녀를 아래위로 훑었다.

“걔가 말했어? 두 사람 아직도 연락해?”

아니면 그녀가 또 어떻게 지민건의 프로젝트를 알 수 있을까?

송재이는 설영준의 침대에서 내려온 다음 날부터 지민건과 함께 카페에서 데이트했다. 이런 여자가 과연 그를 배신한 적은 없을까...

송재이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끼고 입을 벌렸지만 심장이 마구 쿵쾅댔다.

그날 주차장에서 지민건이 목을 졸랐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데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 이 남자에게 이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니었다!

둘은 이미 아무 사이가 아니니 할 말이 많아도 털어놓기가 부적절했다.

송재이는 선을 넘는 사람이 아니니까.

“왜 말 없어?”

설영준은 그녀의 해명을 기다렸지만 결국 돌아온 건 절레절레 고개 젓는 모습이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그녀의 대답이 썩 내키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란 건 무슨 뜻이지? 내 말 제대로 이해 못 했어?”

송재이는 마치 초등학생처럼 그에게 혼나고 있다.

전에 함께할 때 그를 양보해주던 게 몸에 배어 지금도 버럭 화를 내니 자연스럽게 머리를 숙였다.

“아니, 안 해...”

“거짓말하지 마!”

설영준이 거침없이 까발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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